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표 이미지 - 국제우주정거장(ISS) 5개 우주기관 협력으로 25년간 궤도를 지켜온 유인 시설의 구조와 운용 원리

국제우주정거장(ISS) 5개 우주기관 협력으로 25년간 궤도를 지켜온 유인 시설의 구조와 운용 원리

🛰️ 지금 이 순간에도 머리 위 약 400km 상공에서는 축구장만 한 크기의 구조물이 초속 약 7.66km로 지구를 돌고 있습니다. 약 90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 하루 약 16번. 그 안에서는 사람들이 일하고, 먹고, 자고, 운동합니다.

2000년 11월 2일 첫 장기 체류 승무원이 도착한 이후 단 하루도 사람이 비지 않은 곳. 2025년 11월로 연속 유인 체류 25주년을 맞은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은 인류가 만든 가장 크고 오래 운용된 '궤도 위 모빌리티'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 ISS 고도 약 400km · 초속 약 7.66km · 약 90분에 한 바퀴 2000.11.2 이후 연속 유인 체류 25년

🚀 궤도 모빌리티🌍 국제 협력🔬 미세중력 연구소🧑‍🚀 장기 체류

1. ISS는 '건물'일까 '탈것'일까? 모빌리티 관점에서 보는 정거장

보통 '정거장'이라고 하면 버스나 기차가 멈추는 고정된 장소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ISS는 단 한 순간도 멈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만든 유인 시설 중 가장 빠르게 계속 움직이는 물체에 가깝습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27,600km,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분이면 지나가는 속도입니다.

ISS가 모빌리티 분야에서 흥미로운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ISS 자체가 스스로 고도와 자세를 유지하는 궤도 비행체라는 점입니다. 엔진을 분사해 고도를 올리고(리부스트), 우주 쓰레기를 피해 회피 기동을 하며, 자이로스코프로 몸을 돌립니다.
둘째, ISS는 지구와 궤도를 잇는 교통망의 종착지입니다. 러시아 소유스, 스페이스X 크루 드래건, 보잉 스타라이너 같은 유인 우주선과 프로그레스, 카고 드래건, 시그너스 같은 화물선이 정해진 '노선'처럼 오갑니다.
셋째, 그 안에서 사람과 물자가 움직이는 방식, 즉 미세중력 속 이동이 지상과 완전히 다릅니다. 걷는 대신 손잡이를 잡고 몸을 밀어 이동하고, 짐은 벨크로와 끈으로 고정합니다.

💡 핵심 포인트
ISS는 '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다만 옆으로 워낙 빠르게 날아가기 때문에 떨어지는 만큼 지구 표면이 둥글게 휘어져 나가서, 결국 땅에 닿지 않고 지구 둘레를 계속 도는 것입니다. 이것이 궤도 운동의 본질입니다.

2. 숫자로 먼저 만나는 ISS

ISS의 규모를 실감하려면 숫자부터 보는 게 빠릅니다. 아래 수치는 NASA가 공개한 대표값을 기준으로 정리한 것으로, 일부는 모듈 추가나 궤도 조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약 109m
트러스 끝에서 끝까지 길이
(미식축구장 엔드존 포함 길이와 비슷)
약 420톤
전체 질량
(자동차 약 300대 이상 무게)
약 916㎥
가압 공간 부피
(방 6개짜리 주택보다 넓은 수준)
약 400km
평균 운용 고도
(대략 370~460km 범위에서 조정)
51.6°
궤도 경사각
(지구 인구 대부분이 사는 지역 상공 통과)
약 92분
궤도 1회 주기
(하루 약 15.5~16회 공전)

여기서 하나 눈여겨볼 점은 '가압 공간 916㎥'와 '거주 가능 공간'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장비와 실험 랙(rack)이 차지하는 공간을 빼면 승무원이 실제로 움직이며 생활하는 공간은 약 388㎥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6~7명이 함께 사는 데 충분한 크기이고, 침실 역할을 하는 개인 승무원 구역과 화장실, 운동 장비, 주방 공간이 나뉘어 있습니다.

3. 25년의 역사, 한 장의 타임라인으로

ISS는 한 번에 발사된 것이 아니라 레고처럼 궤도에서 하나씩 조립된 구조물입니다. 우주왕복선(스페이스 셔틀)과 러시아 프로톤·소유스 로켓이 모듈을 실어 날랐고, 우주비행사들은 로봇팔과 수백 시간의 선외활동(EVA, 우주유영)으로 연결 작업을 마쳤습니다.

