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표 이미지 - 영국 해군 뱅가드급 SSBN 4척, 트라이던트 핵억제력을 짊어진 잠수함 이야기

영국 해군 뱅가드급 SSBN 4척, 트라이던트 핵억제력을 짊어진 잠수함 이야기

바닷속에서 30년 넘게 한 번도 멈춘 적 없는 순찰, 그 실체

모빌리티선박/해양SSBN트라이던트 II D5

들어가며: "바다 밑에 영국이 한 척 더 있다"

자 오늘 주제 좀 묵직합니다ㅋㅋ 그냥 배 얘기가 아니라 국가 존망급 물건 얘기거든요.

영국 해군의 뱅가드급(Vanguard-class) 전략원자력잠수함, 총 4척.
HMS Vanguard, HMS Victorious, HMS Vigilant, HMS Vengeance.
이름부터가 벌써 "V" 각 잡고 나가는 느낌이죠ㅋㅋㅋ

이 4척이 뭘 하냐면요. 1969년 4월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최소 1척이 핵탄두를 싣고 바닷속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1969년 폴라리스 시절부터 이어져 온 임무를 뱅가드급이 1994년부터 이어받은 거예요.)

이걸 영국에서는 CASD, 즉 Continuous At-Sea Deterrence(지속적 해상 억제)라고 부릅니다.
줄여서 그냥 "Operation Relentless".
이름 진짜 가차없죠... 릴렌트리스ㅋㅋ 쉬지 않는다는 뜻.

TMI 포인트
50년 넘게 연속 순찰 무중단. 이거 해낸 나라 사실상 영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미국도 러시아도 잠수함 수는 훨씬 많지만, "단 한순간도 공백 없음"을 국가 독트린으로 못박고 지켜온 건 영국이 상징적으로 유명해요.

뱅가드급 SSBN 개념 단면 해수면 함교(세일)·마스트 소나·어뢰실 미사일 구획 16셀 (트라이던트 II D5) PWR2 원자로 전장 약 149.9m · 전폭 약 12.8m · 수중 배수량 약 15,900톤

왜 만들었나: 레졸루션급의 노후화, 그리고 냉전의 막바지

뱅가드급 이전엔 레졸루션급(Resolution-class) 4척이 폴라리스 A3 미사일을 싣고 억제 임무를 맡았어요.
1960년대 후반 취역했으니까, 80년대쯤 되면 슬슬 "야 이거 곧 관짝인데?" 소리 나오는 상황.

거기다 소련의 ABM(탄도탄요격) 능력이 올라가면서 폴라리스로는 모스크바 방공망 뚫기가 빡세졌습니다.
영국은 셰발린(Chevaline)이라는 미친 비용의 개량 프로그램으로 폴라리스 탄두부를 업그레이드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땜빵.

그래서 1980년, 마거릿 대처 정부는 미국과 협상해서 트라이던트 도입을 결정합니다.
처음엔 트라이던트 I C4를 사려다가, 1982년에 트라이던트 II D5로 갈아탔어요.
(미 해군이 D5로 갈 거니까 같이 가야 유지보수·군수 공유가 되잖아요. 합리적 선택ㅇㅇ)

근데 잠깐, 미사일을 미국에서 산다고?

네 맞아요. 이게 영국 핵억제력의 가장 자주 까이는 포인트이자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지점이기도 합니다.

1963년 나소 협정(Polaris Sales Agreement) → 트라이던트로 승계

영국은 미사일 본체(트라이던트 II D5)를 미국에서 구매합니다.
근데 "내 미사일"이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미국 조지아주 킹스베이(Kings Bay)의 공동 미사일 풀(Common Missile Pool)에서 빌려 쓰는 구조예요.

영국 잠수함이 킹스베이 가서 미사일 받아오고, 정비할 때 다시 반납하고. 렌탈 느낌ㅋㅋ
대신 탄두, 원자로, 잠수함 선체는 100% 영국제입니다.
탄두는 올더마스턴(AWE Aldermaston)에서 설계·제작하고요.

발사 권한도 영국 총리 단독. 미국 동의 필요 없습니다.
NATO에 할당돼 있긴 하지만 "최고 국익(supreme national interest)" 상황에선 독자 사용 가능하다는 게 공식 입장이에요.

