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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중량 착륙(Overweight Landing)
긴급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이유

"이륙은 선택, 착륙은 필수" — 그런데 그 필수 착륙이 규정 체중을 넘긴 상태라면?

연료를 버릴까, 빙빙 돌까, 그냥 내릴까. 조종석에서 벌어지는 3분의 판단을 해부합니다.

1. 비행기에도 '체중 제한'이 있다

항공기 성능표를 처음 보면 무게 관련 숫자가 네 개나 줄지어 나와서 당황하게 된다.
MTOW, MLW, MZFW, MRW. 알파벳 네 글자짜리 약어가 비행의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 중에서 오늘의 주인공은 MLW(Maximum Landing Weight, 최대 착륙 중량)다.
쉽게 말해 "이 무게보다 무거운 상태로 땅에 닿지 마시오"라고 제작사가 못 박아 둔 한계선이다.

항공기 중량 4형제 정리

MRW (Maximum Ramp Weight) — 주기장에서 엔진 시동 걸고 택싱을 시작할 때의 최대 무게.
활주로까지 굴러가는 동안 태우는 연료(Taxi Fuel)만큼 MTOW보다 살짝 크다.

MTOW (Maximum Take-Off Weight) — 이륙 활주를 시작하는 순간 허용되는 최대 무게.
엔진 추력, 활주로 길이, 상승 성능, 구조 강도가 종합적으로 결정한다.

MLW (Maximum Landing Weight) — 착륙 접지 순간 허용되는 최대 무게.
랜딩기어와 동체 구조가 흡수할 수 있는 충격 에너지가 기준이다.

MZFW (Maximum Zero Fuel Weight) — 연료를 뺀 상태(기체+승객+화물)의 최대 무게.
날개가 동체를 '들어올리는' 굽힘 모멘트 한계에서 나온다.

핵심은 MTOW > MLW라는 부등호다. 거의 모든 대형기가 그렇다.
왜냐하면 설계 사상 자체가 "이륙 후 순항하면서 연료를 태워 가벼워진 상태로 착륙한다"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기종MTOW (대략)MLW (대략)차이
B737-800약 79톤약 66톤약 13톤
A320neo약 79톤약 67톤약 12톤
B777-300ER약 351톤약 251톤약 100톤
A350-900약 280톤약 207톤약 73톤
B747-8F약 447톤약 312톤약 135톤

※ 위 수치는 옵션·버전에 따라 달라지는 대표값이다. 중요한 건 장거리 대형기일수록 격차가 무지막지하게 벌어진다는 점.
777-300ER의 100톤 차이는 곧 "연료 100톤을 태워 없앨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2. 그런데 왜 이륙 직후 돌아와야 할까

문제는 언제나 '계획대로 안 될 때' 생긴다.
이륙 5분 만에 엔진 하나가 멈춘다. 화물칸 연기 감지기가 울린다. 승객이 심정지로 쓰러진다.
유압 계통 하나가 사라진다. 조류 충돌로 카울링이 찌그러진다.

이 순간 기체는 MTOW에 가까운 만수(滿水) 상태다.
인천에서 뉴욕으로 가려던 777이라면 날개 안에 연료만 100톤 넘게 실려 있다.
그리고 조종사는 지금 당장 내려야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세 가지 선택지

① Fuel Jettison(연료 방출) — 공중에 연료를 뿌려 무게를 줄인다.

② Holding(공중 대기 선회) — 빙빙 돌며 연료를 태워 없앤다.

③ Overweight Landing(초과중량 착륙) — 그냥 무거운 채로 내린다.

교과서적 우선순위는 ① 또는 ②지만, 시간이 없으면 무조건 ③이다.
화물칸에 진짜 불이 붙었다면 연료 버릴 20분이 없다. 그 20분이면 동체가 뚫린다.