1984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유인 우주정거장 개발 계획(이후 '프리덤' 계획)을 발표. 유럽·일본·캐나다가 협력 의사를 밝힘.
1993
냉전 종식 후 미국과 러시아가 정거장 계획 통합에 합의. 러시아의 미르-2 계획과 미국 계획이 합쳐지며 '국제우주정거장' 구상이 본격화.
1998.1
15개국 정부가 국제우주정거장 정부간 협정(IGA)에 서명. 법적·운영적 협력의 뼈대가 마련됨.
1998.11.20
첫 모듈 '자랴(Zarya)'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에서 프로톤 로켓으로 발사.
1998.12
미국 연결 모듈 '유니티(Unity)'가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로 올라가 자랴와 결합.
2000.7
러시아 서비스 모듈 '즈베즈다(Zvezda)' 도킹. 생명유지와 거주 기능의 중심이 갖춰짐.
2000.11.2
제1차 장기 체류팀(Expedition 1) 빌 셰퍼드, 유리 기젠코, 세르게이 크리칼료프 도착. 연속 유인 체류의 시작.
2001
미국 실험 모듈 '데스티니(Destiny)'와 캐나다 로봇팔 '캐나다암2' 설치.
2003
컬럼비아호 사고로 우주왕복선 비행이 중단. 이 기간 승무원 수를 2명으로 줄이고 소유스로만 교대.
2008
유럽 '콜럼버스(Columbus)' 모듈과 일본 '키보(Kibo)' 첫 구성품 도착. 같은 해 4월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이 소유스 TMA-12로 ISS를 방문.
2009
상주 승무원이 6명 체제로 확대.
2010
'트랭퀼리티(Tranquility)' 노드와 전망창 모듈 '큐폴라(Cupola)' 설치.
2011
우주왕복선 마지막 비행(STS-135). 미국 측 구역 조립이 사실상 완료.
2012
스페이스X 드래건이 민간 우주선 최초로 ISS에 화물 전달.
2020.5
크루 드래건 Demo-2 비행으로 미국 땅에서 9년 만에 유인 발사 재개.
2021
러시아 다목적 실험 모듈 '나우카(Nauka)'와 도킹 노드 '프리찰(Prichal)' 결합. 신형 롤아웃 태양전지판(iROSA) 설치 시작.
2024
보잉 스타라이너 첫 유인 시험비행(CFT). NASA는 2030년 운용 종료 후 정거장을 대기권으로 안전하게 진입시킬 미국 궤도이탈선(USDV) 개발을 스페이스X에 맡김.
2025.11.2
연속 유인 체류 25주년.
🎉 재미있는 사실
2000년 11월 이후 태어난 사람은 '지구 밖에 인간이 없던 시절'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세대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 성인이 된 20대 초반 세대 전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4. '5개국 협력'의 진짜 의미: 5개 우주기관, 15개국

ISS를 흔히 '5개국 협력'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5개 우주기관이 파트너입니다. 이 중 유럽우주국(ESA)은 여러 회원국이 참여하는 국제기구이기 때문에, 실제 협정에 서명한 국가는 1998년 정부간 협정 기준 15개국입니다.

파트너대표 기여역할 키워드
🇺🇸 NASA(미국)데스티니·유니티·하모니·트랭퀼리티 모듈, 주 트러스와 태양전지판, 우주왕복선 조립 비행, 상업 수송 계약전력·통합 운영의 중심
🇷🇺 로스코스모스(러시아)자랴·즈베즈다·나우카·프리찰 등 러시아 구역, 소유스·프로그레스 우주선추진·고도 유지, 유인 수송
🇪🇺 ESA(유럽)콜럼버스 실험 모듈, 큐폴라·하모니·트랭퀼리티 제작 참여, ATV 화물선(2008~2014), 유럽 로봇팔(ERA)과학 실험, 모듈 제작
🇯🇵 JAXA(일본)키보 실험 모듈(가압부·노출부·로봇팔), HTV '코노토리' 화물선, 차세대 HTV-X최대 규모 단일 실험 모듈
🇨🇦 CSA(캐나다)캐나다암2, 덱스터(Dextre), 이동 기지 시스템로봇 기술, 조립·정비

협력 구조의 핵심은 '나눠서 만들고, 기여에 비례해 쓴다'입니다. 각 파트너는 자신이 제공한 요소에 대해 관할권과 운영 책임을 갖고, 승무원 탑승 기회와 실험 자원도 기여도에 따라 배분됩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의 구역을 상호 의존적으로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러시아 구역은 고도를 올리는 추진력을, 미국 구역은 대용량 전력과 자세 제어용 자이로스코프를 주로 담당합니다. 어느 한쪽이 빠지면 정거장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인 셈입니다.

🤝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
한 국가가 감당하기에는 비용과 기술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우주를 매개로 한 장기 협력은 외교적 신뢰를 쌓는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냉전 시기 경쟁자였던 미국과 러시아가 같은 공기를 나눠 마시며 25년을 버틴 것은 ISS가 남긴 가장 상징적인 성과 중 하나로 꼽힙니다.

5. 구조 해부: 모듈, 트러스, 태양전지판

ISS는 크게 가압 모듈(사람이 사는 원통형 공간)과 비가압 구조물(뼈대 역할의 트러스, 태양전지판, 방열판, 외부 장비)로 나뉩니다. 운영상으로는 러시아 궤도 구역(ROS)과 미국 궤도 구역(USOS)으로 구분하는데, USOS에는 유럽·일본·캐나다 요소가 포함됩니다.

ISS 주요 모듈 배치 (단순화) 통합 트러스 구조물 (태양전지판·방열판 장착) 하모니 콜럼버스 키보 데스티니 유니티 트랭퀼리티 큐폴라 퀘스트 에어록 자랴 즈베즈다 나우카 프리찰 포이스크 등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캐나다암2는 트러스 레일 위를 이동하며 모듈 결합·화물선 포획·우주유영 보조를 담당

5-1. 가압 모듈: 사람이 사는 원통들

자랴(Zarya)는 ISS의 첫 부품입니다. 러시아가 제작했지만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 초기에는 추진과 전력을 제공했고 지금은 주로 저장 공간과 연료 탱크 역할을 합니다.
즈베즈다(Zvezda)는 러시아 구역의 심장입니다. 초기 생명유지 시스템, 승무원 거주 공간, 주 추진 엔진을 갖추고 있어 정거장 전체의 고도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데스티니(Destiny)는 미국의 주력 실험실로, 실험 랙을 장착하는 표준 규격 공간과 지구 관측용 창을 갖췄습니다.
하모니(Harmony)와 트랭퀼리티(Tranquility)는 여러 모듈을 잇는 교차로 역할의 노드입니다. 하모니에는 승무원 개인 숙소가 있고, 트랭퀼리티에는 물 재생 장치·산소 발생 장치·운동 기구 등 생활 기반 시설이 모여 있습니다.
콜럼버스(Columbus)는 ESA의 실험실, 키보(Kibo, 일본어로 '희망')는 JAXA의 실험실로 ISS에서 가장 큰 단일 모듈입니다. 키보는 우주 공간에 직접 노출되는 외부 실험 플랫폼과 전용 에어록, 로봇팔까지 갖추고 있어 소형 위성(큐브샛)을 우주로 내보내는 '발사대' 역할도 합니다.
큐폴라(Cupola)는 7개의 창으로 이루어진 전망 모듈입니다. 로봇팔 조종석이자,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사진을 찍는 명소입니다.

