Ver5.0 ⚡ 보이지 않는 장(場)을 격자로 잡아라전자기 시뮬레이션과 FEM 해석을 활용한 전자기 소자 설계

⚡ 보이지 않는 장(場)을 격자로 잡아라
전자기 시뮬레이션과 FEM 해석을 활용한 전자기 소자 설계
모터 안에서 휘몰아치는 자속, 변압기 코어를 데우는 와전류, 안테나에서 퍼져 나가는 전파.
모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제품의 효율·발열·수명·인증 통과 여부를 좌우합니다.
오늘은 이 보이지 않는 장을 삼각형과 사면체로 잘게 쪼개 컴퓨터 안에서 '보이게' 만드는 기술, 유한요소법(FEM) 기반 전자기 시뮬레이션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시제품을 열 번 깎던 시대에서, 가상 실험실에서 천 번 돌려보는 시대로 넘어온 이야기입니다.
01왜 '그려보기 전에 계산'해야 할까
전자기 소자를 설계한다는 건 결국 전기장(E)과 자기장(H)의 분포를 원하는 모양으로 길들이는 일입니다. 모터라면 회전자와 고정자 사이 공극에 자속을 고르게 모아 토크를 뽑아내야 하고, 인덕터라면 코어가 포화되지 않으면서 원하는 인덕턴스를 유지해야 하며, 안테나라면 특정 주파수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내보내야 합니다.
문제는 이 장(場)이 형상·재료·주파수에 지독하게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슬롯 모서리를 0.2mm만 둥글게 깎아도 코깅 토크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PCB 패턴의 비아 하나 위치가 공진 주파수를 흔들어 놓습니다. 단순한 대칭 형상이라면 앙페르 법칙이나 자기회로 모델로 손계산이 가능하지만, 실제 제품의 형상은 곡면·슬롯·공극·비선형 강판이 얽힌 복잡계입니다. 손으로 푸는 해석해(analytical solution)는 여기서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산전자기학(CEM, Computational Electromagnetics)입니다. 맥스웰 방정식을 컴퓨터가 풀 수 있는 대수 방정식으로 바꾸고, 수백만 개의 미지수를 한꺼번에 풀어 장의 분포를 얻는 것이죠. 그중 복잡한 형상과 비선형 재료를 다루는 데 특히 강한 방법이 바로 유한요소법(FEM, Finite Element Method)입니다.
FEM의 수학적 뿌리는 1943년 리처드 쿠랑(R. Courant)의 비틀림 문제 해석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finite element'라는 이름은 1960년 레이 클러프(R. W. Clough)가 구조해석 분야에서 붙였습니다. 전기공학으로 건너온 것은 1960년대 후반, 맥길대학교의 피터 실베스터(P. P. Silvester) 등이 도파관과 전기기기 자기장 해석에 적용하면서부터입니다. 1970년 실베스터와 차리(M. V. K. Chari)의 비선형 자기장 FEM 논문은 오늘날 모터·변압기 해석 툴의 원형으로 평가받습니다.
과거에는 "시제품을 만들고 → 측정하고 → 고치고"를 반복하는 빌드 앤 테스트가 기본이었습니다. 금형 하나, 강판 적층 시제품 하나에 몇 주와 상당한 비용이 들었죠. 시뮬레이션 기반 설계(Simulation-Driven Design)는 이 루프의 대부분을 가상 공간으로 옮깁니다. 실제 시제품은 최종 검증용으로 최소화하고, 수십~수백 개의 설계안을 컴퓨터 안에서 먼저 걸러내는 것입니다.
02모든 것의 출발점, 맥스웰 방정식
어떤 전자기 시뮬레이터도 결국 아래 네 줄을 풉니다. 미분형 맥스웰 방정식입니다.
∇ × H = J + ∂D/∂t (앙페르–맥스웰 법칙)
∇ · D = ρ (가우스 법칙)
∇ · B = 0 (자기 단극 없음)
여기에 재료의 성질을 알려주는 구성 방정식이 붙습니다. D = εE, B = μH, J = σE. 단순해 보이지만 μ가 자기장 크기에 따라 변하고(비선형 강판), 방향에 따라 달라지고(방향성 전기강판), 과거 이력에 따라 달라지면(히스테리시스) 문제는 급격히 어려워집니다.
🔍 문제의 '체급'을 먼저 나눈다
실무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 문제가 어떤 근사를 허용하는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맥스웰 방정식 전체를 풀면 계산량이 폭증하므로, 소자의 크기와 주파수를 보고 불필요한 항을 덜어냅니다. 기준은 대략 "소자의 크기가 파장에 비해 얼마나 작은가"입니다.
| 해석 유형 | 무시하는 것 | 대표 응용 | 주된 미지수 |
|---|---|---|---|
| 정전계 (Electrostatic) | 시간 변화, 전류 | 절연 설계, MEMS 정전 액추에이터, 커패시턴스 추출 | 스칼라 전위 V |
| 정자계 (Magnetostatic) | 시간 변화 | 영구자석, 전자석, DC 솔레노이드, 모터의 정지 상태 토크 | 자기 벡터 포텐셜 A |
| 와전류 / 준정적 (Eddy current, MQS) | 변위전류 ∂D/∂t | 변압기, 유도가열, 비파괴 검사, 무선충전 코일 | A, V (A–V 정식화) |
| 과도 자기장 (Transient) | 변위전류 | 모터 회전 해석, 인버터 구동, 돌입전류 | 시간영역 A(t) |
| 풀웨이브 (Full-wave) | 없음 | 안테나, RF 필터, 고속 신호 무결성, EMC | 전기장 E |
와전류 해석에서 변위전류를 무시해도 되는 이유는 도체 안에서 σ ≫ ωε가 성립하고, 소자 크기가 파장보다 훨씬 작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60Hz 전력계통의 자유공간 파장은 약 5,000km입니다. 변압기 크기는 많아야 수 m이니 전파 효과는 사실상 없습니다. 반면 5GHz Wi-Fi의 파장은 약 6cm라서, 스마트폰 안테나는 파장과 비슷한 크기가 되고 풀웨이브 해석이 필수입니다.
