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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 Track와 Car and Driver, 미국 자동차 잡지 양대 산맥의 탄생과 경쟁의 역사

서부의 낭만 vs 동부의 독설 — 70년 넘게 이어진 활자 전쟁 이야기

1947년 창간10BestLightning LapCannonball

🚗 들어가며 — "자동차 잡지가 뭐 대수야?" 라고 말하기 전에

친구야, 잠깐만 앉아봐. 우리가 지금 유튜브에서 "제로백 몇 초 나왔다", "서킷 랩타임이 어쩌고" 하는 영상을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잖아?

그 계측 문화라는 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야. 스톱워치 들고 활주로에 나가서 땀 뻘뻘 흘리며 숫자를 적던 사람들이 만든 거지.

그리고 그 사람들의 본진이 바로 오늘 얘기할 두 잡지야. Road & Track(로드 앤 트랙)과 Car and Driver(카 앤 드라이버).

미국 자동차 저널리즘에서 이 둘은 거의 "코카콜라 vs 펩시",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재즈 애호가 vs 펑크 록 팬" 같은 관계야. 둘 다 차를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랐거든.

오늘의 관전 포인트 3가지

1 왜 하나는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하나는 미시간 공장 동네에서 만들어졌을까?

2 숫자(계측 데이터)라는 무기는 누가 먼저 들었나?

3 결국 두 잡지가 같은 회사 소속이 되어버린 웃픈 현실은 어쩌다?

📅 타임라인으로 한눈에 보기

미국 자동차 잡지 연표 1947 1955 1961 1971 1983 2011 R&T 창간 뉴욕 헴스테드 Sports Cars Illustrated 창간 제호 변경 Car and Driver 캐넌볼 대륙횡단 1회 개최 10Best 시작 최장수 어워드 허스트 인수 한 지붕 두 가족

🌊 1막. Road & Track — 해변의 낭만파

창간: 1947년, 전쟁이 끝난 직후의 미국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에 주둔했던 미군 병사들이 돌아올 때, 짐가방에 뭘 싸왔는지 알아? MG TC 같은 영국제 로드스터였어.

덩치 크고 직진만 잘하던 미국 세단만 보던 사람들에게, 작고 가볍고 코너를 파고드는 유럽 스포츠카는 문화 충격 그 자체였지.

그 충격을 활자로 옮긴 게 Road & Track이야. 1947년 6월, 뉴욕주 헴스테드에서 첫 호가 나왔어. 초창기엔 발행이 들쭉날쭉했고 사실상 동호회 소식지에 가까웠어.

진짜 잡지다운 꼴을 갖춘 건 존 R. 본드(John R. Bond)가 1949년에 잡지를 인수하면서부터야. 엔지니어 출신이었던 그는 아내 일레인 본드와 함께 R&T를 공학적 깊이와 유럽 감성을 동시에 가진 매체로 키웠어.

R&T의 정체성 한 줄 요약
"우리는 차를 이기는 법보다 사랑하는 법을 쓴다."

서부로 간 잡지, 그리고 캘리포니아 감성

R&T는 이후 캘리포니아로 옮겨가 오랫동안 뉴포트 비치를 본거지로 삼았어. 이게 은근히 중요한 포인트야.

캘리포니아는 1년 내내 지붕 열고 달릴 수 있고, 해안 와인딩 로드가 널려 있고, 레이싱 문화(라구나 세카, 리버사이드)가 살아 있는 동네잖아?

그래서 R&T의 글에는 늘 햇빛, 바람, 엔진음, 그리고 약간의 그리움이 섞여 있었어. 디트로이트 공장 냄새가 아니라 태평양 해안도로 냄새가 났지.