3. 무게가 늘면 착륙이 왜 위험해지는가

중량 증가가 착륙에 미치는 연쇄 효과 착륙 중량 ↑ Overweight 접근 속도 ↑ Vref 상승 (√중량비) 착륙거리 ↑ · 제동에너지 ↑↑ 에너지 = ½mv² (이중 증가) 구조적 부담: 접지 순간 흡수해야 할 수직 운동에너지 랜딩기어 충격 에너지 ∝ 중량 × (강하율)² → 중량 20% 초과 시 에너지도 약 20% 증가 강하율이 2배가 되면 에너지는 4배 → "부드러운 접지"가 생명선인 이유 강하율(FPM)별 상대 충격 에너지 100 fpm — 매우 부드러움 200 fpm — 일반 접지 (에너지 4배) 400 fpm — 하드랜딩 영역 (에너지 16배) ※ 대부분의 매뉴얼은 초과중량 착륙 시 강하율 360 fpm 이하 유지를 권고한다. 무겁다 ≠ 위험. 무겁게 '쿵' 하는 게 위험.

(1) 접근 속도가 올라간다

양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무게가 커지면 그만큼 양력이 더 필요하고,
같은 플랩 설정에서 실속속도(Vs)와 기준 접근속도(Vref)가 √(중량비)만큼 올라간다.

예: 착륙중량이 MLW 대비 21% 초과라면
√1.21 = 1.10 → 접근속도가 약 10% 증가한다.
Vref 140kt였다면 154kt. 숫자로는 14kt지만, 운동에너지는 21% 증가다.

(2) 착륙거리가 늘어난다

속도가 10% 빨라지고 무게가 21% 늘면, 제동해야 할 운동에너지는 약 1.46배가 된다.
(½ × 1.21m × (1.10v)² ≈ 1.46 × ½mv²)

즉 브레이크와 타이어, 스포일러, 역추력이 1.5배 가까운 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활주로가 짧거나 젖어 있다면 이건 단순한 '주의사항'이 아니라 생존 변수가 된다.

(3) 브레이크 과열 — 숨은 진짜 위협

초과중량 착륙 사고 통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후유증은 '동체 파손'이 아니다.
브레이크 과열과 타이어 파열, 그리고 휠 화재다.

브레이크는 운동에너지를 열로 바꿔 흡수한다.
에너지가 1.5배면 흡수 열량도 1.5배. 카본 브레이크 디스크 온도가 순식간에 600~900℃를 넘긴다.

이때 타이어 휠에 장착된 퓨즈 플러그(Fuse Plug)가 녹아 타이어 공기를 일부러 빼준다.
타이어가 폭발하지 않게 막는 안전장치지만, 대신 그 항공기는 활주로 위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 실제 운항에서 벌어지는 시나리오

초과중량으로 착륙 → 브레이크 온도 급상승 → 택싱 중 열이 계속 축적(Heat Soak) →
주기장 도착 후 오히려 온도 피크 → 휠 웰 화재 경보 → 소방대 출동 → 게이트 폐쇄.

그래서 매뉴얼은 착륙 후 즉시 정지하지 말고 가능하면 굴러가며 냉각하라고 하거나,
반대로 브레이크에 접근 금지 구역(타이어 측면 방향)을 설정하라고 지시한다.
타이어가 터질 때는 옆이 아니라 축 방향으로 파편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4) 복행(Go-around) 성능 저하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올라가야 할 때, 무거운 기체는 상승률이 떨어진다.
특히 엔진 하나가 이미 꺼진 상태라면 단발 복행 상승 구배가 규정 최소치에 아슬아슬하게 걸린다.

주변에 산이 있는 공항이라면 이 항목 하나가 착륙 공항 선택을 바꿔버린다.

4. 그럼 연료를 버리면 되잖아? — Fuel Jettison의 현실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 날개 끝에서 하얀 연료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온다.
멋있어 보이지만 현실은 훨씬 까다롭다.