🧮 포텐셜로 갈아타는 이유
자기장 해석에서는 B를 직접 구하지 않고 B = ∇ × A로 정의되는 자기 벡터 포텐셜 A를 미지수로 씁니다. 이렇게 하면 ∇·B = 0이 자동으로 만족되기 때문입니다(회전의 발산은 항상 0). 정자계 문제는 다음 형태로 정리됩니다.
여기서 Jₛ는 코일의 소스 전류, Hₘ 항은 영구자석의 보자력을 반영합니다. 특히 2차원 해석(모터의 단면처럼 축 방향으로 형상이 일정한 경우)에서는 전류가 지면에 수직(z 방향)으로만 흐른다고 보면 A도 z 성분 하나만 남습니다. 3차원 벡터 문제가 스칼라 문제 하나로 줄어드는 셈이죠. 이 덕분에 2D 모터 해석은 노트북에서도 수 초~수 분이면 돌아갑니다. 게다가 2D에서 A_z의 등고선은 그대로 자속선이 되어, 결과 그림이 직관적입니다.
단, 벡터 포텐셜은 회전(curl)만 정해져 있어 유일하지 않습니다. ∇ψ를 더해도 같은 B가 나오니까요. 그래서 3D에서는 쿨롱 게이지(∇·A = 0) 같은 게이지 조건을 걸거나, 후술할 에지 요소와 반복 해법의 특성을 이용해 게이지를 암묵적으로 처리합니다.
03FEM의 심장: 미분방정식을 행렬로 바꾸는 마법
FEM의 핵심 아이디어는 세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각 조각 안에서 해를 간단한 다항식으로 근사한다.
전체 오차가 '평균적으로' 0이 되도록 계수를 정한다."
① 강형식에서 약형식으로
미분방정식을 모든 점에서 정확히 만족시키는 것(강형식, strong form)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방정식에 시험 함수(test function) w를 곱하고 영역 전체에 적분한 뒤, 부분적분(그린 정리)으로 미분 차수를 하나 낮춥니다. 이것이 약형식(weak form)입니다. 2D 정자계(A_z 스칼라)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분이 2계에서 1계로 내려온 덕분에, 해가 요소 경계에서 꺾여도(기울기가 불연속이어도) 괜찮아집니다. 서로 다른 재료가 맞닿아 μ가 1,000배씩 뛰는 강철–공기 경계를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비결이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부분적분에서 튀어나온 경계 항은 경계조건을 거는 통로가 됩니다.
② 갤러킨 방법과 형상함수
요소 안에서 해는 절점값과 형상함수(shape function) Ni의 조합으로 표현합니다. 1차 삼각형 요소라면 Az ≈ Σ Ni Ai (i=1,2,3)이고, Ni는 자기 절점에서 1, 다른 절점에서 0인 평면 함수입니다. 갤러킨(Galerkin) 방법은 시험 함수 w를 이 형상함수와 같게 고르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각 요소마다 작은 행렬(요소 강성 행렬)이 나오고, 이를 전체 영역에 조립(assembly)하면 거대한 연립방정식이 완성됩니다.
[K]는 각 절점이 이웃 절점과만 연결되므로 대부분이 0인 희소 행렬(sparse matrix)입니다. 미지수가 백만 개라도 한 행에 0이 아닌 값은 수십 개뿐이라 메모리와 연산 효율이 좋습니다. 이 희소성이야말로 FEM이 대규모 문제에 쓰일 수 있는 결정적 이유입니다.
③ 맛보기 코드: 1차원 FEM 20줄
원리를 손에 잡히게 하려고, 1차원 포아송 방정식 −d²u/dx² = f 를 1차 선형 요소로 푸는 최소 예제를 보겠습니다. 정전계에서 균일한 전하 분포 사이의 전위를 구하는 상황과 같습니다.
import numpy as np
# 영역 [0,1], 경계 u(0)=u(1)=0, 소스 f=1 (해석해: u=x(1-x)/2)
n_el = 10 # 요소 개수
nodes = np.linspace(0, 1, n_el + 1)
K = np.zeros((n_el + 1, n_el + 1))
F = np.zeros(n_el + 1)
for e in range(n_el):
h = nodes[e + 1] - nodes[e]
ke = (1 / h) * np.array([[1, -1], [-1, 1]]) # 요소 강성 행렬
fe = (h / 2) * np.array([1, 1]) # 균일 소스 f=1
idx = [e, e + 1]
K[np.ix_(idx, idx)] += ke # 조립
F[idx] += fe
# 디리클레 경계조건: 양 끝 절점 제거
inner = slice(1, n_el)
u = np.zeros(n_el + 1)
u[inner] = np.linalg.solve(K[inner, inner], F[inner])
print(np.max(np.abs(u - nodes * (1 - nodes) / 2))) # 절점 오차
흥미롭게도 이 1차원 문제에서는 선형 요소의 절점값이 해석해와 (반올림 오차 수준으로) 일치합니다. 1D 포아송 방정식에서 갤러킨 FEM이 갖는 잘 알려진 성질이죠. 대신 요소 내부에서는 직선으로 근사하므로 포물선과 차이가 납니다. 2D·3D로 가도 구조는 똑같습니다. 요소 행렬을 만들고 → 조립하고 → 경계조건을 넣고 → 풉니다. 상용 툴은 이 과정을 수백만 요소 규모로, 곡면 형상·비선형 재료·병렬 연산까지 포함해 자동화한 것입니다.