전설의 필진들

이름대표 코너 / 역할한 줄 캐릭터
헨리 N. 매니 3세유럽 특파원, 'Miscellaneous Ramblings'르망과 F1 현장을 유머로 풀던 방랑자
피터 이건'Side Glances' 칼럼자동차 에세이의 교과서, 낡은 스포츠카 수리광
데니스 시마나이티스엔지니어링 에디터서스펜션·열역학을 쉽게 풀어준 박사님
폴 프레르레이싱 드라이버 겸 기고가르망 우승자가 직접 쓰는 시승기
샘 포지드라이버 겸 칼럼니스트레이서의 시선으로 쓴 감성 문장

특히 피터 이건의 'Side Glances'는 미국 자동차 잡지 칼럼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연재물로 꼽혀. 내용이 뭐냐고? 대체로 "낡은 차를 사서 고치다가 인생을 깨달았다"는 이야기야.

그런데 그게 왜 그렇게 좋았냐면, 우리 모두 알잖아. 차라는 게 결국 이동수단이 아니라 추억 저장장치라는 걸.

R&T의 기술적 유산

R&T는 미국 잡지 중에서 데이터 시트 문화를 정착시킨 매체 중 하나야. 시승기 끝에 붙는 그 촘촘한 표 — 제원, 기어비, 스키드패드 횡가속도, 브레이킹 거리, 소음 측정치 — 이런 걸 꼼꼼히 채워 넣었지.

또 하나, 메트릭(미터법) 단위 병기와 유럽식 공학 용어를 미국 독자에게 번역해준 것도 R&T의 공이야. 미국 독자가 "DOHC", "인디펜던트 서스펜션" 같은 말을 자연스럽게 쓰게 된 배경이지.

🔥 2막. Car and Driver — 동부의 독설가들

시작은 'Sports Cars Illustrated'

C/D는 1955년에 Sports Cars Illustrated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어. 이름 그대로 스포츠카 전문지였지. R&T의 아류처럼 보이기 딱 좋은 포지션이었어.

그런데 1961년, 제호를 Car and Driver로 바꾸면서 인생이 바뀐다. 핵심은 이 문장에 다 담겨 있어:

"스포츠카만 다루지 말고, 모든 차를 다루자. 그리고 운전자 편에 서자."

즉 Car(차)와 Driver(운전자)를 동등하게 놓겠다는 선언이야. 유럽 로드스터든 디트로이트 머슬카든 픽업트럭이든, 재미있으면 다룬다는 태도.

데이비드 E. 데이비스 주니어라는 폭탄

C/D를 진짜 C/D답게 만든 인물은 데이비드 E. 데이비스 주니어야. 1960년대 중반 편집장을 맡았고, 1970년대 후반에 복귀해 1980년대 중반까지 잡지를 이끌었어.

그가 만든 문체는 이랬어. 건방지고, 웃기고, 문학적이고, 때론 무례하다. 광고주 눈치를 보는 대신 독자를 웃기는 쪽을 택했지.

대표적인 사건 두 개만 볼까?

① 1964년 폰티악 GTO vs 페라리 GTO

미국 머슬카와 이탈리아 레이싱 머신을 같은 페이지에 올려놓은 전설의 기획. 표지부터 도발적이었고, 실제 테스트 조건에 대한 논란도 두고두고 따라붙었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사는 "자동차 저널리즘은 쇼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지.

② 1968년 BMW 2002 리뷰

데이비스가 쓴 그 유명한 찬가. 평범한 박스형 세단이 어떻게 운전자의 심장을 뛰게 하는지를 설교처럼 써내려갔어.

이 한 편의 글이 미국 시장에서 BMW의 운명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아. 잡지 기사 하나가 브랜드를 만든 거의 유일한 사례급이야.

브록 예이츠와 캐넌볼

C/D의 광기를 상징하는 또 한 명, 브록 예이츠(Brock Yates).

그는 1971년 캐넌볼 베이커 대륙횡단 기념 트로피 대시를 기획했어. 뉴욕에서 캘리포니아까지 공도를 달려 누가 빨리 도착하나 겨루는, 말 그대로 합법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이벤트.

명분은 "미국의 속도 규제와 도로 시스템에 대한 항의"였고, 실제로는 자동차 덕후들의 초대형 장난이었지. 1970년대에 여러 차례 열렸고, 이게 나중에 영화 캐논볼 시리즈의 원형이 됐어.

