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표 이미지 - JR 큐슈 나나츠보시: 아시아 최초의 크루즈 트레인이 만든 럭셔리 철도의 기준
모빌리티 · 철도/대중교통

JR 큐슈 나나츠보시: 아시아 최초의 크루즈 트레인이 만든 럭셔리 철도의 기준

기차를 '이동수단'이 아니라 '목적지'로 바꿔버린 일곱 개의 별 이야기

들어가기 전에: 기차인데 왜 '크루즈'라고 부를까?

자, 친구야. 우리가 보통 기차를 탈 때 생각하는 건 딱 하나야. "몇 시에 도착해?"

KTX든 신칸센이든, 철도의 미덕은 '빠름'이었지. 그런데 2013년 10월, 일본 규슈에서 아주 이상한 기차 하나가 굴러 나왔어. 이 기차의 목표는 정반대야. 천천히, 최대한 멀리 돌아서, 최대한 오래 타는 것.

이름은 나나츠보시 in 규슈(ななつ星 in 九州). 한국어로 옮기면 '규슈의 일곱 별'이야. 운영사는 JR 큐슈(九州旅客鉄道). 그리고 이 열차는 아시아 최초의 크루즈 트레인(Cruise Train)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

크루즈 트레인이 뭐냐고? 쉽게 말해 바다 위 크루즈선을 육지의 선로 위에 올려놓은 것이야. 배 위에서 먹고 자고 놀면서 항구마다 들러 관광하듯, 이 기차도 침대칸에서 자고 식당차에서 코스 요리를 먹으면서 규슈 곳곳의 역에 내려 온천이며 도자기 마을이며 신사를 구경해.

티켓값이 궁금하지? 1인 수십만 엔이야. 그런데도 첫 예약 경쟁률이 7배 이상이었고, 10년이 넘은 지금도 추첨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수두룩해. 왜 사람들이 이 기차에 미쳤는지, 지금부터 아주 쫀쫀하게 파보자.

1. 탄생 배경: 망해가던 로컬 철도의 반격

JR 큐슈라는 회사의 처절한 사정

먼저 배경을 알아야 이 기차가 얼마나 '독한' 발상인지 이해가 돼.

1987년 일본국유철도(JNR)가 분할 민영화되면서 JR 그룹 7개사가 태어났어. 이때 JR 동일본·도카이·서일본은 알짜 노선을 물려받았지. 도카이도 신칸센 하나만 굴려도 돈이 쏟아지는 JR 도카이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야.

반면 JR 큐슈, JR 홋카이도, JR 시코쿠는 이른바 '삼도(三島) 회사'로 불리며 출발부터 적자였어. 인구는 적고, 노선은 길고, 자동차 보급률은 높았지. 그래서 정부는 '경영안정기금'을 얹어주고 그 운용수익으로 적자를 메우라고 했어. 사실상 구조적으로 돈을 못 버는 회사였던 거야.

여기서 JR 큐슈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해. "우리는 속도 경쟁으로는 못 이긴다. 타는 경험 자체를 상품으로 팔자."

미토오카 에이지, 철도 디자인의 이단아

이 전략의 심장에 있던 사람이 미토오카 에이지(水戸岡鋭治)야. 원래 건축·인테리어 계열 디자이너였는데, JR 큐슈와 손잡고 일본 철도 디자인의 판을 갈아버린 인물이야.

그가 만든 열차 리스트를 보면 입이 벌어져.

· 787계 '츠바메' — 회색 금속 질감의 파격적 특급
· 883계 '소닉' — 미키마우스 같은 헤드레스트로 유명한 진청색 특급
· 885계 '카모메' — 가죽 시트에 나무 바닥을 깐 특급
· 관광열차 D&S 시리즈 — '유후인노모리', '이사부로·신페이', '아소보이!', '우미사치 야마사치' 등
· 800계 신칸센 — 신칸센 실내에 나무 블라인드와 천 커튼을 넣은 미친 시도

미토오카의 철학은 명확했어. "열차는 달리는 건축물이다." 값싼 플라스틱 대신 목재, 금속, 직물을 쓰고, 차량마다 지역의 공예를 끌어들였지. 이 축적이 20년 넘게 쌓인 끝에 최종 보스로 나온 게 나나츠보시야.

