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4.0 보잉 Y3·NMA 미스터리 — 20년째 도면 위에만 존재하는 중형 와이드바디 프로젝트의 경제학

보잉 Y3·NMA 미스터리 — 20년째 도면 위에만 존재하는 중형 와이드바디 프로젝트의 경제학
757의 빈자리,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려다 번번이 멈춰 선 항공기.
왜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는 "가장 필요한 비행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을까?
1. 시작은 알파벳 세 글자였다 — Y1, Y2, Y3의 정체
항공 덕후들 사이에서 "Y3"라는 단어는 일종의 도시전설처럼 회자됩니다.
"보잉이 곧 757 후계기를 낸다더라", "이번엔 진짜다", "또 미뤄졌다"의 무한 루프.
그런데 이 Y3라는 이름, 마케팅 팀이 만든 게 아니라 보잉 내부의 제품 전략 코드에서 출발했습니다.
2000년대 초 보잉 상용기 부문(BCA)은 향후 수십 년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세 축으로 정리했습니다.
Y1 — 737 계열(협동체·단일통로)을 대체하는 차세대 내로바디 패밀리.
Y2 — 767/777 사이 장거리 중형 시장을 노린 프로젝트. 이것이 실제로 결실을 맺어 787 드림라이너가 되었습니다.
Y3 — 747과 777의 상단 시장, 즉 대형기 영역을 대체할 미래 기종.
여기서 첫 번째 반전이 나옵니다.
원래 Y3는 "중형 와이드바디"가 아니라 "초대형기 후계"였습니다.
787이 Y2로 실현되면서 777X(777-8/9)가 사실상 Y3의 역할을 흡수했고,
이후 커뮤니티와 언론에서 'Y3'라는 명칭이 혼용·표류하기 시작합니다.
그 사이 진짜 이슈는 다른 곳에서 터졌습니다.
2004년 보잉이 757 생산을 종료한 것. 그리고 2000년대 중반 767 여객형도 사실상 주문이 끊겼습니다.
즉 보잉의 제품군에서 "좌석 200~270석 + 항속 4,000~5,500해리"라는 구간이 통째로 비어버린 겁니다.
이 빈 구멍을 메우려는 시도가 바로 NMA(New Midsize Airplane),
언론과 업계가 즐겨 부른 별명은 "797"이었습니다.
2. "미들 오브 마켓"이라는 저주받은 구간
업계는 이 구간을 MoM(Middle of the Market)이라 부릅니다.
말은 근사한데, 실제로는 항공기 설계자에게 가장 잔인한 시장입니다.
🎯 요구조건이 서로를 배신한다
항공사가 MoM 기재에 요구하는 것은 대략 이렇습니다.
① 200~270석을 태우고
② 대서양 횡단이나 동남아~호주 같은 중장거리(4,000~5,500해리)를 날고
③ 좌석당 연료소모는 737/A321 수준이고
④ 그러면서 가격은 와이드바디가 아니라 내로바디에 가깝게 싸고
⑤ 회전율(turnaround)은 단거리 노선에서도 쓸 수 있게 빠르게.
여기서 물리학과 회계학이 정면충돌합니다.
넓은 동체(와이드바디)는 승객 탑승·화물 하역이 빠르고 쾌적하지만 항력과 무게가 늘어납니다.
좁은 동체(내로바디)는 가볍고 싸지만 260석을 태우면 동체가 길어져 탑승 시간·회전율이 나빠지고,
장거리에서는 객실 환경과 화물 수익성이 떨어집니다.
즉 MoM 기재는 "와이드바디의 편의 + 내로바디의 경제성"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그래서 보잉은 타원형 단면(oval / elliptical cross-section)이라는 독특한 카드를 꺼냈습니다.
좌우로는 넓어 7열 배치(2-3-2)가 가능하고, 위아래로는 납작하게 눌러 전면 면적을 줄이는 방식.
화물실은 표준 LD3 컨테이너 대신 낮은 특수 규격을 쓰거나 벌크 화물 중심으로 설계하는 구상이었습니다.
"MoM은 비행기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표의 문제였다."