예이츠는 이후 One Lap of America라는 비교적 합법적인(?) 대회로 이 정신을 이어갔어.

요점은 이거야. R&T가 "차를 사랑하는 법"을 썼다면, C/D는 "차로 사고 치는 법"을 썼어. 그리고 독자들은 둘 다 필요했지.

디트로이트 옆으로 이사하다

C/D는 1970년대 후반 뉴욕을 떠나 미시간주 앤아버(Ann Arbor)로 본사를 옮겼어.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 바로 옆이지.

이 선택은 C/D의 성격을 확 바꿨어. 테스트 차량 수급이 쉬워지고, 엔지니어 취재가 편해지고, 겨울 테스트와 고속도로 실측이 일상이 됐거든.

해변의 낭만(R&T) vs 공장 옆 실측(C/D) — 지리가 곧 콘텐츠가 된 사례야.

📊 3막. 숫자 전쟁 — 계측 방법론의 진화

여기서부터가 진짜 자동차 덕후 구간이야. 커피 한 잔 챙겨와.

왜 잡지마다 제로백이 다를까?

같은 차를 테스트했는데 A 잡지는 4.5초, B 잡지는 4.8초. 이거 거짓말일까? 아니야. 측정 규칙이 다른 거야.

표준 계측 항목 구성 가속 계측 0-60 mph 1/4 마일 & 트랩 속도 5-60 스트리트 스타트 제동 계측 70-0 mph 정지거리 페이드 반복 테스트 페달 감각 정성평가 횡방향 계측 스키드패드 g값 슬라럼 통과 속도 서킷 랩타임 결과를 흔드는 변수들 기온 고도 노면 타이어 연료량 동일 차량도 조건에 따라 유의미한 편차가 발생한다

롤아웃(rollout)이라는 비밀

드래그 레이스 현장에서는 차가 스타팅 라인의 광센서를 끊고 약 1피트(30.5cm) 굴러간 뒤부터 시간을 재. 이걸 1-foot rollout이라고 해.

C/D는 드래그 스트립 문화와 비교 가능성을 중시해서 이 방식을 쓰는 걸로 유명해. 롤아웃을 적용하면 0-60 기록이 대략 0.2~0.3초 빨라져.

그러니까 어떤 미디어의 숫자를 볼 땐 반드시 "롤아웃 포함인가?"를 확인해야 해. 이거 모르고 숫자 비교하면 싸움만 나.

5-60 스트리트 스타트

C/D가 특히 애착을 보인 항목. 정지 상태에서 런치 컨트롤로 튀어나가는 게 아니라, 시속 5마일로 굴러가는 상태에서 액셀을 밟는 측정이야.

왜 이게 중요할까? 실제 도로에서 우리가 하는 추월이 대부분 이런 상황이거든. 런치 컨트롤 쓰는 순간은 1년에 몇 번이나 될까?

이게 바로 C/D가 말하는 'Driver'의 관점이야. 카탈로그 숫자보다 실사용 숫자.

스키드패드와 슬라럼

R&T는 오랫동안 스키드패드 횡가속도(g)와 슬라럼 통과 속도를 주요 지표로 삼았어. 이 두 숫자는 지금도 서스펜션 세팅과 타이어 성능을 비교하는 기본 단위로 쓰여.

다만 여기엔 함정이 있어. 스키드패드 g값이 높다고 그 차가 재미있는 건 절대 아니거든. 한계는 높은데 한계 직전의 거동이 무섭기만 한 차, 우리 다 알잖아?

그래서 두 잡지 모두 결국 정량 데이터 + 정성 평가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어.

🏆 4막. 간판 기획들 — 이걸 알면 진짜 팬

Car and Driver: 10Best Cars

1983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미국 최장수 자동차 어워드. 매년 에디터들이 후보 차량을 모아 놓고 며칠간 몰아본 뒤 10대를 뽑아.

핵심 규칙 두 가지가 재밌어.