"미국 없이는 못 쏜다"는 주장과 "정치적으로 완전 독립"이라는 주장이 영국 내에서도 수십 년째 싸우는 중.
기술적으로는 GPS 없이도 관성항법 + 천측(별 위치)으로 목표 타격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요. 이게 D5의 강점 중 하나.

4자매 스펙 정리: 숫자로 보는 괴물

항목제원
함급Vanguard-class SSBN
건조사VSEL / BAE Systems (배로인퍼니스)
전장약 149.9 m
전폭약 12.8 m
수중 배수량약 15,900 톤
추진Rolls-Royce PWR2 가압수형 원자로 1기 + 증기터빈
미사일 튜브16기 (트라이던트 II D5)
어뢰533mm 어뢰관 4문 (Spearfish)
승조원약 130~135명 (2개 크루 교대)
취역1993~1999년

참고로 미국 오하이오급은 미사일 튜브가 24기(현재 START 조약으로 20기 운용)인데, 뱅가드급은 16기.
사이즈도 오하이오급(약 18,750톤)보다 조금 작아요.
근데 단 4척으로 국가 핵억제력 전체를 커버한다는 점에서 밀도는 훨씬 높습니다.

4척 취역 연표

함명펜넌트진수취역
HMS VanguardS2819921993년 8월
HMS VictoriousS2919931995년 1월
HMS VigilantS3019951996년 11월
HMS VengeanceS3119981999년 11월

모함항은 스코틀랜드 파슬레인 해군기지(HMNB Clyde).
탄두 보관은 근처 쿨포트(RNAD Coulport).
스코틀랜드 독립 논의 때마다 "그럼 이 잠수함 어디로 옮기냐"가 초대형 떡밥이 되는 이유가 이겁니다ㅋㅋㅋ 대체 부지가 진짜 없어요.

트라이던트 II D5: 이 미사일이 진짜 물건인 이유

록히드마틴이 만든 UGM-133A Trident II (D5).
1990년 실전배치됐고, 지금까지 시험발사 성공률이 190회 이상 연속 성공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괴물입니다.
(물론 영국 발사에서 실패 사례가 있었는데 그건 아래에서ㅋㅋ)

트라이던트 II D5 핵심 제원

· 전장 약 13.4 m / 직경 약 2.1 m
· 발사중량 약 59 톤
· 3단 고체연료 로켓
· 사거리 7,000 km 이상 (탑재 중량에 따라 12,000 km급까지)
· MIRV: 최대 8~12개 탄두 탑재 가능 (영국은 실제론 훨씬 적게 운용)
· 유도: 관성항법 + 천측 보정(astro-inertial), CEP 약 90~120m급

여기서 천측 보정이 포인트예요.
잠수함은 몇 달씩 물속에 있으니까 관성항법 오차가 쌓이거든요.
근데 이 미사일은 비행 중 별 위치를 보고 스스로 위치를 재보정합니다.
GPS 재밍? 위성 격추? 상관없음. 별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날아가요.

영국식 운용: "수위 조절"이 가능한 억제력

영국은 트라이던트를 미국처럼 최대치로 채워 쓰지 않습니다.
2010년 전략방위안보검토(SDSR) 기준으로 공개된 운용 방식은 이랬어요.

구분2010년 SDSR 목표2021년 통합검토 변경
순찰 잠수함당 탄두40발 이하수치 비공개 전환
순찰 잠수함당 미사일8기 이하 작전배치비공개
총 탄두 비축 상한180발260발로 상향

2021년 Integrated Review에서 영국이 탄두 상한을 180 → 260으로 올린 건 꽤 충격적인 뉴스였어요.
수십 년간 감축만 해오다가 방향을 튼 거라, 국제 비확산 진영에서 말이 많았죠.
게다가 "몇 발 배치했는지 앞으로 안 알려줌"으로 투명성 정책도 뒤집었고요.