— 항공 애널리스트들이 NMA를 설명할 때 반복적으로 등장한 문장
📐 두 가지 파생형 구상
| 구분 | NMA-6 (소형형) | NMA-7 (대형형) |
|---|---|---|
| 좌석(2클래스) | 약 220~230석 | 약 250~270석 |
| 항속거리 | 약 5,000해리급 | 약 4,500해리급 |
| 대체 대상 | 757-200/300 | 767-200/-300ER |
| 객실 배치 구상 | 2-3-2 (7열), 복도 2개 / 타원형 단면 | |
| 목표 가격대 | 대당 정가 기준 7,000만~9,000만 달러대 논의 | |
※ 위 수치는 2015~2019년 보잉이 시장에 제시했던 개념 수준의 목표치로, 확정 스펙이 아닙니다.
3. 타임라인: 기대와 유예의 15년
NMA/797 이야기는 단순히 "안 만들었다"가 아니라, 여러 번 거의 만들어질 뻔했다는 점에서 드라마틱합니다.
2004년 — 757 마지막 기체 인도. MoM 공백의 시작.
2011년 — 보잉은 신형 내로바디(Y1 후속) 대신 737 MAX 재엔진을 선택. A320neo에 대응하느라 신규 설계 여력이 후순위로.
2015년 — 보잉 경영진이 공식적으로 "MoM 기재 시장을 연구 중"이라 언급. 언론이 '797'이라 부르기 시작.
2017년 파리 에어쇼 — 보잉이 NMA 컨셉을 본격적으로 공개 논의. 타원형 단면 이미지가 돌기 시작하고, "2025년 취항" 시나리오가 회자됨.
2018년 — 엔진 제작사(GE, P&W, 롤스로이스)에 RFI/요구조건 전달. 설계 확정(ATO, Authority To Offer) 기대감 최고조.
2019년 3월 — 737 MAX 전 세계 운항 정지. 보잉의 자금·인력·신뢰가 동시에 붕괴.
2020년 1월 — 신임 CEO 데이비드 칼훈이 "NMA를 백지에서 다시 본다(clean sheet 재검토)"고 발언. 사실상 원점 회귀.
2020년 — 코로나19. 중장거리 수요 붕괴, 와이드바디 시장 냉각. 프로젝트 동력 상실.
2021~2023년 — 논의의 중심이 NMA에서 "차세대 내로바디(NSA)"와 신기술 실증으로 이동. X-66A(TTBW, 초박형 지지익) 같은 연구가 부각.
2024년 — 737 도어플러그 이탈 사고, 생산 품질·인증 문제, 대규모 파업. 신기종 이야기는 다시 봉인.
2025년 — 경영진은 "먼저 기존 생산 안정화, 그 다음 신제품"이라는 기조를 유지. 신기종 론치 시점은 여전히 미확정.
정리하면 NMA는 기술적으로 죽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우선순위 경쟁에서 계속 밀린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 경쟁자가 판을 갈아버렸습니다.
4. 에어버스 A321XLR — "그냥 늘려버렸습니다"
보잉이 타원형 단면을 그리며 고민하는 동안, 에어버스는 대단히 실용적인 답을 냈습니다.
새 비행기를 만들지 않고, 기존 A321neo의 연료를 늘렸습니다.
🛢️ 계보: neo → LR → XLR
| 모델 | 핵심 변경 | 대략적 항속 | 포지션 |
|---|---|---|---|
| A321neo | 신형 엔진(LEAP-1A/PW1100G), 샤크렛 | 약 3,500해리 | 국내·중거리 주력 |
| A321LR | 보조연료탱크(ACT) 최대 3개 | 약 4,000해리 | 대서양 얇은 노선 |
| A321XLR | 동체 일체형 후방 중앙탱크(RCT), MTOW 증대 | 약 4,700해리 | 757/767 대체 직격 |
XLR의 핵심은 RCT(Rear Centre Tank)입니다.
탈착식 보조탱크를 여러 개 넣는 대신, 동체 구조에 영구 결합된 대형 연료탱크를 설계해 넣었습니다.