04절점 요소 vs 에지 요소: 3D 전자기의 숨은 분기점
구조해석에서 넘어온 FEM을 3D 전자기에 그대로 쓰자 기묘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벡터장의 세 성분을 각 절점에 붙이는 절점 요소(nodal element)로 공진기의 고유모드를 구하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짜 모드(spurious mode)가 우수수 튀어나온 것입니다. 원인은 절점 요소가 벡터장의 모든 성분을 요소 경계에서 연속으로 강제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물리는 다릅니다. 유전율이 다른 두 재료의 경계에서 E의 접선 성분은 연속이지만 법선 성분은 ε의 비율만큼 불연속입니다. 절점 요소는 이 불연속을 표현하지 못하고, 회전이 0인 성분(∇ψ 꼴)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가짜 해를 만들어 냅니다.
해답은 1980년 프랑스 수학자 장클로드 네델렉(J.-C. Nédélec)이 체계화한 에지 요소(edge element, Nédélec 요소, Whitney 요소)였습니다. 미지수를 절점이 아니라 요소의 모서리(edge)에 두고, 그 값을 "모서리를 따른 장의 접선 성분 적분"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면 이웃 요소끼리 공유하는 모서리에서 접선 성분만 자연스럽게 연속이 되고, 법선 성분은 자유롭게 불연속일 수 있습니다. 물리 법칙과 수학 구조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죠.
오늘날 3D 와전류·풀웨이브 FEM 솔버는 사실상 모두 에지 요소(혹은 그 고차 버전)를 기본으로 씁니다. 반면 2D 자기장 해석(A_z 스칼라)이나 정전계(V 스칼라)처럼 미지수가 스칼라인 문제는 절점 요소로 충분합니다. "툴 설정에서 요소 차수(order)를 1차로 할지 2차로 할지"는 정확도와 계산량의 대표적 트레이드오프이며, 같은 메시에서 2차 요소는 대체로 훨씬 높은 정확도를 줍니다.
05메시(Mesh): 해석 품질의 8할
현업 엔지니어들 사이엔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FEM에서 그 쓰레기의 주범은 대개 메시입니다. 솔버는 주어진 메시 위에서 최선을 다할 뿐, 메시가 물리를 담지 못하면 결과도 담지 못합니다.
📏 표피 깊이(Skin depth)를 존중하라
교류 전류는 도체 표면으로 몰립니다. 전류 밀도가 표면값의 1/e(약 37%)로 줄어드는 깊이가 표피 깊이 δ입니다.
구리(비저항 약 1.68×10⁻⁸ Ω·m)의 경우 50Hz에서 약 9.2mm, 1kHz에서 약 2.1mm, 100kHz에서 약 0.21mm, 1MHz에서 약 65µm입니다. 철 같은 강자성체는 μ가 크기 때문에 같은 주파수에서도 δ가 훨씬 얇습니다. 와전류 손실을 정확히 구하려면 표피 깊이 안에 최소 2~3개 층의 요소를 넣는 것이 일반적인 권장입니다. 이를 무시하고 성긴 메시를 쓰면 손실을 크게 과소·과대평가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1MHz 코일 전체를 수십 µm 요소로 채우면 계산이 끝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표면 근처만 얇은 층으로 쌓는 경계층 메시(inflation/prism layer)를 쓰거나, 표피 깊이가 형상보다 훨씬 얇다면 도체 내부를 아예 풀지 않고 표면에 임피던스 경계조건(IBC)을 거는 근사를 씁니다. 고주파 리츠 와이어(Litz wire)처럼 가는 소선이 수백 가닥 꼬인 도체는 직접 모델링 대신 근접효과를 반영한 균질화(homogenization) 모델을 쓰는 것이 실무적입니다.
🌀 공극(Air gap)은 VIP석
모터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은 회전자와 고정자 사이의 공극입니다. 두께는 소형 모터에서 보통 0.3~1mm 정도인데, 토크를 결정하는 자기 에너지 변화가 대부분 여기서 일어납니다. 공극에는 반지름 방향으로 3~4층 이상의 요소를 두는 것이 흔한 권장이며, 회전 해석에서는 회전자 메시와 고정자 메시가 미끄러지듯 맞물리는 슬라이딩 메시(sliding mesh) 또는 무빙 밴드(moving band) 기법을 씁니다. 회전 각도마다 메시를 새로 만들면 메시 노이즈가 토크 파형에 섞여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 적응형 메시: 알아서 촘촘해지는 그물
사람이 모든 부위의 메시 크기를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응형 메시(adaptive meshing)는 한 번 풀고 → 요소별 오차를 추정하고 → 오차가 큰 곳만 세분화하고 → 다시 푸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고주파 FEM 툴(예: Ansys HFSS)에서는 반복 간 S-파라미터 변화량(흔히 ΔS)이 설정값 이하가 될 때까지 메시를 개선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오차 추정에는 요소 경계에서 장의 불연속(잔차)을 보는 방법 등이 쓰입니다.
납작하게 찌그러진 '슬리버(sliver)' 사면체나 종횡비가 극단적인 요소는 행렬의 조건수를 악화시키고 국부 오차를 키웁니다. 미세 필렛, 아주 얇은 도금층, 의미 없는 나사 구멍 같은 CAD 디테일은 해석 전 형상 단순화(defeaturing)로 정리하세요. 해석 결과에 영향이 거의 없는 디테일이 메시 개수만 수배로 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06경계조건: 무한한 우주를 유한한 상자에 담기
자기장과 전파는 이론적으로 무한히 퍼집니다. 하지만 컴퓨터 메모리는 유한하죠. 그래서 해석 영역의 끝을 어딘가에서 잘라야 하고, 잘린 면에서 장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정해주는 것이 경계조건입니다. 경계조건을 잘못 걸면 메시가 아무리 촘촘해도 결과는 틀립니다.