가격 상한선이 있다 — 아무리 훌륭해도 초고가 슈퍼카는 기본적으로 제외돼. "일반인이 살 수 있는 범위"를 유지하겠다는 철학이지.

재미(fun to drive)를 최우선으로 본다 — 판매량이나 인기와 무관하게, 운전이 즐겁고 목적에 충실한 차를 고른다는 원칙.

그래서 10Best 리스트에는 마쓰다 MX-5 미아타, 혼다 어코드, 포르쉐 박스터/카이맨 같은 차들이 거의 붙박이로 등장해왔어. 화려한 신차보다 '기본기 좋은 차'가 살아남는 구조인 거지.

Car and Driver: Lightning Lap

2006년부터 시작된 서킷 랩타임 연례 기획. 장소는 버지니아 인터내셔널 레이스웨이(VIR)의 풀 코스야.

같은 서킷, 같은 방식으로 매년 수십 대를 돌려서 기록을 쌓다 보니, 이제 이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지난 20년 성능차 진화의 연대기가 됐어.

가격대별로 LL1~LL5 같은 클래스로 나누는 것도 특징. 슈퍼카랑 핫해치를 같은 줄에 세우지 않겠다는 배려지.

Road & Track: Performance Car of the Year

R&T의 대표 연례 기획. 한 해의 퍼포먼스 신차들을 모아 서킷 + 와인딩 로드 + 일상 주행을 섞어 평가해.

랩타임만 보는 게 아니라 "이 차로 주말 아침에 나가고 싶은가"를 묻는 게 R&T스러운 지점이야.

Road & Track: Salon과 역사 기획

R&T는 클래식카를 다루는 'Salon' 스타일 기획, 레이싱 히스토리 특집에 유독 강했어. 사진 한 장을 두 페이지로 크게 쓰고, 여백을 아끼지 않는 편집.

요즘 R&T가 발행 주기를 줄이는 대신 종이 품질과 두께를 올리고, 소장용 매거진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 유전자의 연장선이야.

⚖️ 5막. 두 잡지, 이렇게 달랐다

항목Road & TrackCar and Driver
창간1947년1955년(SCI) → 1961년 현 제호
상징 지역캘리포니아 해안미시간 앤아버
문체서정적·에세이형직설적·풍자형
강점 장르유럽 스포츠카, 클래식, 레이싱사비교시승, 계측, 산업 비평
대표 기획PCOTY, Salon10Best, Lightning Lap
대표 인물존 본드, 피터 이건, 헨리 매니데이비드 E. 데이비스, 브록 예이츠
독자 이미지차를 '감상'하는 사람차를 '검증'하는 사람

비유하자면, R&T는 LP판을 턴테이블에 올리는 사람이고
C/D는 스펙시트 들고 스피커 매장에 쳐들어가는 사람이야.
둘 다 음악을 사랑하는 건 똑같아. 방식이 다를 뿐.

🏢 6막. 결국 한 지붕 두 가족이 되다

소유 구조의 변천

두 잡지는 오랜 세월 여러 출판사를 거쳤어. 1990~2000년대에는 프랑스계 미디어그룹 아셰트 필리파키 미디어 US 산하에 함께 묶였고, 2011년 허스트(Hearst)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두 잡지 모두 허스트 소속이 됐어.

현재는 Hearst Autos라는 조직 아래에서 Car and Driver, Road & Track, 그리고 Autoweek 같은 매체가 함께 운영되고 있어.

즉, 수십 년간 서로를 깎아내리며 경쟁하던 두 잡지가 이제는 같은 회사 동료인 거야. 인생 참 재밌지?

왜 종이 잡지는 얇아졌나

이건 자동차 잡지만의 문제가 아니야. 2000년대 후반부터 모든 잡지가 겪은 구조 변화지.

1 광고 이탈 — 자동차 브랜드의 마케팅 예산이 지면에서 디지털·유튜브·인플루언서로 이동.