왜 다 안 채우냐?
영국 탄두는 위력 조절(variable yield)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전면 전략 타격용 고위력 모드도 있고, 훨씬 작은 위력의 "서브-스트래티직" 옵션도 있다는 게 정설입니다.
즉 "다 쏘거나 안 쏘거나" 이분법이 아니라 중간 단계 경고 카드를 만들어 둔 거죠.

트라이던트 II D5 발사 시퀀스 해수면 발사 심도 (약 30~40m) ① 수중 발사 ② 수면 돌파 ③ 1·2·3단 점화 ④ 천측 항법 보정 ⑤ MIRV 분리·재돌입 가스 사출 → 수면 돌파 후 로켓 점화 → 중간유도 → 재돌입체 분리

하루 일과? 그런 거 없다: 순찰 3개월의 현실

여기가 진짜 흥미로운 파트인데요.
SSBN 승조원의 삶은 일반 함정과 완전 다릅니다. "들키지 않는 것"이 전부거든요.

1. 무선 침묵 (Radio Silence)

잠수함은 절대 송신하지 않습니다.
송신하는 순간 위치가 노출되니까요. 오직 수신만 해요.
VLF/ELF 초저주파를 통해 일방적으로 명령을 받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보내는 메시지도 "패밀리그램(Familygram)"이라는 형식으로 옵니다.
분량 제한 빡세고(대개 수십 단어), 해군이 검열해요.
답장? 못 함ㅋㅋㅋ 3개월 동안 일방 수신만.

나쁜 소식(가족 사망 등)은 함장 재량으로 전달 여부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임무 중 승조원 멘탈 관리가 곧 억제력 유지니까요. 진짜 무거운 직업...

2. 공기와 물은 자급자족

원자로 전력으로 바닷물을 전기분해해서 산소를 만들고(전해조), CO2는 스크러버로 제거.
담수도 증류기로 뽑습니다.
그래서 이론상 제약은 오직 식량과 인간의 정신력뿐이에요.
연료는 원자로 한 번 장전으로 함 수명급을 버티니까요.

3.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

창문이 없으니 낮밤 개념이 없어요.
보통 6시간 당직 / 12시간 휴식 같은 사이클을 돌리는데, 24시간 주기가 아닌 근무표를 쓰는 경우도 있어서 생체리듬이 이상해집니다.
그래서 조명을 인위적으로 낮/밤 톤으로 바꿔주는 시스템을 운용해요.

SSBN 승조원 사이 유명한 표현
"우리 임무가 성공했다는 증거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평생 미사일 한 발 안 쏘고 전역하는 게 최고의 커리어인 직업ㅋㅋ 참 아이러니하죠.

4. 최후의 편지 (Letters of Last Resort)

이건 진짜 소름 돋는 제도인데요.
영국 총리는 취임하면 손글씨로 편지 4통을 씁니다. 잠수함 4척 각각에 하나씩.

내용은 "영국 본토가 핵공격으로 소멸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지시.
선택지는 대략 이렇습니다.

① 보복 발사하라
② 발사하지 마라
③ 함장 판단에 맡긴다
④ 호주 등 동맹국 지휘를 받아라

이 편지는 잠수함 금고 안 금고에 이중 봉인되어 있고, 총리가 바뀌면 읽지 않고 파기됩니다.
지금까지 뭐라고 썼는지 공개된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럼 "본토가 사라졌는지" 어떻게 판단하냐?
전해지는 바로는 BBC 라디오 4 Today 프로그램이 며칠간 송출되지 않으면 확인 절차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유명합니다.
영국스럽다ㅋㅋㅋㅋ 진짜

사고와 논란: 완벽하진 않았다

2009년, 프랑스 르 트리옹팡과 충돌

2009년 2월, 대서양 한복판에서 HMS Vanguard와 프랑스 해군 SSBN Le Triomphant가 서로 들이받았습니다.

둘 다 "절대 안 들키는" 스텔스 모드로 저속 항행 중이었는데, 서로를 탐지 못 해서 부딪힌 거예요ㅋㅋㅋ
이걸 두고 "스텔스가 너무 좋아서 생긴 사고"라는 블랙코미디가 돌았죠.

다행히 원자로·미사일 손상은 없었고 방사능 유출도 없었습니다.
다만 이후 영불 간 순찰 해역 정보 공유(디컨플릭션) 논의가 강화됐어요.