| 경계조건 | 물리적 의미 | 쓰임새 |
|---|---|---|
| 디리클레 (A = 0) | 자속이 경계를 가로지르지 못함 → 자속선이 경계에 평행 | 모터 외곽, 충분히 먼 공기 영역 끝 |
| 노이만 (∂A/∂n = 0) | 자속이 경계에 수직으로 통과 | 대칭면(자기적 대칭), 이상적 고투자율 경계 |
| 주기 / 반주기 | 한 경계의 장이 다른 경계와 같거나(+) 부호가 반대(−) | 모터의 극(pole) 단위 부분 모델링, 배열 안테나 단위 셀 |
| PEC / PMC | 완전 도체(접선 E=0) / 완전 자기 도체(접선 H=0) | RF 구조의 금속면, 대칭면 |
| 흡수 경계 (ABC) | 나가는 파동을 근사적으로 반사 없이 통과 | 안테나 방사, 산란 해석 |
| PML | 인공적인 손실 층으로 파동을 흡수 | 광대역·사입사 파동 흡수가 필요한 풀웨이브 문제 |
주기 경계조건은 모터 설계자의 절친입니다. 예를 들어 8극 48슬롯 모터는 기하학적·전자기적으로 8번 반복되는 구조라, 전체의 1/8만 모델링하고 양쪽 경계에 반주기(antiperiodic) 조건을 걸면 계산량이 대략 1/8로 줄어듭니다. 단, 극수와 슬롯수의 최대공약수에 따라 가능한 최소 대칭 단위가 결정되므로, 슬롯–극 조합이 대칭을 허락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편심(eccentricity)이나 제작 공차를 해석할 때는 대칭이 깨지므로 전체 모델이 필요합니다.
안테나 해석에 자주 쓰이는 PML(Perfectly Matched Layer)은 1994년 장피에르 베랑제(J.-P. Bérenger)가 FDTD용으로 제안한 기법으로, 이후 FEM에도 널리 확장되었습니다. 해석 영역 바깥에 특수하게 설계된 손실층을 두르면, 이론적으로 입사각·주파수와 무관하게 경계면에서 반사 없이 파동이 흡수됩니다(이산화 후에는 소량의 수치 반사가 남습니다). 일반적인 실무 가이드는 방사체와 흡수 경계 사이를 최저 주파수 기준 약 λ/4 이상 띄우는 것입니다. 너무 가까우면 근접장(reactive near field)이 경계와 상호작용해 결과가 왜곡됩니다.
변압기나 전자석처럼 자속이 공기 중으로 새는 문제라면, 소자 크기의 수 배(흔히 3~5배 이상)까지 공기 영역을 잡고 바깥에 A=0을 거는 방법이 무난합니다. 더 정교하게는 공간을 수학적으로 압축하는 켈빈 변환(Kelvin transformation)이나 무한 요소(infinite element)를 써서 적은 요소로 무한 공간을 모사할 수 있습니다. 경계 거리를 바꿔가며 결과가 변하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검증입니다.
07재료 모델링: 강판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단순하지도 않다
전자기 소자 해석에서 형상만큼, 때로는 형상보다 중요한 것이 재료 데이터입니다. 특히 전기강판, 페라이트, 분말 코어 같은 자성체는 행동이 복잡합니다.
📈 비선형 B–H 곡선과 뉴턴–랩슨 반복
공기의 투자율은 상수(μ₀ = 4π×10⁻⁷ H/m 근사)지만, 강판의 투자율은 자기장이 세질수록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른바 자기 포화입니다. 무방향성 전기강판의 경우 대략 1.5~1.7T 근방부터 포화의 기미가 뚜렷해지고, 이를 넘으면 같은 자속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기장(전류)이 폭증합니다.
투자율이 해에 의존하므로 [K(A)]{A} = {F} 꼴의 비선형 연립방정식이 됩니다. 이를 풀기 위해 대부분의 툴은 뉴턴–랩슨(Newton–Raphson) 반복법을 사용합니다. 현재 해에서 야코비 행렬(접선 강성)을 계산해 보정량을 구하고, 잔차가 허용치 이하가 될 때까지 반복하죠. 이때 B–H 곡선이 매끄럽지 않거나 측정 데이터에 노이즈·역전 구간이 있으면 수렴이 실패합니다. 그래서 툴들은 B–H 데이터가 단조 증가하는지 검사하고 스플라인으로 평활화하며, 측정 범위를 넘는 고자장 영역은 μ₀ 기울기로 외삽합니다. 수렴이 까다로울 땐 완화 계수(relaxation)를 주거나 전류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기법도 씁니다.
🔥 철손 모델: 스타인메츠에서 베르토티까지
교류 자화를 받는 코어에서는 철손(core loss)이 발생합니다. 고전적인 실험식은 1890년대 찰스 스타인메츠(C. P. Steinmetz)가 제안한 형태에서 출발합니다.
k, α, β는 재료별로 피팅하는 계수입니다. 사인파 자화에는 잘 맞지만, 인버터 PWM처럼 비정현파 자화에는 오차가 커서 iGSE(improved Generalized Steinmetz Equation) 같은 확장식이 제안되었습니다. 전기기기 분야에서는 손실을 물리 메커니즘별로 나눈 베르토티(Bertotti) 분리 모델이 널리 쓰입니다.
각각 히스테리시스 손실, 고전적 와전류 손실, 과잉(excess, anomalous) 손실 항입니다(히스테리시스 항의 B 지수는 재료에 따라 2가 아닌 값으로 피팅하기도 합니다). FEM 해석에서는 보통 과도 해석으로 각 요소의 자속밀도 파형을 얻은 뒤, 이 모델로 요소별 손실을 후처리해 합산합니다. 고조파가 많은 파형이라면 푸리에 분해 후 고조파별로 합산하는 방식도 씁니다. 더 정밀하게는 제일스–애서튼(Jiles–Atherton) 모델이나 프라이자흐(Preisach) 모델 같은 히스테리시스 모델을 FEM에 직접 결합하기도 하지만 계산 비용과 파라미터 식별 부담이 커집니다.
🥞 적층(라미네이션)과 이방성
모터·변압기 코어는 와전류를 줄이려고 0.2~0.5mm 두께의 절연된 강판을 쌓아 만듭니다. 이 수많은 얇은 층을 하나하나 메시하면 계산이 불가능하므로, 보통 적층 방향과 면내 방향의 등가 물성을 달리한 균질 이방성 재료로 근사하고, 적층 계수(stacking factor, 보통 0.95 전후)로 실효 철 비율을 반영합니다. 변압기에 쓰는 방향성 전기강판(GO)은 압연 방향의 투자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방향별 B–H 곡선을 따로 입력해야 정확합니다.