'일곱 개의 별'이라는 이름의 뜻

이름의 '나나츠(일곱)'에는 중첩된 의미가 있어.

① 규슈의 7개 현 —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오이타, 구마모토, 미야자키, 가고시마.
② 규슈의 7가지 관광 매력 — 자연, 음식, 온천, 역사·문화, 파워스폿, 인정(人情), 열차.
③ 7량 편성 — 열차 자체가 7칸.

이름부터 규슈라는 지역 전체를 브랜딩하는 장치였던 거야. 단순히 비싼 기차가 아니라, 지역 관광 산업을 끌어올리는 플래그십이었지.

2. 하드웨어 해부: 77계 디젤 기관차와 7량의 예술품

나나츠보시 in 규슈 편성 구조 DF200-7000 기관차 + 77系 客車 7량 / 정원 최대 28~30명대 DF200-7000 1호차2호차3호차4호차5호차6호차7호차 라운지'블루문' 다이닝카'주피터' 객실객실객실객실 디럭스스위트 전 객실 스위트 · 전 객실 개별 화장실/샤워 · 7호차는 전면 파노라마 창

기관차: DF200형 7000번대

먼저 맨 앞에 붙는 DF200-7000. 원래 DF200형은 JR 홋카이도가 화물용으로 쓰던 디젤 전기 기관차야. 그런데 이걸 나나츠보시 전용으로 개조해서 와인 레드(적동색)로 도장했지. 차체에는 금색 엠블럼이 박혀 있어.

왜 하필 디젤 기관차냐? 규슈는 가고시마 본선·나가사키 본선 같은 전철화 구간도 있지만, 히사츠선, 미야자키 쪽 로컬선, 호히선 일부 등 비전철화 구간이 많아. 크루즈 트레인은 코스가 자유로워야 하니까, 전차선 없는 구간도 갈 수 있는 기관차 견인 방식(객차 견인)이 정답이었어.

디젤 전기 방식이라 엔진이 발전기를 돌리고, 그 전기로 모터를 굴려. 객차에는 별도의 전원차 기능이 필요한데, 나나츠보시는 1호차 라운지 아래에 발전 설비를 두어 객차 전체에 전기를 공급해.

77계 객차: 일본 철도 역사상 가장 사치스러운 차량

객차 형식명은 77系. '7'이 두 번 들어간 건 물론 일곱 별에서 온 거야. 제작은 히타치 제작소가 담당했고, 일본에서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새로 만든 침대 객차라는 상징성도 있어.

차체 외부를 볼까? 진한 적동색(고동색) 바디에 옆면에는 금색 문양이 들어가 있어. 이 문양은 규슈산 삼나무·대나무·금속 세공 등 지역 장인의 문양을 응용한 거야. 창틀은 커다랗고, 유리에는 사가현 아리타(有田)와 관련된 공예 요소가 반영돼 있지.

내부는 아예 딴 세상이야.

· 바닥 — 규슈산 목재 마루
· 벽/천장 — 대나무 편조, 목재 조각, 옻칠(漆器) 마감
· 세면대 — 아리타야키(有田焼) 도자기 세면기
· 조명 — 스테인드글라스, 주문 제작 램프
· 가구 — 오쿠와(大川) 가구 산지의 원목 가구
· 소품 — 구마모토 야츠시로 다다미, 지역 직물 쿠션

즉, 이 기차 한 편성 안에 규슈 전역의 전통 공예가 모조리 들어가 있는 셈이야. 이게 왜 중요할까? 손님이 기차를 타는 순간, 규슈 공예 박물관을 관람하는 경험이 되기 때문이야. 열차가 지역 산업의 쇼룸이 되는 구조지. 이런 식의 '경험 설계' 사고는 요즘 재능넷의 지식인의 숲에서도 자주 다루는 주제인데, 하드웨어와 스토리를 묶어 파는 대표 사례로 꼽을 만해.

1호차 '블루문(BLUE MOON)' 라운지

승객 전용 라운지야. 피아노가 놓여 있어서 라이브 피아노 연주가 열리고, 바 카운터에서 규슈 소주·사케·와인을 마실 수 있어. 밤에는 여기가 사교의 장이 돼. 낯선 승객끼리 술 한잔 하면서 친해지는 구조 — 이게 크루즈선의 문화를 그대로 가져온 부분이야.