5-2. 트러스: 정거장의 등뼈

약 109m 길이의 통합 트러스 구조물(ITS)은 정거장의 척추입니다. 태양전지판, 방열판, 배터리, 외부 실험 장비, 통신 안테나가 이곳에 붙어 있고, 캐나다암2를 실은 이동 기지(Mobile Base System)가 트러스 위 레일을 따라 움직입니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어 기계 부품의 윤활과 열팽창 문제가 까다로운데, 트러스의 회전 관절(SARJ)은 태양을 따라 전지판을 돌리는 거대한 회전축 역할을 합니다.

5-3. 태양전지판: 궤도 위 발전소

ISS의 주 태양전지 날개는 모두 8장이며, 날개를 펼친 폭은 약 73m로 대형 여객기의 날개폭보다 깁니다. 하지만 오랜 우주 방사선과 원자 산소 노출로 효율이 점점 떨어지자, NASA는 2021년부터 iROSA(ISS 롤아웃 태양전지판)라는 신형 전지판을 기존 날개 위에 덧대어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 두루마리처럼 말린 채 운반해 우주에서 펼치는 방식이라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ISS는 궤도 한 바퀴(약 92분) 가운데 약 3분의 1 이상을 지구 그림자 속에서 보냅니다. 그동안에는 배터리로 버텨야 하는데, 초기의 니켈-수소 배터리는 2017년부터 진행된 교체 작업을 통해 더 가볍고 효율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로 바뀌었습니다. 이 교체에는 일본 HTV 화물선과 여러 차례의 우주유영이 동원되었습니다.

6. 궤도 역학: ISS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와 계속 밀어 올려야 하는 이유

ISS가 궤도를 유지하는 원리는 '균형'입니다. 지구 중력은 정거장을 계속 지구 쪽으로 끌어당기고, 정거장은 수평 방향으로 엄청난 속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도 약 400km에서 원궤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속도가 대략 초속 7.66km입니다. 이 속도보다 느리면 점점 낮아지고, 훨씬 빠르면 타원 궤도로 멀어집니다.

궤도는 '계속 떨어지는' 운동 지구 옆으로 초속 7.66km 중력이 아래로 끌어당김 실제 경로: 휘어지며 지구를 돎 떨어지는 만큼 지표면도 둥글게 멀어져 계속 공전 고도 약 400km · 지표 중력의 약 90%가 여전히 작용

6-1. 무중력? 사실은 '미세중력'

많은 사람이 ISS를 '무중력 공간'이라고 생각하지만, 고도 400km에서도 중력은 지표면의 약 90%나 작용합니다. 그런데도 우주비행사가 둥둥 떠다니는 이유는 정거장과 사람이 함께 같은 속도로 자유낙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진 순간 안에 있는 사람이 떠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무중력' 대신 미세중력(microgravity)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대기 저항, 승무원 움직임, 장비 진동 등으로 아주 미세한 가속도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6-2. 고도가 낮아지는 이유: 희박한 대기의 마찰

400km 상공도 완전한 진공은 아닙니다. 아주 희박한 대기가 남아 있어 정거장에 꾸준히 저항을 걸고, 그 결과 ISS는 조금씩 고도를 잃습니다. 하강 속도는 태양 활동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태양 활동이 활발하면 지구 상층 대기가 부풀어 올라 저항이 커지고 고도 손실도 빨라집니다.

그래서 ISS는 주기적으로 리부스트(reboost), 즉 엔진을 분사해 고도를 다시 끌어올립니다. 주로 즈베즈다 모듈의 엔진이나 도킹한 러시아 프로그레스 화물선의 엔진을 사용하며, 2022년부터는 미국 시그너스 화물선도 리부스트 시험에 성공해 고도 유지 수단이 다양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카고 드래건에도 리부스트용 장비를 실어 활용하고 있습니다.

⚠️ 모빌리티 포인트: 우주 쓰레기 회피
지구 궤도에는 수명이 끝난 위성, 로켓 잔해, 파편이 엄청나게 떠 있습니다. 미국 우주군 등이 추적하는 물체가 ISS 근처를 통과할 위험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ISS는 잔해 회피 기동(PDAM)을 실시합니다. 지금까지 수십 차례 이런 회피 기동을 했고, 시간이 부족할 경우 승무원이 귀환용 우주선에 대피해 상황을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고속도로 위 낙하물을 피하는 운전과 비슷하지만, 상대 속도가 초속 수 km에 달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6-3. 자세 제어: 엔진 없이 몸을 돌리는 방법

정거장의 '자세'(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태양전지판을 태양 쪽으로, 통신 안테나를 위성 쪽으로, 방열판을 그늘 쪽으로 향하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구역에는 제어 모멘트 자이로(CMG) 4개가 있는데, 내부에서 고속으로 회전하는 휠의 축을 기울여 반작용으로 정거장을 회전시킵니다. 연료를 쓰지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큰 회전이나 CMG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러시아 구역의 추진기를 사용합니다.