제조사 데이터시트의 B–H 곡선과 손실 값은 표준 시험편(엡스타인 시험 등)에서 측정된 값입니다. 실제 모터 코어는 타발(punching) 가공 시 절단면 근처 응력과 열화, 용접·코킹·열박음(shrink fit)에 의한 응력 때문에 투자율이 떨어지고 손실이 늘어납니다. 실측과 시뮬레이션 손실이 차이 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 많은 설계팀이 경험적 '빌딩 팩터(building factor)'를 곱해 보정합니다.
🧲 영구자석: 온도와 감자의 공포
네오디뮴(NdFeB) 자석은 강력하지만 온도에 민감합니다. 잔류자속밀도 Br은 1℃당 약 −0.1% 안팎, 보자력은 그보다 큰 비율(재료 등급에 따라 대략 −0.4~−0.6%/℃ 수준)로 감소합니다. 그래서 전기차 구동모터처럼 고온·고전류 조건이 겹치는 설계에서는 최악 온도에서 역자계를 걸었을 때 자석 일부가 비가역 감자되는지를 반드시 FEM으로 확인합니다. 자석 요소별로 동작점을 감자 곡선의 무릎점(knee point)과 비교해 감자 위험 영역을 색으로 표시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08솔버의 세계: 큰 행렬을 푸는 두 갈래 길
메시와 재료, 경계조건을 갖추면 남은 일은 거대한 [K]{x}={F}를 푸는 것입니다. 미지수가 수십만~수천만 개에 이르므로 솔버 선택이 계산 시간과 메모리를 좌우합니다.
⏱️ 주파수 영역 vs 시간 영역
장이 사인파로 정상상태에 있다면 시간 미분을 jω로 바꿔 주파수 영역(harmonic)에서 복소수 해를 한 번에 구합니다. 변압기 와전류 손실, 무선충전 코일의 결합계수, 안테나 S-파라미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단,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선형을 가정합니다. 포화가 있는 코어를 주파수 영역에서 풀 때는 실효 투자율 근사를 쓰는데, 정확도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모터가 회전하면서 인버터 전압으로 구동되고, 코어가 포화와 비포화를 오가는 상황은 시간 영역 과도 해석(transient)으로 풀어야 합니다. 후퇴 오일러(backward Euler) 같은 암시적 시간적분을 쓰며, 시간 간격은 관심 고조파를 잡을 만큼 작게 잡습니다. 예를 들어 슬롯 고조파에 의한 토크 리플을 보려면 전기각 1주기에 수십~수백 스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정상상태에 이르기까지 초기 과도구간이 길어지는 문제(특히 큰 인덕턴스·저항 비율의 회로)는 초기 조건을 정자계 해로 시작하거나 주기성을 이용한 기법으로 단축합니다.
🎵 고유치 해석
공진기, 도파관, 필터 설계에서는 소스 없이 구조가 "스스로 울리는" 주파수를 찾는 고유치(eigenmode) 해석을 씁니다. 공동(cavity) 공진기의 공진 주파수와 Q값, 도파관의 차단 주파수와 모드 분포를 직접 구할 수 있어 필터 초기 설계에 매우 유용합니다. 바로 이 분야에서 앞서 말한 에지 요소의 가치가 결정적으로 드러났습니다.
09FEM만 있는 게 아니다: 전산전자기학 4대 기법 비교
FEM이 만능은 아닙니다. 문제에 따라 더 효율적인 기법이 따로 있고, 상용 툴들은 여러 기법을 혼합(하이브리드)해 제공하기도 합니다. 각 기법의 성격을 알아두면 툴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 기법 | 핵심 원리 | 강점 | 약점 | 잘 맞는 문제 |
|---|---|---|---|---|
| FEM 유한요소법 | 체적을 비정형 요소로 분할, 약형식 해 | 복잡 형상, 비선형·이방성 재료, 다중물리 결합 | 개방 공간은 흡수경계 필요, 3D 대형 문제는 무거움 | 모터, 변압기, 인덕터, 공진 필터, 고유모드 |
| FDTD 유한차분 시간영역 | 1966년 Yee의 엇갈린 격자로 E·H를 시간 전진 | 단순·병렬화 용이, 한 번 실행으로 광대역 응답 | 계단형 격자로 곡면 근사 오차, 미세 구조에 격자 폭증 | 광대역 안테나, 인체 SAR, 광학/나노포토닉스 |
| MoM 모멘트법 | 적분방정식으로 도체 표면 전류만 미지수화 (Harrington, 1968 체계화) | 개방 공간 방사 자연 처리, 표면만 메시 | 밀집 행렬, 복잡한 유전체·비선형 재료 취약 | 와이어·금속 안테나, 레이더 단면적, 대형 플랫폼 |
| FIT 유한적분법 | 맥스웰 방정식의 적분형을 격자 위에서 이산화 (Weiland, 1977) | 시간영역 광대역 해석, 대형 구조에 효율적 | 곡면 근사에 별도 기법 필요 | 고속 커넥터, EMC, 광대역 RF 부품 |
참고로 MoM 계열의 밀집 행렬 문제는 다층 고속 다중극 방법(MLFMM) 같은 가속 기법으로 계산 복잡도를 크게 낮출 수 있어, 항공기·선박 같은 전기적으로 거대한 구조의 산란 해석에 쓰입니다. 실무에서는 "저주파 자기 소자 = FEM", "개방 공간 금속 방사체 = MoM", "광대역 과도 응답 = FDTD/FIT", "복잡한 3D 고주파 부품 = FEM 주파수 영역"이라는 대략적 지도를 먼저 그려 두고, 문제의 특성에 맞춰 조정합니다.