2호차 '주피터(JUPITER)' 다이닝카

식당차인데, 그냥 식당차가 아니야. 오픈 키친이 있고 셰프가 눈앞에서 요리해. 규슈 각 지역의 유명 셰프나 료칸 요리장이 초청 셰프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 사가규, 간자키 채소, 아리아케해 해산물, 가고시마 흑돼지 같은 식재료가 그날그날 올라오지.

테이블 세팅도 규슈 도자기 — 아리타야키, 고이시와라야키 등을 써. 그러니까 접시까지 관광 상품인 거야.

객실: 전 객실이 스위트

3~6호차가 객실인데, 객실 전부가 스위트 등급이야. 각 객실에는 개별 화장실, 샤워, 세면대, 소파, 침대가 있어. 창문은 통창급으로 크고, 침대에 누워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게 설계됐지.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7호차 '디럭스 스위트'. 열차 맨 끝, 전면 파노라마 창이 있는 방이야. 뒤로 멀어지는 선로를 침대에서 보면서 잠드는 방 — 이 방을 잡으려고 몇 년을 재도전하는 사람이 있어. 히노키 욕조가 있는 객실도 이 급에 해당해.

정원은 개조 이력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대략 28~30명 전후. 7량 기차에 스무 명대 손님이라니, 밀도가 미친 수준이지. 승무원 수가 승객 수와 비슷할 정도라 서비스 밀도도 어마어마해.

3. 운행 방식: 코스, 가격, 그리고 예약 전쟁

기본 코스 구성

나나츠보시는 하카타역(博多)에서 출발해 하카타로 돌아오는 순환형 여정이야. 크게 두 종류로 운영돼 왔어.

① 3박 4일 코스 — 규슈를 크게 한 바퀴. 후쿠오카 → 오이타 → 미야자키 → 가고시마 → 구마모토 → 나가사키·사가 방면 등을 두루 훑어. 중간에 료칸 1박이 포함되기도 하고, 시즌에 따라 전 일정 차중박도 있어.
② 1박 2일 코스 — 짧은 버전. 유후인·벳푸 방면이나 나가사키·사가 방면 등으로 구성.

운행 노선은 고정이 아니야. 가고시마 본선, 나가사키 본선, 닛포 본선, 호히 본선, 히사츠 오렌지 철도(제3섹터), 사세보선, 규다이 본선 등 그때그때 다른 루트를 타. 심지어 제3섹터 철도까지 들어가니, 지역 철도에도 수익이 흘러가는 구조야.

가격대

요금은 개정과 리뉴얼에 따라 계속 올라왔는데, 감을 잡을 수 있게 대략적인 수준을 정리하면 이래.

구분객실 등급1인 요금대(2인 1실 기준)
1박 2일스위트약 25만~40만 엔대
1박 2일디럭스 스위트약 45만~60만 엔대
3박 4일스위트약 60만~90만 엔대
3박 4일디럭스 스위트약 100만 엔 이상

※ 요금은 시즌·개정·객실·인원에 따라 크게 변동해. 위 표는 '이 정도 급이다'라는 체감 스케일로만 봐줘. 1인 이용 시에는 추가 요금이 붙고, 식사·관광·가이드·차내 음료가 대부분 포함된 올인클루시브형 상품이야.

계산해볼까? 3박 4일에 커플 둘이 디럭스 스위트를 잡으면 200만 엔을 넘길 수 있어. 한화로 대략 1,500만 원 이상. "기차를 그 돈 주고 타?" 싶지만, 초호화 크루즈선 스위트 캐빈이나 프라이빗 제트 투어와 비교하면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평도 있어.

예약은 추첨제 — 응모하고 기도하기

선착순이 아니야. 기간 내 응모(신청) → 추첨 방식이야. 2013년 첫 운행 전 모집에서 경쟁률이 7배를 넘었고, 이후에도 인기 시즌·인기 객실은 수십 배 경쟁률이 나오곤 했어.

재밌는 건 재응모 우대 문화야. 탈락 횟수가 쌓이면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구조가 있어서, "나 5년째 도전 중이야"라는 승객이 실제로 있어. 이게 또 하나의 팬덤을 만들었지.