2021년 나우카 모듈 도킹 직후, 모듈의 추진기가 의도치 않게 점화되면서 정거장이 회전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상 관제팀은 즈베즈다 엔진과 프로그레스 엔진을 반대 방향으로 분사해 자세를 되돌렸습니다. 이 사건은 ISS가 얼마나 복잡한 상호 의존 시스템인지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7. 궤도 교통망: ISS를 오가는 우주선들

ISS가 25년이나 운영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끊김 없는 수송 체계입니다. 사람과 식량, 물, 실험 장비, 예비 부품, 연료를 정기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정거장은 몇 달도 버틸 수 없습니다. 지상의 물류 네트워크처럼, ISS에도 '유인 노선'과 '화물 노선'이 있습니다.

구분우주선운영 주체특징
유인우주왕복선NASA1998~2011 조립 핵심. 대형 모듈 운반, 2011년 퇴역
유인소유스로스코스모스3인승. 2011~2020년 사실상 유일한 유인 수송 수단
유인크루 드래건스페이스XNASA 상업 승무원 프로그램. 2020년부터 정기 교대 비행
유인스타라이너보잉2024년 유인 시험비행. 추진계 문제로 승무원은 드래건으로 귀환
화물프로그레스로스코스모스연료 보급과 리부스트 담당. 소유스 기반 무인선
화물카고 드래건스페이스X지구로 실험 시료를 회수할 수 있는 귀환형 화물선
화물시그너스노스럽 그러먼재진입 시 소각되어 폐기물 처리도 겸함
화물ATVESA2008~2014년 5회 비행. 대형 화물·리부스트
화물HTV(코노토리)JAXA2009~2020년 9회 비행. 대형 부품·배터리 운반
화물HTV-XJAXAHTV 후속 신형 화물선

7-1. 도킹과 버싱: 두 가지 '주차' 방식

우주선이 ISS에 붙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도킹 Docking
우주선이 스스로 접근해 포트에 직접 결합. 소유스·프로그레스·크루 드래건 등이 사용. 자동 랑데부 시스템과 센서로 정밀 접근.
버싱 Berthing
우주선이 정거장 근처(약 10m)에 멈추면 캐나다암2가 잡아서 포트에 끼워 넣음. 시그너스, 과거 HTV와 초기 드래건이 사용.

도킹은 일종의 '자율주행 주차'이고, 버싱은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주차'하는 방식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미국 측 포트에는 국제 표준에 맞춘 도킹 어댑터(IDA)가 설치되어 있어, 서로 다른 회사가 만든 우주선도 같은 규격으로 결합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충전 커넥터 표준화와 비슷한 개념이지요.

7-2. 랑데부의 묘미: 쫓아가려면 먼저 내려가라

궤도 역학에는 직관과 반대되는 재미있는 규칙이 있습니다. 앞에 있는 ISS를 따라잡으려면 오히려 더 낮은 궤도로 내려가야 합니다. 낮은 궤도일수록 공전 주기가 짧아 더 빨리 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주선은 발사 후 ISS보다 낮은 궤도에서 거리를 좁힌 뒤, 엔진을 단계적으로 분사해 고도를 높이면서 접근합니다.

과거에는 이 과정에 이틀가량 걸렸지만, 러시아는 궤도 계산 기법을 발전시켜 발사 후 약 3시간 만에 도킹하는 초고속 랑데부까지 성공시켰습니다. 크루 드래건은 보통 발사 후 약 하루 안팎에 도킹합니다.

7-3. 위기에 빛난 교통망의 '이중화'

ISS 25년 역사에서 교통망의 이중화는 여러 번 정거장을 구했습니다. 2003년 컬럼비아호 사고 이후 우주왕복선이 멈췄을 때는 소유스와 프로그레스가 정거장을 지탱했습니다. 2011년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약 9년간 미국은 러시아 소유스 좌석을 구매해 승무원을 보냈습니다. 2020년 크루 드래건이 운항을 시작하면서 유인 수송 수단이 다시 두 개로 늘어났고, 2024년 스타라이너 시험비행 승무원이 예정보다 훨씬 긴 체류 끝에 2025년 3월 크루 드래건으로 귀환한 사례도 대체 수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 모빌리티 교훈
ISS의 수송 체계는 '하나의 수단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교통 설계의 기본 원칙을 극한 환경에서 증명했습니다. 지상의 철도·항공·해운이 서로를 보완하듯, 궤도 교통도 여러 국가와 기업의 우주선이 서로의 공백을 메웠습니다.

8. 생명유지 시스템(ECLSS): 우주에서 숨 쉬고 물 마시는 법

ISS가 '유인 시설'인 이상 가장 중요한 시스템은 사람을 살아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NASA는 이를 환경 제어 및 생명 유지 시스템(ECLSS)이라고 부릅니다. 공기, 물, 온도, 습도, 화재 감지, 폐기물 관리를 모두 포함합니다.

ISS 물 재생 순환 (단순화) 🧑‍🚀 승무원 마시고·씻고·숨 쉼 소변 처리 장치 증류로 물 회수 습기 응축 땀·호흡 수분 포집 물 처리 장치 여과·촉매 산화·검사 깨끗한 물 물 회수율 약 98% 달성 (2023) 일부는 전기분해로 산소 생산에도 쓰임

8-1. 물: "어제의 커피가 오늘의 커피"

우주비행사들 사이에는 "어제의 커피를 오늘의 커피로 마신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ISS의 물 재생 시스템은 승무원의 소변, 땀, 호흡으로 나온 수분까지 모아 정화해 다시 마실 수 있는 물로 만듭니다. NASA는 2023년 소변 처리 장치에 개선된 염수 처리 장치를 더해 전체 물의 약 98%를 회수하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달이나 화성처럼 보급이 어려운 장거리 임무를 위한 핵심 기술입니다.

정화된 물은 지상의 일반 수돗물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되며, 지속적으로 수질을 검사합니다. 러시아 구역도 자체 물 재생 장치를 운영하며, 일부 물은 화물선으로 지상에서 공급받기도 합니다.