10설계 사례 ①: 영구자석 동기 모터(PMSM)
전기차, 드론, 가전, 로봇 관절까지. 오늘날 전자기 FEM이 가장 활발히 쓰이는 분야는 단연 모터입니다. 모터 FEM 해석의 전형적인 흐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요구 토크·속도·전압·체적으로부터 극수, 슬롯수, 적층 길이, 회전자 지름을 정합니다. 이 단계는 자기회로 모델이나 경험식으로 빠르게 잡고, FEM은 검증과 미세 조정에 씁니다.
전류 없이 자석만으로 회전시키며 역기전력(back-EMF) 파형과 코깅 토크를 구합니다. 역기전력의 고조파 왜곡률(THD)은 토크 리플과 소음의 단서가 됩니다.
d-q축 전류를 스윕해 최대 토크/전류(MTPA) 지점, 릴럭턴스 토크 기여, 토크 리플을 확인합니다. 결과는 d-q 자속 맵, 인덕턴스 맵으로 정리되어 제어기 설계에 바로 넘겨집니다.
속도–토크 평면 전 영역에서 동손, 철손, 자석 와전류 손실을 계산해 효율 맵을 만듭니다. 전기차라면 주행 사이클의 빈번한 운전 영역 효율이 특히 중요합니다.
최고 온도에서의 감자 여부, 단락 고장 전류, 고속 회전 시 회전자 브리지의 기계적 응력(구조 해석 연계)을 점검합니다.
🔩 토크는 어떻게 계산할까
FEM이 주는 것은 장의 분포이고, 토크는 그로부터 후처리로 얻습니다. 대표적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코깅 토크는 정격 토크의 수 % 이하 수준인 작은 값이라 수치 노이즈에 특히 취약합니다. 공극을 여러 층으로 촘촘하게 나누고, 회전 각도 스텝을 슬롯 피치에 맞춰 세밀하게 잡아야 의미 있는 파형이 나옵니다. 코깅 저감을 위한 스큐(skew), 극호비 조정, 노치(notch) 설계도 이 해석 위에서 반복 최적화됩니다. 스큐는 축 방향으로 형상이 변하므로 엄밀히는 3D지만, 실무에서는 축 방향으로 여러 슬라이스의 2D 해석 결과를 각도 오프셋을 줘서 합치는 멀티슬라이스 기법으로 근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D 해석은 축 방향 끝부분 효과를 놓칩니다. 엔드 와인딩의 누설 인덕턴스, 축 방향 자속형(axial flux) 모터, 클로폴(claw pole) 교류발전기, 자석을 축 방향으로 분할했을 때의 와전류 손실 등은 3D 해석이 필요합니다. 특히 고속 모터에서 자석 와전류 손실은 자석 분할 개수와 형상에 크게 좌우되며, 이로 인한 발열이 감자 위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3D 과도 해석으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1설계 사례 ②: 변압기·인덕터·무선충전 코일
🔌 고주파 인덕터: 공극의 프린징을 잡아라
DC-DC 컨버터용 파워 인덕터는 코어에 공극을 둬서 포화를 늦추고 인덕턴스를 안정화합니다. 그런데 공극 주변에서는 자속이 바깥으로 부풀어 나가는 프린징(fringing) 효과가 생기고, 이 프린징 자속이 근처 권선을 관통하면 국부적인 와전류 손실이 크게 늘어납니다. 손계산식은 프린징을 보정계수로 대충 반영할 뿐이지만, FEM은 권선 위치별 손실 분포까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공극을 여러 개로 분산하거나(분산 공극), 권선을 공극에서 떨어뜨리는 설계 판단이 해석으로 뒷받침됩니다.
권선 손실에서는 표피효과와 함께 근접효과(proximity effect)가 중요합니다. 이웃 도체가 만든 자기장이 도체 안에 와전류를 유도해 전류 분포를 한쪽으로 쏠리게 하는 현상으로, 다층 권선에서 층수가 늘수록 교류 저항이 급증합니다. 이를 다루는 고전적 해석 모델로 다우엘(Dowell, 1966)의 1차원 모델이 유명하지만, 공극 근처처럼 장이 2D·3D로 휘는 영역에서는 FEM이 훨씬 정확합니다.
⚡ 전력 변압기: 누설 리액턴스와 단락 기계력
전력 변압기 설계에서 FEM은 누설 리액턴스(단락 임피던스) 계산, 탱크·구조물의 표류 손실(stray loss)로 인한 국부 과열(hot spot) 예측, 단락 시 권선에 가해지는 전자기력 산정에 쓰입니다. 단락 전류는 정격의 수십 배에 이를 수 있고, 힘은 전류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권선이 축 방향·반경 방향으로 받는 힘을 정확히 알아야 기계적 지지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절연 설계에서는 정전계 해석으로 전계 집중 부위를 찾아 부분방전 위험을 줄입니다.
📱 무선 전력 전송(WPT) 코일
스마트폰 무선충전(Qi 규격은 대략 100~205kHz 대역 사용)이나 전기차 무선충전(SAE J2954는 85kHz 대역을 공칭 주파수로 규정) 코일 설계는 와전류 FEM의 대표 응용입니다. 핵심 지표는 송수신 코일의 자기 인덕턴스, 상호 인덕턴스, 결합계수 k입니다.
FEM으로 코일 정렬 오차(좌우 어긋남, 간격 변화)에 따른 k의 변화를 스윕하면 공진 보상 회로 설계 범위가 정해집니다. 코일 뒤에 붙는 페라이트 판은 자속을 모아 결합을 높이고, 그 뒤의 알루미늄 차폐판은 차량·기기 쪽으로 새는 자기장을 막습니다. 여기에 인체 노출 기준(예: ICNIRP 가이드라인) 만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 공간의 자기장 세기를 함께 평가합니다. 페라이트는 포화 자속밀도가 전기강판보다 낮으므로(대체로 0.3~0.5T 수준), 대전력 조건에서 국부 포화가 없는지도 반드시 봐야 합니다.