2016년 & 2024년 시험발사 실패

영국은 몇 년에 한 번 DASO(Demonstration and Shakedown Operation)라는 시험발사를 합니다.
탄두 대신 계측장비를 넣은 모의탄으로 쏘는 거죠.

2016년 6월, HMS Vengeance가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쏜 미사일이 이상 방향으로 날아가 실패.
근데 이 사실이 2017년에야 보도되면서 "왜 숨겼냐" 정치 스캔들이 터졌어요. 하필 의회 트라이던트 갱신 표결 직전이었거든요.

2024년 1월엔 HMS Vanguard의 시험발사에서 부스터 점화 실패로 미사일이 바로 옆 바다에 떨어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국방부는 "함정이나 미사일 설계 결함이 아닌 시험 환경 고유의 이벤트"라고 해명했지만, 2회 연속 실패라 여론은 싸늘했죠ㅋㅋ

참고로 미 해군의 D5는 190회 넘게 연속 성공 중이라, "미국이 쏘면 되고 영국이 쏘면 안 된다"는 밈이 잠깐 돌았습니다.
통계적으로는 영국 발사 횟수 자체가 워낙 적어서 표본 문제이긴 해요.

순찰 길이가 계속 늘어나는 문제

원래 뱅가드급 순찰은 8~12주 정도를 표준으로 봤습니다.
근데 함정 4척 중 1척은 항상 대규모 창정비(LOP(R)) 중이고, 다른 함들도 정비 지연이 겹치면서...

시기기록
설계 기준약 8~12주
2010년대 중반3개월 초과 빈번
2021년약 5개월 순찰 사례 보고
2023~2024년6개월 이상 순찰 기록 다수 보도

6개월 무기항 잠항... 승조원 피로도가 진짜 심각한 수준이에요.
함 노후화 + 정비 인프라 병목 + 인력난이 겹친 구조적 문제라, 후속함급이 나올 때까지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런 "장비는 최첨단인데 운용 인력과 정비 인프라가 못 따라가는" 현상은 해양·모빌리티 산업 전반의 공통 이슈이기도 해요.
재능넷 지식인의 숲에서도 선박 정비·기관 분야 전문 지식이 꾸준히 인기 있는 이유가 여기 있죠. 결국 배는 사람이 굴리는 거니까요.

후속함: 드레드노트급이 온다

뱅가드급은 원래 25년 수명으로 설계됐어요.
1993년 취역했으니 계산상 2018년쯤 퇴역이었는데... 현실은 수명연장으로 2030년대까지 밀어 쓰는 중ㅋㅋ

후속이 바로 드레드노트급(Dreadnought-class)입니다.

항목뱅가드급드레드노트급
척수4척4척 (계획)
전장약 149.9 m약 153.6 m
수중 배수량약 15,900 t약 17,200 t
미사일 튜브16기12기 (CMC 방식)
원자로PWR2PWR3
취역 목표1993~19992030년대 초

함명은 Dreadnought, Valiant, Warspite, King George VI.
영국 해군사에서 레전드급 이름들만 골라 왔습니다ㅋㅋ 드레드노트는 20세기 초 전함 혁명의 그 이름이고요.

CMC가 뭐냐면
Common Missile Compartment(공통 미사일 구획).
미국 컬럼비아급 SSBN과 미사일 구획을 공동 설계한 겁니다.
4연장 발사 모듈(quad-pack)을 블록처럼 조립하는 방식이라, 영국은 3모듈(12기), 미국은 4모듈(16기)로 구성해요.
개발비 나눠 내고 부품 호환성 확보하는 실리적 선택.

PWR3 원자로는 미국 설계 요소를 반영한 신형인데, 함 수명 전체를 한 번의 장전으로 커버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중간에 원자로 연료 교체하려고 선체 뜯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이고, 이건 가용률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개선이에요.
뱅가드급 정비 지옥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 재장전 작업 때문이었거든요.