8-2. 공기: 산소는 만들고, 이산화탄소는 빼고

ISS 안의 공기는 지상과 거의 같은 압력(약 1기압)과 조성(질소 약 78%, 산소 약 21%)을 유지합니다. 산소는 주로 물의 전기분해로 만듭니다. 태양전지판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나누고, 산소는 실내로 보냅니다. 미국 구역의 산소 생성 시스템(OGS)과 러시아 구역의 '엘렉트론(Elektron)'이 이 역할을 합니다. 비상시를 대비해 고압 산소 탱크와 화학 반응으로 산소를 내는 고체 연료 산소 발생기도 갖추고 있습니다.

사람이 내쉬는 이산화탄소는 흡착제를 이용하는 장치(미국 CDRA, 러시아 '보즈두흐')로 제거합니다. 또 전기분해에서 나온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물을 만드는 사바티에(Sabatier) 반응 장치도 운영해, 버려질 수 있는 자원을 다시 물로 돌리는 순환을 시도해왔습니다.

😴 생활 속 디테일
미세중력에서는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는 대류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환기가 없으면 잠든 우주비행사의 얼굴 주변에 내쉰 이산화탄소가 고일 수 있습니다. 승무원 숙소마다 환기 팬이 있는 이유입니다. 촛불을 켜도 불꽃이 위로 길쭉해지지 않고 동그란 공 모양이 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8-3. 열 관리: 낮 120℃, 밤 영하 150℃를 오가는 환경

궤도에서 태양을 직접 받는 면은 매우 뜨거워지고 그늘진 면은 극도로 차가워집니다. 대략 섭씨 영상 120도에서 영하 150도 범위의 극단적 온도 차가 알려져 있습니다. ISS는 내부 장비의 열을 물 순환 회로로 모으고, 이를 외부의 암모니아 냉각 회로로 전달한 뒤 대형 방열판을 통해 우주로 방출합니다. 암모니아 냉각 회로 펌프 고장이나 누출은 여러 차례 우주유영을 통해 수리된 대표적인 정비 이슈입니다.

9. 미세중력 속 '인간 모빌리티': 걷지 않고 이동하는 삶

ISS 안에서 사람은 걸어 다니지 않습니다. 벽 곳곳의 손잡이(핸드레일)를 잡고 몸을 살짝 밀어 날아가듯 이동하고, 작업할 때는 발을 바닥 고리에 끼워 몸을 고정합니다. 처음 도착한 우주비행사들은 너무 세게 밀어 벽에 부딪히곤 하지만, 며칠 지나면 손가락 하나로 방향을 바꾸는 요령을 익힙니다.

9-1. 몸에 일어나는 변화

미세중력은 인체에 여러 영향을 줍니다. 대표적인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뼈 손실
체중을 지탱할 필요가 없어 뼈 밀도가 감소. 특히 다리·골반·척추 부위가 영향을 받음.
💪 근육 위축
자세 유지 근육을 덜 쓰면서 근육량이 줄어듦.
💧 체액 이동
체액이 머리 쪽으로 몰려 얼굴이 붓고 다리가 가늘어지는 현상.
👁️ 시력 변화
일부 장기 체류자에게서 안구 구조 변화가 관찰됨(SANS).
📏 키 증가
척추 사이가 늘어나 일시적으로 키가 몇 cm 커짐. 귀환 후 원래대로.
⚖️ 균형 감각
귀환 직후 전정기관 적응 문제로 걷기가 어려울 수 있음.

이를 막기 위해 승무원은 하루 약 2시간의 운동을 일정에 포함합니다. 미국 구역에는 저항 운동 장치(ARED), 몸을 고무 끈으로 고정해 달리는 러닝머신, 실내 자전거가 있습니다. ARED는 진공 실린더를 이용해 무게 없이도 바벨 운동과 비슷한 부하를 만들어냅니다.

이 분야 연구에서 유명한 사례가 NASA의 쌍둥이 연구입니다. 스콧 켈리가 ISS에서 약 340일을 보내는 동안, 지상에 있던 일란성 쌍둥이 형제 마크 켈리와 비교해 유전자 발현, 면역, 인지 기능 등 여러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의 변화는 귀환 후 회복되었지만 일부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장기 우주 비행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9-2. 하루 일과와 시간대

ISS는 하루에 약 16번의 일출과 일몰을 맞습니다. 해가 45분마다 뜨고 지는 셈이니 몸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거장은 협정 세계시(UTC, 그리니치 표준시와 거의 같음)를 기준으로 생활합니다. 각국 관제센터(미국 휴스턴,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코롤료프 등) 사이의 중간적인 시간대이기도 합니다. 조명도 수면 리듬을 돕도록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LED로 교체되었습니다.

승무원의 하루는 대체로 기상, 지상과의 일일 회의, 실험과 정비, 운동, 식사, 개인 시간, 취침 순으로 짜여 있습니다. 지상 관제팀은 분 단위에 가까운 일정표를 만들어 승무원과 공유합니다.

9-3. 먹고, 씻고, 화장실 가기

우주식은 동결건조 식품, 열 안정화 파우치 식품, 그대로 먹는 견과류·과자류 등으로 구성됩니다. 부스러기가 날아다니면 장비에 들어가거나 눈에 들어갈 수 있어서 빵 대신 토르티야가 인기입니다. 2008년 이소연 우주인이 탑승할 때는 한국에서 개발한 우주식으로 김치, 라면, 수정과 등이 우주 식품 인증을 거쳐 실려 화제가 되었습니다.