덕분에 화물실 공간 손실을 줄이면서 연료를 크게 늘렸고,
MTOW(최대이륙중량)를 101톤급으로 키워 4,700해리(약 8,700km)를 확보했습니다.
인증 과정의 난관도 있었습니다.
동체 하부에 대형 연료탱크를 통합하면서 화재 안전성(연료탱크 주변 단열·방화 요건)이 쟁점이 됐고,
EASA·FAA와의 협의로 설계 보강과 일정 지연이 발생했습니다.
XLR은 2024년 7월 EASA 형식증명을 받고, 같은 해 이베리아항공을 통해 상업 취항했습니다.
⚖️ 그래서 NMA는 왜 경쟁이 어려워졌나
항공사 입장에서 계산기를 두드려 봅시다.
① 신규 형식 = 새로운 비용
NMA는 완전히 새로운 형식(type)입니다. 조종사 형식한정 훈련, 정비 인프라, 예비 부품, 시뮬레이터, 운항 인증 — 전부 새로 깔아야 합니다.
반면 XLR은 기존 A320 패밀리와 조종석 공통성(common type rating)이 있어, A320을 운용하는 항공사는 추가 비용이 극적으로 적습니다.
② 좌석 규모가 다르지만 '적당히 겹친다'
XLR은 통상 180~220석 수준으로 운용됩니다. NMA-6(220~230석)의 하단과 겹칩니다.
항공사가 원하는 '얇은 장거리 노선(thin long-haul)'에서는 좌석이 적은 쪽이 오히려 유리합니다. 채우기 쉬우니까요.
③ 즉시 가용성
NMA는 아무리 빨라도 론치 후 6~8년입니다. XLR은 이미 날고 있습니다.
항공사 기재 계획은 5~10년 단위로 짜이는데, '나올지도 모르는 비행기'를 기다릴 CFO는 드뭅니다.
에어버스는 "완벽한 MoM 기재"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충분히 괜찮고,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MoM 기재"를 내놨습니다.
항공기 시장에서는 후자가 거의 항상 이깁니다.
5. 보잉의 대안 카드 — 787-8과 737 MAX 10
보잉이 MoM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닙니다. 다만 "기존 제품으로 커버한다"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 위에서 누르기: 787-8
787-8은 약 240~250석, 항속 7,300해리급입니다.
MoM에 필요한 항속(4,500해리)보다 훨씬 과잉이라 구조와 무게가 무겁고, 그만큼 단거리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보잉은 787 생산라인이 이미 가동 중이라는 강점을 내세웠습니다.
"새 비행기를 개발할 수십억 달러를 쓰는 대신, 787-8을 단거리 최적화 버전으로 제안하겠다"는 논리였죠.
🔹 아래에서 밀기: 737 MAX 10
MAX 10은 약 204석(2클래스)까지 늘린 최장 737입니다.
XLR 대응 카드로 등장했지만 항속이 약 3,300해리 수준에 머물러,
"좌석은 비슷한데 거리를 못 간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MAX 7/10의 형식증명은 엔진 방빙(anti-ice) 시스템 등 이슈로 여러 차례 지연되어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잉의 MoM 방어선은 "위아래에서 끼워 맞추기"입니다.
그런데 양쪽 모두 최적점이 아니라서, 항공사 입장에서는 한쪽은 너무 무겁고, 한쪽은 너무 짧은 선택만 남습니다.
바로 이 틈으로 A321XLR이 수백 대 단위 수주를 쓸어갔습니다.
6. 왜 계속 미뤄지는가 — 4가지 구조적 이유
① 개발비의 벽 (Cash Wall)
완전 신규 기종(clean sheet) 개발은 기체만 100억~150억 달러, 엔진 신규 개발까지 포함하면 그 이상이 듭니다.
787이 개발 초기에 겪은 3년 지연과 막대한 초과비용(이연생산비)은 보잉 내부에 강한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여기에 737 MAX 사태의 보상·합의금, 777X 지연 충당금, 코로나 손실, 2024년 파업 비용이 누적되며
보잉의 재무 여력은 신규 클린시트를 감당할 상태가 아니게 됐습니다.
