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4.0 다묘 가정의 과학 — 고양이 두 마리, 정말 괜찮을까?

다묘 가정의 과학 — 고양이 두 마리, 정말 괜찮을까?
"한 마리 키우면 두 마리 키우고 싶어진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위험합니다.
행동학·수의학 데이터로 풀어보는 두 마리 동거의 모든 것.
🎬 프롤로그 : 고양이는 정말 '외로움을 타는' 동물일까?
집사 커뮤니티에서 가장 자주 도는 말이 있습니다. "혼자 있으면 외로워하니까 친구를 만들어주세요."
그런데 이 문장은 과학적으로 보면 절반만 진실입니다.
고양이의 조상인 아프리카 들고양이(Felis lybica)는 기본적으로 단독 사냥자(solitary hunter)입니다.
개처럼 무리를 지어 사냥하고 서열을 형성하는 동물이 아니에요.
사냥감이 쥐·새처럼 작기 때문에 혼자 잡아서 혼자 먹는 것이 에너지 효율상 가장 이득이었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반전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사회적 유연성(social flexibility)'이 매우 높은 동물이라는 점입니다.
먹이 자원이 풍부한 환경—예를 들어 항구, 농장, 급식소 주변—에서는 고양이들이 자발적으로 콜로니(colony)를 형성합니다.
이 콜로니는 대부분 혈연관계인 암컷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새끼를 공동 육아하고 서로 그루밍(allogrooming)까지 합니다.
📌 핵심 정리
고양이는 '무리 동물'도 '완전 독거 동물'도 아닙니다.
자원이 충분하면 함께 살 수 있고, 자원이 부족하면 갈등이 폭발하는 조건부 사회성 동물입니다.
즉, 다묘 가정의 성패는 "고양이 성격"이 아니라 "환경 설계"가 70% 이상을 좌우합니다.
🧬 1장. 두 마리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확률 — 데이터로 보기
① 가장 성공률이 높은 조합
행동학 연구와 보호소 입양 추적 데이터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패턴이 있습니다.
| 조합 | 성공 난이도 | 설명 |
|---|---|---|
| 같은 배 형제·자매 (동시 입양) | 매우 낮음 ★ | 사회화기부터 함께 자라 냄새·신호 체계 공유. 가장 안정적 |
| 자묘 + 자묘 (비혈연, 생후 2~4개월) | 낮음 ★★ | 사회화 민감기(2~9주) 직후라 수용력 높음 |
| 성묘 + 자묘 | 중간 ★★★ | 성묘가 자묘의 과한 놀이 요구에 스트레스 받을 수 있음 |
| 성묘 + 성묘 (둘 다 중성화) | 중간~높음 ★★★★ | 영역 개념이 확립된 상태. 합사 절차가 필수 |
| 미중성화 수컷 2마리 | 매우 높음 ★★★★★ | 공격성·스프레이 발생률 급증. 권장하지 않음 |
💡 현장에서 가장 잘 통하는 공식
1 성별보다 '에너지 레벨'이 더 중요합니다.
활동적인 1살 고양이 옆에 15살 노묘를 붙이는 건, 성별 조합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2 중성화는 사실상 필수 조건입니다.
중성화 수술은 테스토스테론·에스트로겐 기반의 영역 공격성과 스프레이 행동을 크게 줄여줍니다.
② "우리 애는 사회화가 잘 됐어요"의 함정
고양이의 사회화 민감기는 생후 2~9주로 개(3~12주)보다 짧고 이릅니다.
이 시기에 다른 고양이, 사람, 다양한 소리·환경에 노출된 개체는 평생에 걸쳐 수용력이 높습니다.
반대로, 생후 2개월 이전에 어미와 형제로부터 너무 일찍 분리된 고양이는
성묘가 되었을 때 다른 고양이와의 소통 신호(귀·꼬리·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애는 사람은 잘 따르는데 고양이만 보면 하악질을 해요"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람 친화력이 높다고 해서 동종 친화력이 높은 건 결코 아닙니다.
🏠 2장. 합사 프로토콜 — 실패하지 않는 4단계
다묘 실패의 80%는 "그냥 만나게 해봤더니 싸워서"입니다.
첫 만남에서 부정적 경험이 각인되면, 이를 되돌리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립니다.
아래 절차는 국제고양이수의사회(ISFM)와 행동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권장하는 방식입니다.
STEP 1 — 완전 격리 (3~7일)
새로 온 고양이는 독립된 방 하나를 통째로 받습니다.