드레스 코드도 있어. 저녁 식사 때는 스마트 캐주얼 이상을 요구해. 슬리퍼·트레이닝복으로는 다이닝카에 못 들어간다는 얘기. 여행 자체를 '격식 있는 이벤트'로 만들어 버리는 장치야.

4. 진짜 마법은 '차 밖'에서 일어난다

역마다 열리는 환영 행사

나나츠보시가 시골 역에 정차하면, 그 지역 주민들이 깃발을 들고 나와 손을 흔들어. 초등학생 합창단이 노래하고, 지역 태고(북) 팀이 연주하고, 향토 요리를 내놓는 경우도 있어.

이게 JR 큐슈가 의도한 핵심이야. 나나츠보시의 컨셉 7요소 중 하나가 '인정(人情)'이었던 거 기억나? 럭셔리 열차인데 파는 건 '따뜻함'이라는 역설.

사실 이 문화는 규슈 관광열차 전통에서 왔어. JR 큐슈의 D&S 열차들은 오래전부터 '손 흔들기' 문화가 있었지. 논밭에서 일하던 어르신이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승객이 창문에서 답례하는 그림. 나나츠보시는 그걸 극한까지 끌어올린 거야.

하선 관광: 기차에서 내려서 보는 규슈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들르는 곳들이 이래.

· 유후인(由布院) — 유후다케 산을 배경으로 한 온천 마을
· 벳푸(別府) — 지옥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최대 온천지
· 아소(阿蘇) — 세계적 규모의 칼데라 화산 지형
· 아리타(有田) — 일본 자기의 발상지, 400년 도자 역사
· 나가사키 — 동서 문명이 섞인 항구 도시
· 가고시마 — 사쿠라지마 화산과 이부스키 모래찜질
· 미야자키 타카치호 — 일본 신화의 무대, 파워스폿

하선 관광 때는 전용 버스가 대기하고, 가이드가 따라붙어. 미술관이나 공방을 영업시간 외에 단독 개방해주는 경우도 있어. 일반 관광객은 못 보는 시간대의 풍경을 보는 셈이지.

숨겨진 운행 기술: '어떻게 천천히 달릴까'

여기가 철도 덕후들이 흥분하는 포인트야. 나나츠보시는 정기 열차 다이어그램 사이에 끼워 넣어야 하는 임시 열차야.

일반 특급이나 화물열차 틈새에서, 느리게, 천천히, 그리고 정시에 다녀야 해. 게다가 승객이 식사하는 동안은 흔들림을 최소화해야 하고, 좋은 풍경 구간에서는 서행을 하거나 아예 정차해서 감상 시간을 줘.

그래서 야간에는 차량기지나 측선에서 정박(정차 취침)하는 방식도 써. 배가 야간에 정박하듯, 기차도 조용한 곳에 세워두고 승객을 재우는 거야. 침대에서 덜컹거림 없이 자게 하려는 배려지.

또 하나. 열차가 진행 방향을 자주 바꿔(스위치백성 운행). 규슈 노선망 구조상 하카타 출발 순환 코스를 짜면 기관차가 방향을 바꿔 붙어야 하는 구간이 생겨. 이때 기관차 교체·방향 전환 작업이 벌어지는데, 이걸 구경하는 것도 승객에게는 이벤트야.

5. 나나츠보시가 바꾼 일본 철도의 판도

일본 크루즈 트레인 계보도 나나츠보시가 열어젖힌 시장, 3년 뒤 JR 동일본·서일본이 참전 2013.102017.052017.062020~ 나나츠보시 나나츠보시 JR 큐슈 77系 · 7량 아시아 최초 시키시마 JR 동일본 E001形 · 10량 전기/디젤 겸용 미즈카제 JR 서일본 87系 · 10량 산인·산요 순환 공통 DNA 전 객실 스위트 · 라운지+다이닝 편성 · 추첨 예약 · 하선 관광 · 지역 공예 인테리어 = '이동'이 아니라 '체류'를 파는 비즈니스 모델

경쟁자들의 등장

나나츠보시가 대박을 치니, 다른 JR들이 가만있지 않았어.