② 엔진이 준비되지 않았다
MoM 기재가 진짜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기존 대비 20~25% 개선된 신세대 엔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용 터보팬은 이미 CFM LEAP·PW GTF 세대에 도달해 있고,
그다음 도약(오픈팬/오픈로터, 초고바이패스, 고온부 신소재)은 2030년대 중후반 실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CFM의 RISE 프로그램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전략적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지금 엔진으로 NMA를 만들면 "10% 개선" 수준에 그쳐, 신규 형식 도입 비용을 정당화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차세대 엔진을 기다리면 그 기간만큼 시장을 A321XLR에 계속 내줍니다.
보잉은 사실상 "기다리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③ 규제·인증 환경의 급변
MAX 사태 이후 FAA의 인증 프로세스는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제조사 위임(ODA) 권한 축소, 인적요소(human factors) 평가 강화,
그리고 2027년 이후 신규 형식증명에 적용될 조종실 경고·기록 요건 등.
신기종 인증 리스크와 기간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고, 이는 곧 비용과 일정의 불확실성입니다.
④ 우선순위의 재배치
보잉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질문은 이것입니다.
"제한된 개발 자원을 MoM에 쓸 것인가, 737을 대체할 차세대 내로바디(NSA)에 쓸 것인가?"
시장 규모로 보면 답은 명확합니다.
향후 20년 신규 항공기 수요 중 약 75%가 단일통로(내로바디)입니다.
MoM은 통상 2,000~4,000대 규모로 추산되지만, 내로바디 시장은 3만 대 이상입니다.
회사를 살리는 건 MoM이 아니라 737 후계기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습니다.
7. 기술적으로는 무엇이 남았는가 — 타원 동체와 TTBW
NMA가 멈췄어도, 그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 자산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 타원형 단면의 물리학
원형 단면은 내압(기내 여압)을 받는 구조로서 가장 효율적입니다. 응력이 균일하게 분포하니까요.
타원으로 만들면 곡률이 불균일해져 굽힘 응력이 생기고, 이를 견디려면 보강재가 늘어 무게가 증가합니다.
그래서 NMA 구상은 이 페널티를 탄소섬유복합재(CFRP)로 상쇄하려 했습니다.
복합재는 적층 방향(ply orientation)을 조절해 특정 방향 강성을 맞춤 설계할 수 있어,
비원형 단면의 하중 경로를 금속보다 유리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 '생산 속도'라는 벽이 있었습니다.
787은 월 12~14대 생산이 목표였지만, NMA는 성공하려면 월 20대 이상을 찍어내야 했습니다.
복합재 동체를 내로바디급 속도로, 내로바디급 원가로 뽑는 기술 —
이것이 NMA의 진짜 기술 과제였고, 동시에 가장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 X-66A와 초박형 지지익(TTBW)
보잉은 NASA의 SFD(Sustainable Flight Demonstrator) 프로그램을 통해
MD-90 기체를 개조한 X-66A 실증기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핵심은 TTBW(Transonic Truss-Braced Wing) — 매우 길고 얇은 날개를 동체 아래 지지대(truss)로 받치는 구조입니다.
가로세로비(aspect ratio)를 극단적으로 높이면 유도항력이 급감합니다.
보통은 그만큼 날개가 무거워져 이득이 상쇄되는데, 지지대로 굽힘하중을 나누면 얇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합으로 연료 소모 최대 30% 절감(신형 엔진 포함)을 목표로 했습니다.
현실 체크: 2025년 들어 X-66A 프로젝트는 방향 조정이 있었습니다.
개조 실증기 비행 대신 얇은 날개 기술 자체에 대한 지상 연구·요소 실증에 집중하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졌습니다.
즉 "날려서 증명"보다 "성립 가능성부터 확인"으로 한 걸음 후퇴한 셈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TTBW는 초장기 날개폭 때문에 게이트 제약이 심각해
접이식 날개끝(folding wingtip) 같은 777X식 해법이 필수라는 것.
공항 인프라가 항공기 설계를 제약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8. 항공사·여행자에게 남긴 실제 영향
🛫 사라진 노선의 종류
757과 767이 하던 일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결정적이었습니다.