모든 비행기가 연료를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연료 방출 장치가 있는 기종
B747, B777, B787(일부), A330, A340, A350, A380 등 대형 장거리기 위주

연료 방출 장치가 없는 기종
B737 시리즈, A320 패밀리, E-Jet, CRJ 등 대부분의 협동체(narrow-body)

왜 없을까? 감항 규정상 연료 방출 장치는 '필수'가 아니다.
미국 FAR 25.1001 및 유럽 CS-25는 "MTOW로 이륙한 직후 엔진 하나가 고장 나도,
MLW 이하로 줄이지 않고도 규정된 상승 성능을 만족한다면 방출 장치가 없어도 된다"
는 취지로 되어 있다.

737이나 A320은 MTOW-MLW 격차가 12~13톤 수준이라, 이 조건을 만족한다.
그래서 737은 애초에 "초과중량 착륙이 가능하도록" 설계·인증된 기체다.
반대로 777은 100톤 격차를 감당할 수 없으니 방출 장치를 단다.

버리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대형기의 방출 속도는 대략 분당 1~2톤 안팎이다(기종·탱크 구성에 따라 다름).
80톤을 버리려면 40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조건도 붙는다.

· 가급적 일정 고도 이상(통상 수천 피트 이상, 관제 협의)에서 시행
· 인구 밀집 지역과 상수원, 그리고 다른 항공기 항로를 피해서
· 관제에 반드시 통보하고 지정된 구역(Fuel Dumping Area)에서
· 방출 종료 후 일정 시간·거리 확보 후 착륙

환경 이야기
고고도에서 방출된 항공유는 대부분 지면 도달 전 미세 입자로 분산·증발한다.
그래서 규정된 고도와 절차를 지킨 방출은 환경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된다.

다만 저고도에서 급하게 방출하면 지상 낙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미국 LA 인근에서 저고도 긴급 방출로 지상 학교에 연료가 떨어져
수십 명이 경미한 자극 증상을 호소한 사례가 있었다. 이후 절차 논의가 재점화됐다.

Holding(선회 연소)은 더 느리다

선회하며 연료를 태우는 방식은 연료 소모율이 시간당 몇 톤 수준이라 방출보다 훨씬 느리다.
기내 응급환자나 화재 상황에서는 전혀 대안이 되지 않는다.

다만 기체 결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연료를 버리지 않고 태우는 쪽이
경제성·환경 측면에서 선호되기도 한다.

5. 그래서 '허용'은 되는가? — 규정의 진짜 문장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지점이 여기다.
초과중량 착륙은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제작사 매뉴얼에 정식 절차가 실려 있다.

Boeing FCTM / AFM의 취지 (요약)

"초과중량 착륙은 안전하게 수행 가능하다. 다만 강하율을 낮게 유지하고,
착륙거리와 브레이크 에너지 한계를 반드시 확인하며, 착륙 후 정비 점검을 수행하라."

또한 다수의 기종 매뉴얼은 "연료 방출을 위해 비상 상황을 연장하는 것보다,
즉시 착륙하는 편이 더 안전한 경우가 많다"
는 취지를 명시한다.

즉, 규정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MLW는 '구조 파괴 한계'가 아니라 '피로 수명 관리 기준'에 가깝다."

여기가 핵심이다.
MLW는 "이 무게를 넘으면 기어가 부러진다"는 파괴 임계값이 아니다.
"이 무게 이하로 정상 착륙을 반복하면 설계 수명 동안 구조 피로가 안전 범위에 든다"는 관리 기준이다.

실제로 인증 시험에서 랜딩기어는 MLW를 훨씬 상회하는 조건과
분당 600fpm(초당 10ft)급의 가혹한 강하율에서도 파괴되지 않도록 검증된다.
한 번의 초과중량 착륙이 곧 사고를 의미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여유(margin) 때문이다.

그럼에도 "긴급 상황에서만" 허용하는 4가지 이유

① 안전 마진의 소모
설계 여유는 '비상용 저금통'이다. 일상적으로 꺼내 쓰면 진짜 필요할 때 잔고가 없다.

② 구조 피로 누적
랜딩기어 트러니언, 날개 부착부, 동체 프레임에 미세한 피로 손상이 축적된다.
당장 눈에 안 보이지만 수천 사이클 뒤에 균열로 나타난다.