2 정보 속도 — 신차 공개 당일 온라인에 다 뜨는데, 한 달 뒤 도착하는 종이 기사는 경쟁력이 떨어짐.

3 유통 비용 — 종이값·인쇄·배송비 상승, 서점과 가판대 축소.

그래서 두 잡지 모두 발행 횟수를 줄이고, 온라인(caranddriver.com, roadandtrack.com)을 주전장으로 삼는 전략을 택했어.

대신 종이는 '자주 나오는 정보지'가 아니라 '가끔 나오는 소장품'으로 포지션을 바꿨지. R&T가 특히 이 방향이 뚜렷해.

디지털 시대의 새 무기

C/D 온라인은 구매 가이드형 콘텐츠가 강해. 차종별 평점, 스펙 비교, 신뢰성 정보, 리스/구매 팁까지. 검색으로 유입되는 실사용자를 정조준한 구성이지.

R&T 온라인은 롱폼 에세이와 모터스포츠 스토리에 비중을 둬. 짧은 뉴스보다 "읽을 거리"로 승부하는 쪽.

흥미로운 건, 결국 두 매체 모두 과거의 정체성을 디지털에서 다시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야. 매체는 변했지만 DNA는 안 변했어.

🔧 7막. 이 잡지들이 자동차 문화에 남긴 것

① 비교시승(Comparison Test)이라는 포맷

지금은 너무 당연해 보이지만, 경쟁 차종을 한자리에 모아 순위를 매기는 포맷을 대중화한 게 이 두 잡지야.

브랜드 입장에서는 무서운 일이지. 자기 차가 공개적으로 4위로 찍히니까.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이보다 실용적인 콘텐츠가 없어.

② 나쁜 차를 나쁘다고 쓰는 용기

광고주가 곧 취재 대상인 산업에서, 혹평은 늘 위험했어. 실제로 특정 제조사가 취재 협조를 끊거나 광고를 빼는 일도 종종 있었고.

그럼에도 C/D의 독설과 R&T의 냉정한 데이터 시트는 "자동차 미디어는 소비자 편"이라는 최소한의 기준선을 만들었어.

③ 자동차 글쓰기를 '문학'으로

피터 이건의 칼럼, 데이비드 E. 데이비스의 리뷰는 지금도 영어권 글쓰기 수업에서 인용될 정도야.

기계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 스펙을 설명하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것.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직접 시승기를 써본 사람만 알지.

참고로 이런 전문 분야 글쓰기와 지식 콘텐츠 제작도 하나의 기술이야. 요즘은 재능넷 같은 재능 공유 플랫폼에서 자동차 칼럼 작성, 기술 번역, 인포그래픽 디자인 같은 재능을 서로 주고받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어.

덕후의 지식이 곧 콘텐츠가 되는 시대인 거지.

④ 용어의 표준화

"언더스티어", "턴인", "스티어링 피드백", "섀시 밸런스" 같은 표현들이 일반 독자에게 스며든 건 이 잡지들의 수십 년치 반복 학습 덕분이야.

지금 우리가 국내 커뮤니티에서 쓰는 자동차 용어의 상당수도, 거슬러 올라가면 이 두 잡지의 어휘 체계에 닿아 있어.

⚡ 8막. 전동화 시대, 이들은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

여기서 진짜 재밌는 질문이 나와. 엔진 소리가 사라지면 자동차 잡지는 뭘 써야 할까?

계측 항목의 재편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두 매체 모두 테스트 항목을 갈아엎었어.

기존 항목추가·대체된 항목
0-60 mph여전히 유효 (단, 너무 빨라서 변별력 감소)
연비(MPG)실주행 전비, 고속도로 주행거리 실측
주유 편의성충전 속도 곡선, 10-80% 충전 시간
엔진 사운드실내 정숙성, 노면소음(NVH) 세분화
변속기 완성도회생제동 감각, 원페달 조작성

특히 C/D가 정착시킨 75mph 고속도로 실주행 거리 테스트는 의미가 커. 공인 주행거리와 실제 장거리 주행거리의 간극을 숫자로 드러냈거든.