12설계 사례 ③: 안테나·RF 필터·고속 회로
주파수가 GHz로 올라가면 FEM은 풀웨이브 모드로 바뀌고, 관심사는 S-파라미터, 방사 패턴, 이득, 효율, 임피던스 정합으로 옮겨갑니다.
📡 안테나 설계 워크플로
🎛️ 마이크로파 필터
공동(cavity) 필터나 유전체 공진기 필터는 고유모드 해석으로 공진기 하나의 주파수를 맞추고, 인접 공진기 간 결합계수를 추출해 원하는 필터 응답(체비셰프 등)의 결합 행렬과 비교하며 치수를 맞춥니다. 전체 필터를 한 번에 최적화하면 변수가 너무 많아 수렴이 어렵기 때문에, 공진기와 결합 구조를 단계적으로 맞춰 가는 이런 분해 전략이 실무의 정석입니다. 5G 기지국 필터처럼 대량 생산되는 부품은 제작 공차에 따른 응답 변화(민감도 해석)가 수율을 좌우합니다.
💻 신호 무결성(SI)과 전원 무결성(PI)
수십 Gbps급 고속 직렬 링크에서는 PCB 비아, 커넥터, 패키지의 불연속이 반사와 크로스토크를 만듭니다. 3D FEM으로 비아 전이 구조의 S-파라미터를 추출하고, 이를 회로 시뮬레이터에서 송수신기 모델과 결합해 아이 다이어그램을 평가합니다. 이때 추출한 S-파라미터가 수동성(passivity)과 인과성(causality)을 만족하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시간영역 시뮬레이션에서 비물리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 SI 엔지니어들이 자주 겪는 함정입니다.
13다중물리(Multiphysics): 전자기는 혼자 일하지 않는다
실제 제품에서 전자기 현상은 열·구조·유체·회로와 맞물려 돌아갑니다. 전자기 해석만 정확해도 나머지가 엉망이면 설계는 실패합니다.
결합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의 행렬로 모든 물리를 동시에 푸는 강결합(monolithic)은 견고하지만 무겁고, 각 물리를 따로 풀고 결과를 주고받는 약결합(staggered/one-way·two-way)은 유연하지만 시간 스케일이 다른 물리 사이의 데이터 전달과 수렴 관리가 필요합니다. 전자기의 시간상수(ms 이하)와 열의 시간상수(초~시간)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대개 전자기는 주기 평균 손실로 압축해 열 해석에 넘기는 방식을 씁니다.
14최적화: 해석기를 '설계기'로 업그레이드하기
시뮬레이션의 진짜 가치는 한 번의 해석이 아니라 수백 번의 반복으로 최적 설계를 찾는 데 있습니다.
🎯 파라메트릭 스윕과 실험계획법
자석 두께, 슬롯 개구폭, 극호비처럼 설계 변수를 정하고 범위를 스윕합니다. 변수가 많아지면 전수 조합이 불가능하므로 라틴 하이퍼큐브 샘플링 같은 실험계획법(DoE)으로 효율적으로 샘플을 뽑고, 응답 곡면(response surface)이나 크리깅(Kriging), 신경망 같은 대리모델(surrogate model)을 학습시켜 빠르게 탐색합니다.
🧬 다목적 최적화
모터 설계는 "토크 최대, 토크 리플 최소, 자석 사용량 최소, 효율 최대"처럼 목표들이 서로 충돌합니다. NSGA-II 같은 유전 알고리즘으로 파레토 전선(Pareto front)을 구하면, 엔지니어는 "토크를 2% 양보하면 리플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같은 트레이드오프를 한눈에 보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희토류 가격 변동을 고려해 자석량을 줄이는 설계는 최근 산업계의 중요한 화두입니다.
🌱 수반법(Adjoint)과 위상 최적화
변수가 수천~수백만 개(예: 요소 하나하나에 재료가 있을지 없을지)라면 하나씩 섭동하는 방식으로는 감도를 구할 수 없습니다. 수반 변수법(adjoint method)은 원래 문제 한 번과 수반 문제 한 번만 풀어 모든 변수에 대한 감도를 얻습니다. 이를 이용한 위상 최적화(topology optimization)는 철심·자석·공기의 배치를 백지에서 자동으로 찾아내며, 회전자 플럭스 배리어 형상이나 자기 차폐 구조 설계에 연구·적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결과 형상이 제작 불가능하거나 너무 복잡할 수 있어, 최소 두께 등 제조 제약을 함께 거는 것이 관건입니다.
최적점이 날카로운 봉우리 위에 있으면 제작 공차 몇 µm에 성능이 무너집니다. 자석 착자 편차, 공극 편차, 강판 물성 편차를 확률분포로 넣는 공차·몬테카를로 해석으로 성능의 산포까지 평가하면, 양산에서 살아남는 설계를 고를 수 있습니다. 명목 성능이 조금 낮아도 산포가 작은 설계가 실제로는 더 좋은 설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15검증과 확인(V&V): 예쁜 컬러맵을 의심하라
FEM 결과는 늘 그럴듯한 무지개색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해석이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메시 수렴 연구, 해석해가 있는 단순 문제와의 비교, 에너지 보존 확인 등 수치적 정확성을 점검합니다.
실측과 비교해 모델링 가정(재료, 경계조건, 2D 근사 등)이 실제 물리를 대표하는지 판단합니다.
📉 메시 수렴 연구 하는 법
관심 있는 출력값(토크, 인덕턴스, 손실, S11)을 정하고, 메시를 단계적으로 세분화하며 값의 변화를 기록합니다. 변화율이 목표 허용치(예: 1% 이내) 안으로 들어오면 그 메시를 채택합니다. 중요한 점은 전체 에너지 같은 적분량은 빨리 수렴하지만, 국부 최댓값(모서리의 자속밀도 피크, 응력 집중)은 훨씬 느리게, 혹은 기하학적 특이점 때문에 아예 발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날카로운 직각 모서리의 자속밀도는 이론적으로 특이점을 가질 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모서리 라운드를 반영하거나 국부 피크 대신 평균값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 벤치마크 문제: TEAM Workshop
전산전자기학 커뮤니티는 TEAM(Testing Electromagnetic Analysis Methods) Workshop 벤치마크 문제들을 통해 코드의 정확도를 공개적으로 비교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TEAM Problem 7은 구멍 뚫린 알루미늄 판 위의 비대칭 코일이 만드는 와전류 문제로, 측정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어 3D 와전류 솔버 검증의 고전으로 쓰입니다. 새로운 툴이나 직접 짠 코드를 검증할 때 이런 표준 문제를 먼저 풀어보는 것은 좋은 습관입니다.