· 트란스위트 시키시마(TRAIN SUITE 四季島) — 2017년 5월, JR 동일본. E001형 10량. 전기·디젤 하이브리드 겸용이라 전철화/비전철화 구간을 모두 달려. 홋카이도까지 세이칸 터널을 통과해 가는 코스가 있어. 디자인 총괄은 오쿠야마 기요유키(페라리 엔초 디자이너로 유명).

· 트와일라이트 익스프레스 미즈카제(瑞風) — 2017년 6월, JR 서일본. 87系 10량. 산인·산요 지방(돗토리, 시마네, 오카야마, 히로시마, 야마구치)을 순환. 옛 침대특급 '트와일라이트 익스프레스'의 이름을 물려받았어.

이 셋을 묶어 일본 3대 크루즈 트레인이라고 불러. 그리고 이 시장을 맨 처음 개척한 게 나나츠보시야. 후발주자들이 나나츠보시의 문법(전 객실 스위트 + 라운지 + 다이닝 + 추첨 예약 + 하선 관광)을 거의 그대로 따랐다는 것만 봐도 영향력이 보이지.

침대열차의 역설적 부활

여기서 아이러니한 대목이 있어. 나나츠보시가 등장한 2010년대는 일본에서 정기 침대특급(블루트레인)이 줄줄이 폐지되던 시기였어.

'하야부사', '후지', '홋쿠츠쿠세이', '카시오페아', '호쿠토세이', '트와일라이트 익스프레스'… 신칸센과 LCC에 밀려 다 사라졌지. 왜? 이동 수단으로서의 침대열차는 비행기에 절대 못 이기니까.

그런데 나나츠보시는 관점을 뒤집었어. "침대열차가 이동수단으로 안 팔린다면, 체류형 숙박 상품으로 팔면 되지."

그 결과, 값싼 침대열차는 죽고 초고가 크루즈 트레인은 흥하는 기묘한 시장이 만들어졌어. 이건 사실 글로벌 트렌드와 일치해. 유럽의 벨몬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인도의 마하라자 익스프레스, 남아프리카의 로보스 레일, 스코틀랜드의 로열 스코츠맨 — 다 같은 문법이야.

지역 경제 효과

나나츠보시가 진짜 대단한 건 낙수효과야.

승객은 스무 명대뿐이지만, 이 열차가 만든 브랜드 효과는 규슈 전체에 퍼졌어. "나나츠보시가 서는 역"이라는 사실 자체가 지역 홍보가 되고, 나나츠보시 셰프가 쓴 식재료는 프리미엄 딱지를 얻고, 나나츠보시에 도자기를 공급한 공방은 판로가 열렸지.

JR 큐슈는 여기서 배운 노하우로 '36플러스3(36ぷらす3)'이라는 보급형 관광열차도 만들었어. 787계를 개조해 검은 도장을 입힌 열차로, 요일별로 규슈를 돌면서 나나츠보시 감성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체험하게 해줘. 나나츠보시가 못 잡히면 여기로 가면 된다는 얘기.

그리고 JR 큐놀라 — 아니, JR 큐슈는 2016년 상장까지 성공해. 철도만으로는 여전히 힘들지만, 부동산·유통·호텔·관광열차를 묶은 종합 생활 서비스 기업으로 체질을 바꾼 결과였어.

6. 2022년 대규모 리뉴얼: 별은 다시 빛난다

10주년을 앞두고 나나츠보시는 2022년 큰 수술을 받았어. 미토오카 에이지가 다시 붕을 잡았지.

· 객실 정원 조정 — 객실 수를 줄여 더 넓은 공간 확보. 프라이버시 강화.
· 다이닝카 개선 — 주방 설비 업그레이드, 좌석 배치 재구성.
· 라운지 리뉴얼 — 바 카운터와 좌석 리디자인.
· 소재 교체 — 목재·직물 전면 갱신, 새 공예품 도입.
· 코스 개편 — 3박 4일 코스에서 전 일정 차중박 비중 확대. 즉 '기차에서 계속 자는' 진짜 크루즈 느낌 강화.

흥미로운 건 정원을 늘리지 않고 줄였다는 점이야. 수요가 넘치는데도 공급을 줄이고 단가를 올린 거지. 희소성을 유지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정석이야.

코로나 기간에는 운행이 중단·축소됐지만, 회복 후에는 인바운드 수요까지 붙어 오히려 예약이 더 어려워졌어. 해외 부유층 여행객에게 '일본 럭셔리 여행'의 상징 아이템이 된 거야.