이건 예전에 "카탈로그 연비 vs 실연비"를 파헤치던 정신이랑 완전히 같은 거야. 도구만 바뀌고 태도는 그대로.

"재미"라는 기준은 살아남을까

R&T가 붙들고 있는 질문이 바로 이거야. 0-60이 2초대인 전기 SUV가 널린 세상에서, 무엇이 차를 특별하게 만드는가?

답은 점점 가벼움, 조향 감각, 시야, 밸런스, 인간과의 대화 쪽으로 모이고 있어. 수치로 안 잡히는 영역이지.

역설적이게도,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글로 쓴 감각 묘사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어. R&T가 오래 갈고닦은 무기가 다시 빛을 보는 셈.

🎯 9막. 우리가 이 잡지들에서 배울 수 있는 것

리뷰를 똑똑하게 읽는 5단계 1 측정 조건 기온·노면 2 타이어 사양 옵션 확인 3 롤아웃 여부 가속 기준 4 시승 거리 장기 여부 5 이해관계 협찬 표기 숫자는 조건과 함께 읽어야 정보가 된다 조건 없는 수치는 광고 문구에 가깝다 출처와 방법론을 밝히는 매체를 신뢰하라

실전 팁: 해외 리뷰 숫자를 볼 때

단위 변환부터 하자. mph는 ×1.609로 km/h. 0-60mph는 0-96.5km/h니까, 국내 0-100km/h보다 살짝 유리해. 대략 0.2~0.4초 차이가 난다고 보면 돼.

1/4마일은 402m. 트랩 스피드(통과 속도)는 사실 출력 대 중량비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지표라 눈여겨볼 가치가 있어.

정지거리는 mph→피트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70-0mph 160피트면 약 48.8m. 요즘 스포츠카는 45m 안쪽도 흔해.

스키드패드 g값은 1.0g면 꽤 좋은 편, 1.1g 이상이면 퍼포먼스 타이어를 낀 본격 스포츠카 영역이야.

📚 마무리 — 활자는 줄었지만 정신은 남았다

솔직히 말하자. 요즘 누가 종이 자동차 잡지를 사서 봐? 대부분은 유튜브 썸네일 보고 클릭하지.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 비교시승, 계측 데이터, 솔직한 혹평, 재미있는 자동차 글 — 이 전부 이 두 잡지가 수십 년간 싸워가며 만든 표준이야.

Road & Track은 우리에게 "차는 사랑할 가치가 있다"고 가르쳤고,
Car and Driver는 "그래도 검증은 해야 한다"고 가르쳤어.

이 두 태도가 합쳐질 때, 비로소 건강한 자동차 문화가 생기는 거지. 맹목적 찬양도 아니고 냉소적 비관도 아닌, 알고 사랑하는 태도 말이야.

다음에 신차 리뷰를 볼 때, 딱 하나만 기억해줘.
"이 숫자는 어떤 조건에서 나온 거지?"
이 질문 하나가 당신을 70년 전 스톱워치를 들고 활주로에 서 있던 그 사람들과 이어줘.

그리고 혹시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나 글쓰기, 영상 편집 같은 재능이 있다면 — 그거 혼자 묵히지 말고 재능넷 같은 곳에서 나눠보는 것도 괜찮아. 결국 잡지도 처음엔 동호회 소식지에서 시작했으니까.

자,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엔 유럽 쪽 매체들 얘기도 해보자고. 🏁

핵심 정리

• R&T: 1947년 창간, 캘리포니아 감성, 유럽 스포츠카와 에세이형 글쓰기의 본가

• C/D: 1955년 SCI로 출발 → 1961년 개명, 앤아버 기반, 계측과 독설의 대명사

• 대표 기획: 10Best(1983~), Lightning Lap(2006~), PCOTY

• 2011년 허스트 인수로 현재는 동일 그룹 소속

• 전동화 시대에 맞춰 충전·전비·실주행 거리 중심으로 테스트 항목 재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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