③ 제동 성능 마진 감소
젖은 활주로 + 초과중량 + 측풍이 겹치면 활주로 이탈(Overrun) 확률이 급등한다.
이는 실제 사고 통계에서 가장 흔한 활주로 사고 유형이다.

④ 운항 중단 비용
초과중량 착륙 후에는 반드시 정비 점검(Overweight Landing Inspection)이 따라온다.
기체가 몇 시간에서 며칠간 묶인다. 그 자체로 항공사엔 큰 손실이다.

6. 착륙 후: 정비사들이 하는 일

초과중량 착륙 후 점검 흐름 1 데이터 확보 착륙중량 · 강하율 FDR / QAR 기록 2 등급 판정 Soft / Moderate / Severe 분류 3 외관 검사 기어 · 타이어 · 휠 동체 주름 · 리벳 4 정밀 검사 필요 시 NDT (초음파·와전류) ✓ 운항 복귀 중점 점검 부위 메인 랜딩기어 스트럿 · 트러니언 · 사이드 브레이스 노즈기어 어태치먼트 및 주변 동체 프레임 날개-동체 결합부(Wing Root) · 엔진 파일런 마운트 타이어 · 휠 · 퓨즈 플러그 상태 브레이크 마모 지시핀 · 과열 흔적 동체 하부 외판 주름(Wrinkle) 육안 확인

초과중량 착륙을 하면 기장은 반드시 정비기록부(Tech Log)에 기재해야 한다.
그 순간부터 그 기체는 정비사의 손으로 넘어간다.

요즘은 FDR(비행기록장치)과 QAR(신속접근기록기) 데이터를 내려받아
접지 순간의 수직 가속도(G값)와 강하율(fpm)을 정량적으로 읽는다.

판정대략적 기준조치
Category A (경미)낮은 강하율 · 낮은 수직 G육안 점검 후 복귀
Category B (중간)중간 강하율확대 육안 점검 · 특정 부위 정밀 확인
Category C (심각)하드랜딩 기준 초과비파괴검사(NDT) · 부품 교환 검토

※ 실제 기준값은 기종 정비매뉴얼(AMM)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건 "무거웠나"보다 "얼마나 세게 닿았나"가 판정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 조종사들의 격언
"Overweight landing is not a hard landing. But a hard overweight landing is a real problem."
초과중량 착륙 자체가 하드랜딩은 아니다. 하지만 무거운 상태의 하드랜딩은 진짜 문제다.

7. 조종석의 실제 절차 — 5분 안에 벌어지는 일

이륙 직후 문제가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조종석에서는 이런 순서로 흘러간다.

STEP 1 — Aviate, Navigate, Communicate

먼저 비행기를 날린다. 자세와 속도를 잡고, 안전고도를 확보한다.
체크리스트는 그다음이다. 급한 마음에 스위치부터 만지면 상황이 악화된다.

STEP 2 — 시간 여유 평가

이 판단이 전부다. "우리에게 몇 분이 있는가?"

시간 없음(즉시 착륙) — 화재·연기, 구조 손상, 조종성 이상, 심각한 응급환자
시간 있음(연료 조절 가능) — 단순 계통 고장, 경고등, 안정적 단발 운항

STEP 3 — 성능 계산

EFB(전자비행가방) 또는 OPT 앱으로 현재 중량 기준 성능을 뽑는다.

· Vref 및 각 플랩 설정별 접근속도
· 예상 착륙거리 vs 활주로 가용거리(LDA)
· 브레이크 에너지 한계 — 초과 시 오토브레이크 설정을 바꾸거나 다른 공항 선택
· 복행 시 상승 성능 확인

STEP 4 — 착륙 공항·활주로 선택

가장 긴 활주로, 가장 좋은 노면 상태, 맞바람(Headwind), 소방구조 등급이 높은 공항.
"가까운 공항"보다 "적합한 공항"이 우선일 때가 많다.
물론 화재라면 무조건 가까운 곳이다. 여기서 판단이 갈린다.