샤워 시설은 없습니다. 물을 적신 수건이나 헹굼이 필요 없는 샴푸로 몸을 닦습니다. 화장실은 공기 흐름으로 배설물을 빨아들이는 방식이며, 소변은 물 재생 시스템으로 들어가고 고형 폐기물은 밀봉해 화물선에 실어 대기권 재진입 때 소각합니다. 2020년에는 미국 구역에 개선된 신형 우주 화장실(UWMS)이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10. 궤도 위 실험실: ISS에서 무엇을 연구할까

ISS의 존재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세중력 환경에서만 가능한 실험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지상에서도 낙하탑이나 포물선 비행기로 미세중력을 만들 수 있지만 고작 수 초에서 수십 초에 불과합니다. ISS는 그 환경을 몇 달, 몇 년씩 제공합니다. NASA 자료 기준으로 100여 개국 이상의 연구자가 참여한 수천 건의 실험이 이곳에서 수행되었습니다.

분야대표 연구 내용왜 우주에서?
생명과학·의학뼈·근육 손실, 면역, 노화와 유사한 변화, 단백질 결정 성장중력이 없으면 단백질 결정이 더 크고 균일하게 자라 구조 분석에 유리
물리·재료유체 거동, 연소, 합금·유리 제조, 콜로이드대류·침전이 사라져 순수한 물리 현상을 관찰 가능
극저온 물리냉원자 실험실(CAL)에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생성원자를 더 오래 자유낙하 상태로 관찰 가능
지구 관측기후, 산림, 해양, 재해 모니터링다양한 시간대와 각도에서 지구를 촬영
천체물리알파 자기 분광기(AMS-02)로 우주선(cosmic ray) 관측대기의 간섭이 없는 위치
식물·농업Veggie, APH 장치로 상추·고추 등 재배장기 유인 탐사를 위한 식량 자급 연구
기술 실증3D 프린팅, 로봇 도우미, 신형 생명유지 장비, 팽창형 모듈(BEAM)미래 우주선·기지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시험

10-1. 팽창형 모듈 BEAM: 풍선 같은 집

2016년 미국 기업 비글로 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BEAM(Bigelow Expandable Activity Module)이 ISS에 붙었습니다. 접힌 상태로 운반한 뒤 공기를 넣어 부풀리는 방식의 모듈로, 원래 2년 시험 예정이었지만 성능이 좋아 저장 공간으로 계속 쓰이고 있습니다. 같은 부피를 금속 모듈보다 훨씬 가볍게 운반할 수 있어 미래 우주 거주지의 유력한 후보 기술로 꼽힙니다.

10-2. 소형 위성 발사대 역할

일본 키보 모듈의 에어록과 로봇팔을 이용하면 손바닥만 한 큐브샛을 우주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대학, 신생 기업, 여러 국가의 첫 위성들이 이 경로로 궤도에 올랐습니다. 우주 접근 문턱을 크게 낮춘 사례로, 궤도 위 '물류 허브'라는 ISS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 지식을 나누는 플랫폼처럼
ISS가 각국의 연구 역량을 한곳에 모아 공유했듯, 지상에서도 전문 지식과 기술을 나누는 문화가 혁신을 만듭니다. 우주 과학 콘텐츠 제작, 3D 모델링, 과학 일러스트처럼 우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재능도 재능넷 같은 재능 공유 플랫폼에서 활발히 오가고 있습니다.

11. 우주유영과 로봇팔: 궤도 위 정비 작업

ISS를 25년간 유지하려면 정기적인 정비가 필수입니다. 외부 작업은 우주비행사가 우주복을 입고 나가는 선외활동(EVA)과 로봇팔 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ISS 조립과 정비를 위한 우주유영은 270회를 넘었습니다.

11-1. 우주복은 '1인용 우주선'

미국 우주복 EMU와 러시아 우주복 오를란(Orlan)은 산소 공급, 이산화탄소 제거, 온도 조절, 통신, 전원을 모두 갖춘 소형 생명유지 장치입니다. 우주유영은 보통 6~7시간 이상 걸리며, 사전에 혈액 속 질소를 빼는 준비 과정(감압병 예방)을 거칩니다. 우주복 내부 압력이 정거장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2013년에는 ESA 우주비행사 루카 파르미타노의 헬멧 안으로 냉각수가 새어 들어오는 위험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는 물로 시야와 귀가 막힌 상태에서도 안전줄을 따라 에어록으로 돌아왔고, 이 사건 이후 헬멧에 흡수 패드와 호흡용 튜브가 추가되었습니다. 극한 환경의 안전 설계는 이런 경험을 통해 한 단계씩 발전해왔습니다.

11-2. 로봇팔 삼총사

🦾 캐나다암2
길이 약 17.6m. 양 끝이 모두 '손'이자 '발'이 될 수 있어, 자벌레처럼 정거장 표면을 옮겨 다님. 화물선 포획과 모듈 설치의 주역.
🤖 덱스터(Dextre)
캐나다의 두 팔 정밀 작업 로봇. 배터리 교체, 부품 교환 등 섬세한 작업으로 우주유영 부담을 줄임.
🔧 키보·유럽 로봇팔
일본 JEMRMS는 키보 외부 실험 장비를 다루고, 유럽 ERA는 러시아 구역 외부 작업을 지원.

12. 운용 비용과 가치: 비싼 정거장일까?

ISS는 인류가 만든 단일 구조물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합니다. 전체 개발·조립·운용 비용은 측정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흔히 1,000억 달러 이상, 약 1,500억 달러 수준으로 인용됩니다. 미국 NASA만 해도 ISS 운용에 매년 약 30억~40억 달러 규모를 사용해 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평가는 엇갈리지만 다음과 같은 성과는 분명합니다.