· 얇은 대서양 노선 — 미 동부 중소도시 ↔ 유럽 2선급 도시. 787로는 좌석이 너무 많고, 737로는 못 갑니다.
· 고밀도 국내 간선 — 여름 성수기 국내선에서 좌석 공급을 확 늘려야 할 때.
· 고지·고온 공항 — 757은 강력한 엔진과 날개로 덴버·멕시코시티·고산 공항에서 압도적이었습니다.
· 여객+화물 혼합 수익 — 와이드바디 화물실에서 나오는 벨리카고 수익.
이 중 상당 부분은 A321XLR이 채웠지만, 화물 수익성과 고밀도 좌석 공급 영역은 여전히 공백입니다.
그래서 일부 항공사는 767-300ER을 놀랍도록 오래 운용하고 있습니다.
🔧 중고기재 시장의 역설
NMA가 나오지 않자, 노후 757/767의 잔존가치가 방어됐습니다.
특히 화물 전환(P2F, Passenger-to-Freighter) 수요가 급증해 757/767 화물기 개조 시장이 호황을 누렸습니다.
전자상거래 물류 붐과 맞물려, "퇴역해야 할 비행기"가 제2의 커리어를 얻은 것이죠.
비행기가 안 나오면 기존 비행기가 비싸진다.
항공기 시장에서 공백은 곧 가격입니다.
🌏 승객 체감
승객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좁은 비행기로 장거리를 간다"는 것입니다.
A321XLR로 8~9시간을 비행하는 경험은, 767 와이드바디와 분명히 다릅니다.
복도 하나, 화장실 수 제한, 좁은 오버헤드 빈.
반대로 직항이 생겼다는 압도적 장점도 있습니다. 환승 없이 중소도시에서 바로 유럽으로 가는 것.
항공은 언제나 이렇게 쾌적성과 접근성의 거래 위에서 움직입니다.
9. 그래서 797은 언제 나오는가 — 세 가지 시나리오
[시나리오 A] NMA는 부활하지 않는다 — 가능성 중상
보잉은 MoM을 건너뛰고, 2030년대 중후반 차세대 내로바디(NSA)를 론치합니다.
이 NSA를 처음부터 확장 가능한 패밀리로 설계해 상단 파생형이 MoM 하단을 커버합니다.
즉 "797"이라는 별도 기종이 아니라, 737 후계기의 스트레치 버전이 답이 되는 구조.
[시나리오 B] 이름만 남고 개념이 바뀐다 — 가능성 중간
차세대 엔진(오픈팬 등)과 TTBW급 날개 기술이 성숙하는 2030년대,
보잉은 단일통로 기반의 초장거리 협동체 또는 슬림 와이드바디를 내놓습니다.
타원 단면·7열 배치 같은 초기 NMA 구상은 폐기되고, 완전히 다른 형태가 그 자리를 메웁니다.
[시나리오 C] 진짜 NMA가 부활한다 — 가능성 하
보잉 재무가 회복되고, 787 생산이 안정되고, A321XLR의 한계(화물 용량·좌석 상한)가
시장에서 명확한 불만으로 누적될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때도 에어버스는 A330neo 하단이나 A321 추가 파생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어,
보잉이 선제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던질 명분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2025년 기준 보잉의 공개 메시지는 일관됩니다.
"신형기 개발보다 먼저 생산 시스템과 품질·안전 문화를 정상화한다."
이는 투자자 대상 설명에서도, 규제기관 대응에서도 반복됩니다.
따라서 2020년대 안에 NMA 론치가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10. 드론·UAM 시대에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
이 콘텐츠가 '드론/항공' 카테고리에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NMA 사가는 대형기 이야기지만, 그 교훈은 eVTOL·드론·UAM 산업에 그대로 복사됩니다.
① "기술적으로 가능"과 "사업적으로 가능"은 다른 우주다
타원 동체 와이드바디는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팔릴 가격에 만들 수 있느냐였습니다.
eVTOL도 똑같습니다. 날 수 있는 기체는 이미 여러 대 있습니다.