사업비는 초기 추산 310억 파운드 + 예비비 100억 파운드 규모.
네 조 단위 넘어갑니다. 영국 국방예산 논쟁의 영원한 뇌관ㅋㅋ

기술적으로 뜯어보기: 왜 잠수함이 최고의 핵 플랫폼인가

핵전력은 흔히 3축(triad)으로 나눕니다.
지상 발사 ICBM / 전략폭격기 / SSBN.

영국은 특이하게 SSBN 단일 축(monad)만 운용해요.
1998년에 공중발사 핵폭탄(WE.177)까지 전부 퇴역시켰거든요.
왜 잠수함만 남겼을까요?

플랫폼생존성비고
지상 ICBM 사일로낮음위치 고정, 선제타격 1순위
전략폭격기중간기지 피격 시 취약, 요격 가능
SSBN매우 높음위치 불명, 사실상 탐지 불가

핵억제의 핵심은 "내가 맞아도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이에요.
근데 영국은 국토가 좁아서 지상 사일로를 숨길 데가 없습니다. 선제타격 한 방에 다 날아가요.

그래서 대서양 어딘가 광활한 바다에 숨어 있는 잠수함 하나가, 국토 전체보다 더 확실한 보험이 되는 겁니다.
영국이 굳이 비싼 SSBN만 고집하는 이유가 이거예요.

어떻게 안 들키나: 정숙성의 과학

뱅가드급의 정숙성 비결을 몇 개 짚어보면요.

① 음향 타일(anechoic tile)
선체 외부에 고무 재질 타일을 덕지덕지 붙입니다.
적의 액티브 소나 음파를 흡수해서 반사를 줄이고, 동시에 내부 기계 소음이 밖으로 새는 것도 막아요.

② 래프팅(rafting) 구조
터빈, 펌프 같은 진동 발생 장비를 선체에 직접 고정하지 않고, 방진 마운트 위에 얹힌 "뗏목" 구조에 올립니다.
진동이 선체로 전달 안 되게 하는 거죠.

③ 자연순환 원자로
PWR2는 저출력 항행 시 냉각재 펌프를 끄고 대류만으로 냉각수를 순환시킬 수 있습니다.
펌프 = 소음원인데 그걸 아예 꺼버리는 거예요. 원자력 잠수함 정숙성의 핵심 기술.

④ 펌프젯 추진기
일반 스크류 프로펠러 대신 덕트로 감싼 펌프젯을 씁니다.
캐비테이션(공동현상, 물거품 터지는 소리)을 극적으로 줄여줘요.

결과적으로 뱅가드급은 주변 해양 배경소음보다 조용하다고 평가받습니다.
말 그대로 "바다가 원래 내는 소리"에 묻혀버리는 수준.
그래서 2009년에 프랑스 잠수함이랑 부딪힌 거고요ㅋㅋㅋ (진짜 웃픈 증명)

정숙성 4대 요소 개념도 음향 타일 래프팅 방진 자연순환 냉각 펌프젯 추진 결과: 방사소음이 해양 배경소음 수준 이하 → 적 소나의 탐지 임계값 미만 → 위치 은닉 → 제2격 능력 확보 → 억제력 성립

경제와 정치: 이거 유지하는 게 맞나?

영국 안에서도 트라이던트는 영원한 논쟁거리입니다.

찬성 측 논리

· 핵보유국(러시아, 중국)에 대한 유일한 실질 억제 수단
·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와 국제적 발언권 유지
· NATO 내 유럽 핵전력 기여(프랑스와 함께 둘뿐)
· 배로인퍼니스 등 조선 산업 생태계 유지, 수만 명 고용
· 한 번 없애면 다시 만들 수 없음 (기술·인력 단절)

반대 측 논리

· 비용이 미쳤다 (수명주기 비용 수천억 파운드 추산)
· 미사일이 미국 의존 → "진짜 독립 억제력 맞냐"
· 테러·사이버 등 현대 위협에 핵은 무용
· 그 돈으로 재래식 전력·NHS 강화가 낫다
· NPT 비확산 정신에 역행

2016년 의회 표결
하원에서 찬성 472 vs 반대 117로 뱅가드급 교체(드레드노트급 건조) 승인.
압도적이었죠. 다만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의원들은 거의 전원 반대했어요.
잠수함 기지가 스코틀랜드에 있는데 정작 스코틀랜드는 반대... 이 구도가 수십 년째입니다ㅋㅋ

비용 얘기 좀 더 하면요.
영국 국방부의 핵 관련 연간 지출은 국방예산의 대략 6분의 1~5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드레드노트급 건조가 본격화되는 2020년대 후반엔 이 비중이 더 커져요.