STEP 5 — 접근과 접지

· 일반적으로 Full Flap을 사용해 접근속도를 최대한 낮춘다(기종 절차에 따름)
· 안정된 접근(Stabilized Approach) 유지 — 이때만큼은 흔들림 없이
· 플레어를 길게, 강하율을 최소로 — 부드럽게 눕히듯 접지
· 스포일러·역추력 즉시 전개, 브레이크는 과열을 고려해 계획적으로

STEP 6 — 착륙 후 관리

· 브레이크 온도 모니터링(기종에 따라 온도 지시계 장착)
· 필요 시 활주로 이탈 후 냉각 대기, 소방대 대기 요청
· 승객 하기 판단 — 휠 화재 위험이 있으면 타이어 측면이 아닌 전후방으로 대피
· Tech Log 기재 및 정비 인계

여기서 재미있는 점 하나.
조종사 훈련에서 초과중량 착륙은 시뮬레이터 필수 항목에 가깝게 다뤄진다.
왜냐하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결코 낮지 않기 때문이다.
기내 응급환자 회항은 대형 항공사 기준으로 연간 수백 건 단위로 발생한다.

8. 드론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이 글이 '드론/항공' 카테고리에 실린 이유가 여기 있다.
초과중량 착륙의 물리학은 무인기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멀티로터: 회생 불가능한 하강 에너지

배송용 멀티콥터가 화물을 투하하지 못한 채 귀환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때 기체는 MTOW에 가까운 상태로 착륙하게 된다.

· 호버링 추력 여유 감소 — 모터가 이미 최대 출력 근처에서 돌고 있다
· 착륙 직전 지면효과 이탈 및 볼텍스 링 상태(VRS) 위험 증가
· 랜딩 스키드/기어의 충격 흡수 한계 초과 — 프레임 크랙 발생
· 배터리 전압 강하(Sag) — 무거울수록 전류가 커지고, 전압이 떨어지며 추력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

드론 특유의 함정: 페이로드 투하가 곧 'Fuel Jettison'

대형 여객기의 연료 방출에 해당하는 것이 드론에서는 화물 릴리스다.
농업 방제 드론은 약제를 긴급 배출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고,
물류 드론은 비상 시 페이로드를 분리하도록 설계되기도 한다.

하지만 도심 상공에서는? 아래에 사람이 있다면 투하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드론도 "무거운 채로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유인기와 완전히 같은 딜레마다.

고정익 UAV: 착륙거리와 구조의 문제

중·대형 고정익 무인기는 여객기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착륙한다.
따라서 중량 증가 → 접근속도 증가 → 착륙거리 증가 공식이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짧은 활주로나 네트/스카이훅 회수 방식을 쓰는 기체에서는
회수 장치의 에너지 흡수 용량(Capture Energy Limit)이 초과중량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UAM/eVTOL은 이 문제가 더 심각하다

도심항공교통(UAM)용 eVTOL은 구조적으로 MTOW와 MLW의 차이가 거의 없다.
배터리 전기추진이라 비행 중 무게가 줄지 않기 때문이다.

제트기: 이륙 200톤 → 착륙 150톤 (연료 소모)

eVTOL: 이륙 2.5톤 → 착륙 2.5톤 (배터리는 가벼워지지 않는다)

즉 eVTOL은 애초에 "모든 착륙이 최대중량 착륙"이라는 전제로 설계해야 한다.
랜딩기어, 구조, 버티포트 착륙 패드 모두가 그 기준에 맞춰진다.

동시에 "연료를 버려 가벼워진다"는 옵션이 원천적으로 없으므로,
비상 시 선택지는 가까운 대체 버티포트로 즉시 착륙뿐이다.
그래서 UAM 노선 설계에서 비상 착륙 지점 밀도가 그토록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유인 항공기의 오래된 규정 하나가 차세대 모빌리티 설계 철학까지 관통한다.
재능넷 '지식인의 숲'에서 항공과 드론, UAM을 함께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기 중을 나는 모든 것은 결국 같은 물리 법칙 위에 서 있으니까.