① 장기 체류 데이터
달·화성 탐사에 필요한 인체 데이터와 생명유지 기술을 축적
② 상업 우주의 탄생
NASA의 상업 화물·승무원 계약이 민간 우주 기업 성장의 마중물이 됨
③ 국제 협력 모델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유지된 장기 공동 운영 경험
④ 과학·교육
수천 건의 실험과 전 세계 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

특히 두 번째 성과는 모빌리티 관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NASA가 ISS 화물·인력 수송을 '직접 운영'이 아니라 '서비스 구매' 방식으로 바꾸면서, 스페이스X와 노스럽 그러먼 같은 기업이 우주 운송 시장에 자리 잡았습니다. 재사용 로켓의 상업화 역시 ISS 보급이라는 안정적인 수요가 있었기에 빠르게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지상의 택배·물류 산업이 대형 고객사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13. 노후화라는 숙제: 25년 된 구조물의 현실

ISS의 첫 모듈은 1990년대에 설계되었습니다. 원래 설계 수명은 약 15년 정도로 계획되었지만, 점검과 보강을 통해 여러 차례 연장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할 수 없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대표적인 노후화 이슈
• 러시아 구역 미세 누출: 즈베즈다 모듈 뒤쪽 통로(PrK)에서 공기 누출이 확인되어 오랜 기간 감시와 수리가 이어졌습니다. 평소에는 해당 해치를 닫아두는 방식으로 관리합니다.
• 구조물 피로: 궤도를 돌 때마다 반복되는 온도 변화, 도킹 충격, 리부스트 하중이 금속 구조에 피로를 누적시킵니다.
• 부품 수명: 태양전지판 효율 저하, 펌프·자이로 교체 등 정비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 운영 비용 증가: 정비에 드는 승무원 시간과 비용이 커지면 연구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이런 이유로 각 파트너는 ISS의 종료 시점을 논의해왔습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운용을 연장하기로 했고, 일본·캐나다·유럽도 2030년까지 참여를 확정했습니다. 러시아는 2028년까지 참여를 약속한 상태이며, 이후 계획은 향후 협의에 달려 있습니다.

14. 마지막 비행: ISS는 어떻게 은퇴할까

420톤짜리 구조물을 그냥 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통제 없이 떨어지면 거대한 잔해가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NASA는 운용 종료 후 ISS를 통제된 방식으로 대기권에 진입시켜 남태평양의 외딴 해역에 떨어뜨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 해역은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인 '포인트 니모(Point Nemo)' 일대로, 그동안 러시아 미르 정거장 등 여러 우주 물체가 마지막을 맞은 '우주선 묘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ISS 궤도이탈 시나리오 남태평양 외딴 해역 대기권 ① 자연 감쇠로 고도 하강 ② 궤도이탈선 결합 ③ 감속 분사로 진입 지점 조준 ④ 대부분 공기 마찰로 소각 ⑤ 남은 잔해는 바다로

14-1. 미국 궤도이탈선(USDV)

처음에는 여러 대의 러시아 프로그레스 화물선을 이용해 감속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지만, NASA는 더 확실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24년 6월, NASA는 스페이스X에 미국 궤도이탈선(US Deorbit Vehicle, USDV) 개발을 맡기는 계약(최대 약 8억 4,300만 달러)을 체결했습니다. 이 우주선은 드래건 기술을 바탕으로 하되 훨씬 강력한 추진 능력을 갖추도록 설계되며, ISS에 결합해 마지막 감속 분사를 담당합니다.

계획상 ISS는 2030년 운용 종료 이후, 고도를 점차 낮추고 최종 감속 분사를 통해 2031년 초 무렵 대기권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대부분의 구조물은 공기 마찰열로 타버리지만, 크고 단단한 부품 일부는 남아 정해진 해역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궤도이탈선 자체도 정거장과 함께 최후를 맞습니다.

🤔 왜 박물관에 보존하지 않을까?
ISS를 더 높은 궤도로 올려 보존하거나 분해해 지구로 가져오는 방안도 검토되었습니다. 하지만 더 높은 궤도로 올리려면 막대한 추진제가 필요하고, 그 고도는 우주 쓰레기 충돌 위험이 더 큽니다. 분해해서 가져오는 방법도 우주왕복선 같은 대형 귀환 수단이 없는 지금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결국 안전한 통제 진입이 가장 책임 있는 선택으로 평가되었습니다.

15. ISS 이후의 궤도: 상업 우주정거장 시대

ISS가 은퇴한다고 해서 지구 저궤도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NASA는 ISS 이후 저궤도 활동을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상업 우주정거장(CLD, Commercial LEO Destinations)에 맡기고, 자신은 '고객'으로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화물·승무원 수송에서 성공한 모델을 정거장 자체로 확장하는 셈입니다.

프로젝트주도 기업특징
액시엄 스테이션액시엄 스페이스ISS에 모듈을 먼저 붙였다가 분리해 독립 정거장으로 만드는 구상. 민간 우주인 ISS 방문 임무(Ax 시리즈) 운영
스타랩보야저 스페이스 등 합작단일 대형 모듈 중심 설계, 유럽 에어버스 등 참여
오비탈 리프블루 오리진, 시에라 스페이스 등복합 산업단지형 정거장 구상
헤이븐-1배스트소형 단일 모듈 상업 정거장, 드래건 연계

한편 중국은 독자적으로 톈궁(天宮) 우주정거장을 2022년에 완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ISS 파트너에 포함되지 않았던 중국이 자체 정거장을 갖추면서, 지구 저궤도는 '하나의 국제 정거장' 시대에서 '여러 정거장이 공존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또 NASA와 국제 파트너들은 달 궤도에 소형 정거장 '게이트웨이'를 건설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 중이며, ISS에서 쌓은 협력 경험과 기술이 그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16. 한국과 ISS: 짧지만 의미 있는 인연