여기서 생기는 게 "핵이 재래식 전력을 잡아먹는다"는 비판.
실제로 영국 육군 규모는 계속 줄고 있고, 함대 규모도 역사상 최소 수준이거든요.

다른 나라 SSBN과 비교하면

국가함급척수미사일튜브
미국오하이오급14척Trident II D520 (개조 후)
영국뱅가드급4척Trident II D516
프랑스르 트리옹팡급4척M5116
러시아보레이급 외10척 이상Bulava 등16
중국진급(094)6척 내외JL-2/JL-312
인도아리한트급2척 이상K-15/K-44~8

영국과 프랑스는 둘 다 4척 체제로 CASD를 굴립니다.
근데 결정적 차이는 프랑스는 미사일(M51)도 자국산이라는 점.
탄두, 잠수함, 미사일 전부 국산이라 진짜 완전 독립 억제력이에요.

대신 개발비를 혼자 다 부담해야 하니까 비쌉니다.
영국은 미국이랑 공유해서 싸게 가고, 프랑스는 비싸게 가더라도 독립을 택하고.
전략 문화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에요.

왜 하필 4척일까?
1척 순찰 중 / 1척 순찰 준비 또는 복귀 / 1척 훈련·정비 / 1척 대규모 창정비.
이 로테이션을 돌려서 "항상 1척은 바다에" 상태를 유지하려면 최소 4척이 필요하다는 계산입니다.
3척으로 줄이자는 안도 나왔지만, 그러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죠.

모빌리티 관점에서 본 뱅가드급

이 글이 '선박/해양' 카테고리니까, 순수 이동수단 관점에서도 한번 봅시다ㅋㅋ

뱅가드급은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 이동할 수 있는 탈것 중 하나예요.

· 연료 보급 없이 수년간 항행 가능 (원자로)
· 공기 보급 없이 무제한 잠항 (전해조 + CO2 스크러버)
· 물 보급 없이 무제한 (조수기)
· 실질 제한: 식량 적재량과 승조원 정신 건강

자동차, 비행기, 일반 선박은 전부 "연료"라는 제약에 묶여 있잖아요.
근데 이 친구는 그 제약을 거의 해방시킨 거의 유일한 카테고리입니다.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연료 걱정이 없는 이동체.

재밌는 비교
· 여객기 최장 논스톱: 약 18~19시간
· 컨테이너선 무기항: 수십 일 (연료 제약)
· 뱅가드급: 6개월 이상 무기항 잠항 기록 보유

게다가 6개월 내내 단 한 번도 수면 위로 완전히 올라오지 않고 말이죠.

물론 이 기술은 민수 영역으로 거의 넘어오지 못했습니다.
원자력 상선 실험(미국 서배너호, 독일 오토한, 일본 무츠 등)은 다 경제성·정치적 이유로 실패했거든요.
현재 민간에서 원자력 추진을 굴리는 건 러시아 쇄빙선단 정도예요.

요즘은 SMR(소형모듈원자로)을 대형 상선에 얹자는 논의가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탈탄소 압박 때문이죠. IMO의 온실가스 규제가 계속 빡세지니까요.
군용 잠수함 기술이 돌고 돌아 민간 해운의 답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모빌리티 관점에선 꽤 흥미로운 그림입니다.

자주 나오는 질문 정리

Q. 미사일 16발 다 쏘면 얼마나 걸려요?

미 해군 기준으로 전량 발사에 수십 분 정도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발씩 순차 발사하는데, 발사 간 간격을 둬야 해요.
미사일 하나가 나가면 함의 무게 중심과 부력 밸런스가 확 바뀌거든요.
그래서 발사할 때마다 밸러스트 탱크로 트림을 재조정합니다. 이게 진짜 고난도 기술.