그런데 인증받고, 대량생산하고, 정비 체계를 갖추고, 흑자 노선을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② 파생형 전략의 무서운 힘
A321XLR이 이긴 이유는 '기존 자산 위에 쌓았다'는 점입니다.
형식 공통성, 검증된 생산라인, 이미 훈련된 조종사 풀.
드론 산업에서도 새 플랫폼을 매번 처음부터 만드는 업체보다,
모듈형 플랫폼 하나를 확장하는 업체가 인증·양산·서비스에서 유리합니다.
③ 인증이 곧 일정이고, 일정이 곧 돈이다
MAX 사태 이후 강화된 인증 체계는 항공산업 전체의 개발 리스크 계산법을 바꿨습니다.
드론·UAM의 형식증명·운항증명·운항승인 과정 또한 예상보다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NMA가 가르쳐주는 건 명확합니다 — 인증 일정을 낙관하면 프로젝트가 죽는다.
④ 엔진(파워트레인)이 제품 주기를 지배한다
NMA가 멈춘 가장 기술적인 이유는 결국 엔진 세대 타이밍이었습니다.
eVTOL도 동일합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임계점을 넘지 않으면,
아무리 멋진 기체를 설계해도 항속거리와 페이로드가 사업성을 무너뜨립니다.
파워트레인 로드맵이 곧 제품 로드맵입니다.
항공기 개발은 10년 단위 베팅입니다.
지금의 정답이 인도 시점에도 정답이어야 하고, 25년 뒤 중고기 시장에서도 팔려야 합니다.
그래서 보잉의 '망설임'은 무능이라기보다, 거대한 불확실성 앞의 지연된 의사결정이라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물론 그 지연의 대가는 시장 점유율로 청구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항공기 하나의 탄생과 좌초에는 물리학, 재무, 규제, 노동, 지정학이 겹겹이 얽혀 있습니다.
재능넷의 '지식인의 숲'에서는 이런 산업 구조를 한 층씩 벗겨내는 콘텐츠를 계속 다룹니다.
항공·드론 설계, 시뮬레이션, 인증 실무처럼 깊이가 필요한 분야일수록
현장에서 직접 해본 사람의 설명 한 줄이 교과서 열 페이지보다 값진 경우가 많습니다.
11. 정리 — 20년째 완성되지 않은 설계도의 의미
핵심 요약
· Y3는 원래 747/777 상단을 겨냥한 코드명이었고, 777X가 그 역할을 흡수했습니다.
· MoM(200~270석 / 4,000~5,500해리) 공백은 757·767 퇴장으로 발생했습니다.
· NMA(797)는 타원형 복합재 동체 + 2-3-2 배치로 이 구간을 노렸습니다.
· 737 MAX 사태 → 코로나 → 품질·파업 이슈가 겹쳐 무기한 유예됐습니다.
· 그 틈을 A321XLR이 형식 공통성과 즉시 가용성으로 장악했습니다.
· 보잉은 787-8과 737 MAX 10으로 위아래에서 커버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 차세대 엔진(오픈팬)과 얇은 날개 기술은 2030년대가 무대입니다.
· 따라서 '797'은 별도 기종이 아니라 NSA 패밀리의 상단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큽니다.
항공기 역사에는 "나왔어야 했지만 나오지 않은 비행기"들이 있습니다.
NMA는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언급되며, 가장 자주 부활 소문이 도는 기종입니다.
설계도 위에서만 20년을 산 비행기.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실패의 기록이라기보다,
현대 항공산업의 제약 조건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표본입니다.
물리적으로는 가능한데 경제적으로는 불가능하고,
시장은 원하는데 제조사는 감당할 수 없고,
기술은 다가오는데 타이밍이 어긋나는 — 그런 지점.
언젠가 보잉이 새 중형기를 발표하는 날,
그 기체는 아마 우리가 본 타원 동체 렌더링과 전혀 다르게 생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NMA 연구에서 축적된 계산과 실패의 데이터가 분명히 들어 있을 겁니다.
🛩️ 비행기는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로 만들어지지만,
그 형태를 결정하는 건 언제나 숫자와 타이밍입니다.
#보잉797 #NMA #MiddleOfMarket #A321XLR #와이드바디 #항공기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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