7. 우리가 배울 점: 철도 산업에 던지는 질문

속도가 전부가 아니다

철도 산업의 100년 역사는 '더 빠르게'의 역사였어. 하지만 비행기와의 경쟁에서 단거리 외에는 이기기 어려워졌지.

나나츠보시는 정반대 답을 냈어. 철도만이 줄 수 있는 것은 뭘까? 바로 '창밖 풍경의 연속성'이야. 비행기는 구름만 보여주고, 자동차는 운전자가 경치를 못 봐. 기차만이 아무것도 안 하면서 6시간 동안 풍경을 흘려보내는 경험을 줄 수 있어.

로컬선의 재발견

나나츠보시는 적자 로컬선을 일부러 지나가. 그 구간이 가장 예쁘니까. 즉 '비효율적인 노선'이 오히려 관광 자산이 되는 역전이야.

한국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 코레일의 해랑(레일크루즈 해랑)이 대표적이고, 정선아리랑열차(A-train), 서해금빛열차(G-train),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같은 관광열차들도 있어. 다만 해랑의 경우 규모나 브랜딩 파워에서 나나츠보시만큼의 글로벌 인지도를 얻진 못했다는 평가가 많아.

차이가 뭐였을까? 개인적으로 정리해보면 이래.

① 20년 넘게 쌓은 디자인 일관성 — 미토오카 한 사람이 수십 대의 열차를 연속 디자인해 '규슈 열차 = 미토오카 스타일'이라는 정체성이 생김.
② 지역 공예와의 통합 — 열차가 지역 산업의 쇼룸 역할.
③ 주민 참여형 서비스 — 역 환영 행사를 시스템화.
④ 희소성 관리 — 정원을 늘리지 않고 추첨제 유지.

결국 럭셔리는 돈을 많이 들이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오래 쌓는 것이라는 얘기야. 이런 브랜드·디자인·기획 노하우를 사람 단위로 주고받는 곳이 요즘 늘고 있는데, 재능넷처럼 지식과 재능을 교환하는 플랫폼이 그런 역할을 하지.

한눈 정리: 나나츠보시 핵심 스펙

항목내용
정식 명칭나나츠보시 in 규슈(ななつ星 in 九州)
운영사JR 큐슈(九州旅客鉄道)
운행 개시2013년 10월 15일
기관차DF200형 7000번대 디젤 전기 기관차
객차77系 객차 7량 (히타치 제작소 제작)
객실전 객실 스위트, 최상급 디럭스 스위트 2실
정원약 28~30명 전후(리뉴얼로 변동)
편성 구성1호차 라운지 '블루문', 2호차 다이닝 '주피터', 3~7호차 객실
기점하카타역(후쿠오카)
코스3박 4일 / 1박 2일 순환형
예약추첨제(응모 후 당첨)
디자인미토오카 에이지
타이틀아시아 최초의 크루즈 트레인

마무리: 일곱 별이 남긴 것

"열차가 도착지에 도달하는 순간, 여행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열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나나츠보시의 진짜 혁신은 기술이 아니야. 디젤 기관차는 평범하고, 최고 속도는 특급보다 느려. 하드웨어만 보면 딱히 첨단이 아니지.

혁신은 질문을 바꾼 데 있어. "어떻게 더 빨리 갈까?"가 아니라 "어떻게 더 오래 머물게 할까?"

이 질문 하나로 적자 철도 회사는 세계에서 표를 못 구하는 열차를 만들었고, 사람들이 지나치던 시골 역은 환영 행사가 열리는 무대가 됐고, 사라져가던 지역 공예는 새 판로를 얻었어.

혹시 규슈 여행 계획이 있다면, 나나츠보시를 못 잡아도 괜찮아.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유후인에 가보거나, 아소보이!로 아소 화산을 보거나, 36플러스3에 앉아 규슈 해안선을 보면서 커피를 마셔봐. 거기에 이미 나나츠보시의 DNA가 절반쯤 들어 있어.

그리고 열차 창밖으로 손 흔드는 어르신을 보면, 꼭 손을 흔들어 주자. 그게 이 열차들이 지켜온 가장 값비싼 옵션이니까. 🚂

댓글 작성

이 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댓글 0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