Q. 발사 명령은 어떻게 검증하나요?

미국은 PAL(Permissive Action Link)이라는 물리적 잠금 코드를 씁니다.
영국 트라이던트는 PAL 방식이 아니라 인적 절차(two-man rule 이상의 다중 인증)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함장, 부장을 포함한 여러 장교가 각자의 키와 코드를 동시에 사용해야 발사 시퀀스가 진행됩니다.
혼자서는 절대 못 쏴요.

Q. 잠수함 위치는 정말 아무도 모르나요?

영국 국방부 내에서도 극소수만 대략적 작전 해역을 압니다.
정확한 위치는 함장조차 외부에 보고하지 않아요.
대서양 북부의 광활한 해역 어딘가, 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Q. 승조원은 여성도 있나요?

영국 해군은 2011년 잠수함 승조 여성 금지를 해제했고, 2014년부터 실제 배치가 시작됐습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뱅가드급에도 여성 장교·부사관이 근무 중이에요.
(과거엔 잠수함 내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근거였는데, 재검토 결과 근거 부족으로 판단됐습니다.)

Q. 퇴역한 잠수함은 어떻게 처리해요?

이게 영국의 진짜 골칫거리입니다ㅋㅋ
데번포트와 로사이스에 퇴역 원자력잠수함 20척 넘게 떠 있어요.
일부는 30년 넘게 해체 못 하고 방치 중.
원자로 압력용기 처분 부지 선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거든요.
2023년에 처음으로 한 척(HMS Swiftsure)의 본격 해체가 시작되면서 겨우 물꼬가 트인 상황입니다.

타임라인 한눈에

연도사건
1963폴라리스 판매 협정 체결
1969레졸루션급 CASD 순찰 개시
1980트라이던트 도입 결정
1982트라이던트 II D5로 변경
1986HMS Vanguard 기공
1993HMS Vanguard 취역
1994첫 트라이던트 억제 순찰 개시
1996폴라리스(레졸루션급) 완전 퇴역
1998WE.177 항공핵폭탄 퇴역, SSBN 단일화
1999HMS Vengeance 취역, 4척 체제 완성
2009르 트리옹팡과 수중 충돌
2010SDSR, 탄두 상한 180발로 감축
2016의회 교체 승인 표결 / DASO 실패
2019CASD 50주년
2021통합검토, 탄두 상한 260발로 상향
2024DASO 재실패 보도 / 장기 순찰 논란
2030년대드레드노트급 순차 취역 예정

마무리: 가장 조용한 배가 가장 큰 목소리를 낸다

정리해보면 뱅가드급은 이런 존재입니다.

· 4척으로 국가 핵억제력 전체를 감당
· 1969년부터 끊긴 적 없는 CASD 순찰
· 트라이던트 II D5 16기, 최대 40발 탄두
· 세계 최고 수준의 정숙성
· 그리고 평생 한 발도 안 쏘는 게 성공인 병기

개인적으로 제일 인상 깊은 건 역시 '최후의 편지'예요.
아무도 읽지 않을 걸 바라며 쓰는 손편지 4통.
총리가 바뀌면 읽히지 않은 채 소각되는 문서.
이게 30년 넘게 반복되고 있다는 게... 진짜 묘한 기분이 듭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뱅가드급은 인간이 만든 이동체의 한계를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물이에요.
연료 제약 해방, 공기 자급, 소음 제로에 가까운 스텔스, 수천 km 정밀 타격.
이 모든 게 1980년대 설계로 구현됐다는 게 더 대단하죠.

동시에 노후화, 정비 지연, 6개월 순찰, 반복된 시험 실패, 천문학적 비용 같은 그림자도 뚜렷하고요.
드레드노트급이 이 문제들을 얼마나 해결할지가 2030년대 영국 해군의 최대 과제가 될 겁니다.

혹시 이런 해양·조선·기관 분야를 더 깊게 파보고 싶다면, 재능넷 지식인의 숲에 관련 전문 콘텐츠들이 계속 쌓이고 있으니 한 번 둘러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잠수함 이야기는 파면 팔수록 끝이 없거든요ㅋㅋ

오늘도 대서양 어딘가엔 뱅가드급 한 척이 조용히 떠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댓글 작성

이 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댓글 0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