9. 자주 나오는 오해 5가지

오해 1 — "초과중량 착륙하면 바퀴가 부러진다"

아니다. 랜딩기어는 MLW보다 훨씬 큰 여유를 두고 인증된다.
문제는 파괴가 아니라 피로 손상 누적과 브레이크 과열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초과중량 착륙은 아무 손상 없이 끝난다.

오해 2 — "737은 연료를 못 버리니까 위험하다"

반대다. 737은 연료 방출 없이 초과중량 착륙이 가능하도록 인증됐기 때문에
방출 장치가 필요 없는 것이다. 설계 철학의 차이지 안전 수준의 차이가 아니다.

오해 3 — "연료 방출은 환경 재앙이다"

규정 고도·구역에서 시행된 방출은 대부분 대기 중에서 분산·증발한다.
문제가 되는 건 저고도·인구밀집지 상공에서의 비계획 방출이다.
연간 발생 건수 자체도 항공 운항 전체에 비하면 극히 적다.

오해 4 — "기장이 무리하게 착륙을 강행한 것이다"

초과중량 착륙은 매뉴얼에 명시된 정당한 선택지다.
오히려 화재 상황에서 연료를 버리려고 20분을 끄는 쪽이 매뉴얼 위반에 가깝다.
조사 보고서에서 초과중량 착륙 결정이 '적절했다'고 평가된 사례가 훨씬 많다.

오해 5 — "MLW만 안 넘으면 무조건 안전하다"

그렇지 않다. MLW 이하라도 강하율이 크면 하드랜딩 점검 대상이 된다.
또한 짧고 젖은 활주로, 강한 측풍, 높은 표고, 고온 조건에서는
MLW 이하여도 성능이 부족할 수 있다. 무게는 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10. 정리 — 규정은 왜 '금지'가 아니라 '제한'인가

의사결정 트리 : 무거운데 내려야 한다면 비정상 상황 발생 현재 중량 > MLW 시간 여유가 있는가? NO YES 즉시 초과중량 착륙 화재 · 연기 · 구조손상 조종성 이상 · 중증 응급 중량 감소 시도 연료 방출(장착 기종) 또는 선회 연소 낮은 강하율 · 긴 활주로 · 브레이크 관리 착륙 후 Tech Log 기재 → 정비 점검 필수

항공 규정의 아름다움은 "절대 하지 마"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이건 이런 대가를 치른다. 그 대가보다 얻는 게 클 때만 해라."

초과중량 착륙은 정확히 그런 규정이다.
피로 손상과 정비 비용, 착륙거리 증가라는 대가를 명확히 계산해두고,
그보다 더 큰 위험이 있을 때는 주저 없이 쓰라고 허용해 둔 카드.

기억할 세 문장

1. MLW는 파괴 한계가 아니라 수명 관리 기준이다.

2. 위험한 건 무게가 아니라 무게 × 강하율², 그리고 브레이크 에너지다.

3. 규정이 '긴급 시에만'이라고 제한하는 이유는 안전 마진을 비상용으로 남겨두기 위해다.

다음에 뉴스에서 "회항한 여객기가 초과중량 상태로 착륙했다"는 문장을 본다면,
그건 사고 소식이 아니라 시스템이 설계대로 작동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공중에서 내려야 할 이유가 생겼을 때, 비행기는 내려온다.
무겁더라도,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게 "이륙은 선택, 착륙은 필수"라는 말의 진짜 의미다.

📌 더 알아보기 좋은 주제
· 하드랜딩(Hard Landing) 판정 기준과 G값의 세계
· 브레이크 에너지 한계와 Turnaround Time 차트
· 젖은 활주로 제동계수(Runway Condition Code)와 활주로 이탈 사고
· eVTOL 감항 인증에서의 착륙하중 요구조건

이런 심화 주제들은 재능넷 '지식인의 숲'에서 이어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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