한국은 ISS의 공식 파트너는 아니지만, 2008년 4월 이소연 박사가 소유스 TMA-12를 타고 ISS를 방문하면서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습니다. 약 11일간의 비행 동안 ISS에서 초파리를 이용한 생물 실험, 식물 발아 관찰,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물리 실험 등 한국이 준비한 과학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귀환 과정에서 소유스가 일반적인 경로보다 가파른 '탄도 재진입'을 하면서 큰 중력 가속도를 경험한 일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한국은 누리호 발사, 다누리 달 궤도선 운용, 2024년 우주항공청 출범 등으로 우주 역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상업 우주정거장 시대가 열리면 국가 간 협정이 아니어도 민간 계약을 통해 연구자나 우주인을 저궤도에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17. 밤하늘에서 ISS 직접 찾아보기

ISS는 맨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거대한 태양전지판이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조건이 맞으면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보다도 밝게 빛나는 점으로 보입니다. 비행기처럼 깜빡이지 않고, 몇 분에 걸쳐 하늘을 조용히 가로지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STEP 1
NASA의 'Spot the Station' 서비스나 관측 앱에서 내 위치의 통과 시간 확인
STEP 2
해가 진 직후나 해 뜨기 직전 시간대를 노리기. 하늘은 어둡고 ISS는 햇빛을 받는 시간
STEP 3
예보된 방향(서쪽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음)을 바라보며 대기
STEP 4
깜빡임 없는 밝은 점이 빠르게 이동하면 그것이 ISS! 손을 흔들어 인사해보세요 👋

ISS의 궤도 경사각이 51.6도이기 때문에 북위·남위 약 51.6도 사이 지역 상공을 지나며, 한국은 이 범위 안에 있어 자주 관측할 수 있습니다. 한밤중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 시간에는 ISS도 지구 그림자 속에 들어가 햇빛을 반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18. 자주 묻는 질문

Q. ISS에는 몇 명이 살고 있나요?
보통 7명 안팎이 상주합니다. 승무원 교대 기간에는 일시적으로 10명 넘게 머물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20여 개국에서 온 280명 이상이 ISS를 방문했습니다.
Q. 한 번에 얼마나 오래 머무나요?
일반적인 장기 체류는 약 6개월입니다. 1년 가까이 머무는 특별 임무도 있으며, 러시아와 미국 우주비행사가 ISS에서 1년 이상 체류한 기록도 있습니다.
Q. 비상시에는 어떻게 탈출하나요?
정거장에 도킹해 있는 소유스나 크루 드래건이 '구명보트' 역할을 합니다. 모든 승무원은 항상 자신이 탈 귀환 우주선의 좌석이 정해져 있습니다.
Q. 지상과 통신은 어떻게 하나요?
미국 구역은 주로 정지궤도에 있는 NASA의 추적·데이터 중계 위성(TDRS)을 통해 거의 끊김 없이 음성·영상·데이터를 주고받습니다. 덕분에 인터넷 접속과 가족 화상 통화도 가능합니다. 러시아 구역은 자체 지상국과 중계 위성을 함께 사용합니다.
Q. 방사선은 괜찮나요?
ISS는 지구 자기장의 보호를 일부 받지만 지상보다 훨씬 많은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승무원은 개인 선량계를 착용하고, 누적 노출량을 관리하는 기준에 따라 비행 기간이 정해집니다. 남대서양 상공의 '남대서양 이상대'를 지날 때 노출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한눈에 정리

• ISS는 1998년 조립 시작, 2000년 11월 2일부터 연속 유인 체류 중인 인류 최대의 궤도 시설입니다.
• NASA·로스코스모스·ESA·JAXA·CSA, 5개 우주기관(15개국)이 나눠 만들고 함께 운영합니다.
• 고도 약 400km, 초속 약 7.66km, 약 92분 주기로 돌며 리부스트와 회피 기동으로 궤도를 유지합니다.
• 소유스·크루 드래건·프로그레스·시그너스 등 이중화된 수송망이 25년 운용을 지탱했습니다.
• 물 회수율 약 98%의 생명유지 기술은 달·화성 탐사의 기반이 됩니다.
• 2030년 운용 종료 후 미국 궤도이탈선(USDV)으로 남태평양에 통제 진입할 계획이며, 그 자리는 상업 우주정거장이 이어받습니다.

ISS는 단순한 연구소가 아니라, 인류가 지구 밖에서 '머무는 방법'과 '오가는 방법'을 동시에 배운 교실이었습니다. 정거장이라는 이름처럼 수많은 우주선이 들르고 떠났고, 그 노선 위에서 민간 우주 산업과 새로운 국제 협력의 방식이 자라났습니다. 언젠가 ISS가 남태평양 하늘에서 마지막 불꽃을 그리는 날이 오더라도, 그 25년이 남긴 기술과 경험은 달과 화성으로 향하는 다음 모빌리티의 설계도 속에 그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늘 밤 하늘을 가로지르는 밝은 점을 만난다면, 그 안에서 지금도 일하고 있을 사람들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

참고 자료

• NASA, International Space Station Facts and Figures — https://www.nasa.gov/international-space-station/space-station-facts-and-figures/
• NASA, International Space Station — https://www.nasa.gov/international-space-station/
• NASA, NASA Selects International Space Station US Deorbit Vehicle (2024) — https://www.nasa.gov/news-release/nasa-selects-international-space-station-us-deorbit-vehicle/
• NASA, NASA Achieves Water Recovery Milestone on International Space Station (2023) — https://www.nasa.gov/missions/station/iss-research/nasa-achieves-water-recovery-milestone-on-international-space-station/
• ESA, International Space Station —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Human_and_Robotic_Exploration/International_Space_Station
• JAXA, 「きぼう」日本実験棟 — https://humans-in-space.jaxa.jp/
• Canadian Space Agency, Canadarm2 — https://www.asc-csa.gc.ca/eng/iss/canadarm2/
• NASA, Spot the Station — https://spotthestation.nasa.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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