🔬 실측과 비교할 때 체크할 것
역기전력은 측정이 쉽고 자석 성능·공극 모델링의 정확도를 잘 드러내므로 모터 모델 검증의 1순위 지표입니다. 인덕턴스는 LCR 미터나 전류 상승 기울기로 측정하되, 포화 영향이 있으므로 측정 전류 조건을 시뮬레이션과 맞춰야 합니다. 손실 비교는 가장 어렵습니다. 측정 손실에는 기계손(베어링 마찰, 풍손)과 부유 손실이 섞여 있고, 시뮬레이션에는 가공 열화가 빠져 있기 쉽기 때문입니다. 불일치가 나면 "툴이 틀렸다"보다 "어떤 가정이 현실과 달랐나"를 먼저 묻는 것이 V&V의 태도입니다.
16현업에서 자주 터지는 함정 체크리스트
17툴 지형도: 무엇으로 돌릴까
전자기 FEM 툴은 용도별로 강점이 다릅니다. 아래는 업계와 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툴들의 대략적인 성격입니다(기능은 버전에 따라 계속 확장되므로 도입 전 최신 사양 확인을 권합니다).
| 분류 | 툴 | 성격 |
|---|---|---|
| 상용 · 저주파 | Ansys Maxwell | 모터·변압기·액추에이터 2D/3D 전자기 FEM, 회로·열·구조 연성 |
| JMAG | 일본 JSOL의 전기기기 특화 FEM, 모터 설계 워크플로와 손실 모델이 강점 | |
| Simcenter MAGNET | Siemens의 저주파 전자기 FEM(구 Infolytica) | |
| Altair Flux | 전기기기·센서·유도가열 등 저주파 해석 | |
| 상용 · 고주파 | Ansys HFSS | 3D 풀웨이브 FEM의 대표 주자, 적응형 메시 기반 S-파라미터 해석 |
| CST Studio Suite | Dassault Systèmes, FIT 시간영역 솔버를 중심으로 FEM·MoM 등 다중 솔버 제공 | |
| Altair Feko | MoM/MLFMM 중심, 대형 플랫폼 안테나 배치·산란 해석 | |
| 상용 · 범용 | COMSOL Multiphysics | 방정식 기반 범용 FEM, AC/DC·RF 모듈과 자유로운 다중물리 결합 |
| 오픈소스 | FEMM | David Meeker의 2D 정자계·정전계·열 해석 무료 툴, 교육·초기 모터 설계에 인기 |
| Elmer FEM | 핀란드 CSC 개발 다중물리 FEM, 전자기 모듈 포함 | |
| GetDP + Gmsh | 벨기에 리에주대학 중심 개발, 정식화를 직접 기술하는 유연한 FEM과 메시 생성기 | |
| openEMS | FDTD 기반 오픈소스 전자기 시뮬레이터(FEM은 아니지만 RF 입문용으로 유용) |
FEMM은 Lua 스크립트로 파라메트릭 스윕을 자동화할 수 있고, 파이썬에서 제어하는 라이브러리도 있어 학생과 개인 개발자에게 훌륭한 출발점입니다. 상용 툴은 고가이지만, 학생용 무료 버전이나 교육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내에 툴은 있지만 숙련자가 부족한 스타트업이라면, 재능넷 같은 재능 공유 플랫폼에서 해석 경험이 있는 프리랜서 엔지니어에게 모델 셋업 검토나 결과 해석 코칭을 받는 것도 시행착오를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18다가오는 흐름: AI, 클라우드, 디지털 트윈
전자기 시뮬레이션의 판도는 지금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큰 흐름을 짚어 봅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물리를 근사했는지, 그 근사가 언제 깨지는지 아는 엔지니어의 판단입니다. AI가 메시를 자동으로 짜고 최적화를 대신 돌려줘도, "이 문제에서 변위전류를 무시해도 되는가", "이 손실 차이는 가공 열화 때문인가"를 묻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19마무리: 장(場)을 읽는 사람이 설계를 이긴다
전자기 FEM 해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보이지 않는 장을 작은 요소로 쪼개 보이게 만들고, 그 그림을 읽어 더 나은 형상을 찾는 일.
그 과정은 맥스웰 방정식에서 문제의 체급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약형식과 갤러킨 방법으로 행렬을 만들고, 표피 깊이와 공극을 존중하는 메시를 짜고, 무한 공간을 경계조건으로 담아내고, 포화와 히스테리시스를 품은 재료를 모델링하는 단계를 지납니다. 그 위에서 모터의 토크 리플을 다듬고, 인덕터의 프린징 손실을 잡고, 안테나의 정합을 맞추며, 열·구조·회로와 손을 잡고, 최적화로 수백 개의 설계를 걸러냅니다. 마지막엔 반드시 메시 수렴과 실측으로 결과를 의심하고 확인합니다.
— 통계학자 조지 박스(George E. P. Box)
FEM 모델도 마찬가지입니다. 완벽한 모델은 없지만, 가정을 이해하고 한계를 아는 엔지니어의 손에서 FEM은 시제품 수십 개를 대신하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처음이라면 FEMM으로 간단한 전자석의 흡인력을 계산해 손계산과 비교해 보세요. 자속선이 철심을 따라 휘어 들어가는 그림을 처음 보는 순간, 교과서 속 맥스웰 방정식이 갑자기 살아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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