그 안에 화장실, 밥그릇, 물그릇, 스크래처, 은신처, 캣타워를 모두 배치합니다.
이 기간의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새 고양이의 건강 검역(허피스·칼리시 바이러스, 곰팡이성 피부병, 기생충 등 잠복기 확인).
둘째, 기존 고양이의 영역 침범 스트레스 최소화입니다.
⚠️ 흔한 실수
"어차피 만날 거니까" 하며 케이지에 넣어 거실에 두는 것.
이는 새 고양이에게 도망칠 곳 없는 상태로 스트레스 자극에 계속 노출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격리는 '가두는 것'이 아니라 안전 기지(safe base)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STEP 2 — 냄새 교환
고양이의 세계는 후각이 지배합니다.
사람의 후각 수용체가 약 500만 개인 데 비해 고양이는 약 2억 개,
여기에 입천장의 보메로나살 기관(야콥슨 기관)까지 갖추고 있어 페로몬을 별도로 분석합니다.
실행 방법:
1 각 고양이가 잠든 담요·수건을 서로의 공간에 놓아둡니다.
2 부드러운 천으로 A의 볼(뺨샘)을 문지른 뒤 B의 공간 가구에 문질러 둡니다.
3 하루 한 번 방을 바꿔 서로의 영역을 탐색하게 합니다(이때 직접 마주치지 않도록).
목표는 '콜로니 냄새(colony scent)'의 형성입니다.
야생 콜로니의 고양이들은 서로 몸을 비비고 그루밍하며 공동의 냄새 정체성을 만듭니다.
이 냄새를 공유하는 개체를 '우리 편'으로 인식하죠.
STEP 3 — 시각 노출 + 긍정 연합
이제 서로를 볼 수는 있지만 닿을 수는 없는 상태를 만듭니다.
문을 살짝 열고 안전문(펫 게이트)을 설치하거나, 방충망 도어를 활용합니다.
핵심은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입니다.
"상대방이 보인다 = 맛있는 게 나온다"라는 연합을 만드는 것이죠.
🍽️ 거리 두고 식사 훈련
1일차: 문에서 3m 떨어진 곳에 각자 밥그릇 → 서로 보이지만 멀리
3일차: 2m
5일차: 1.5m
7일차: 1m
한 번이라도 하악질이 나오면, 즉시 이전 거리로 되돌립니다.
진도를 나가는 것보다 부정적 경험을 만들지 않는 것이 100배 중요합니다.
STEP 4 — 직접 대면
드디어 문을 엽니다. 단, 다음 조건을 지켜주세요.
• 첫 대면은 5~10분, 반드시 집사가 지켜보는 상태에서.
• 사전에 각자 발톱을 깎아둡니다(부상 최소화).
• 방 안에 탈출로와 은신처를 충분히 확보합니다. 막다른 골목이 있으면 안 됩니다.
• 낚싯대 장난감 2개로 동시에 놀아주며 관심을 분산시킵니다.
• 싸움이 시작되면 절대 손으로 떼어내지 마세요. 두꺼운 담요를 덮거나 판지를 사이에 넣습니다.
→ 소리가 나면 싸움, 조용하면 놀이.
→ 귀가 뒤로 완전히 눕고 동공이 커지면 싸움, 귀가 앞을 향하면 놀이.
→ 역할이 번갈아 바뀌면 놀이, 한쪽이 일방적으로 쫓기면 괴롭힘.
📐 3장. 환경 설계 — "N+1 법칙"과 수직 공간
① 화장실 : 고양이 수 + 1
다묘 가정에서 가장 흔한 문제는 단연 부적절한 배뇨(inappropriate elimination)입니다.
고양이 두 마리라면 화장실은 최소 3개가 정답입니다.
게다가 배치가 중요합니다. 세 개를 나란히 한 곳에 두면 고양이 입장에서는 '화장실 1개'입니다.
한 마리가 입구를 막고 서 있으면 다른 고양이는 접근할 수 없으니까요.
서로 다른 층, 서로 다른 방에 분산 배치해야 진짜 3개가 됩니다.
| 항목 | 2마리 기준 권장 수량 | 배치 원칙 |
|---|---|---|
| 화장실 | 3개 | 서로 다른 공간, 막다른 곳 금지 |
| 밥그릇 | 2개 이상 (분리 급여) | 시야가 겹치지 않게 |
| 물그릇 | 3~4개 | 밥그릇과 떨어뜨려 배치 |
| 스크래처 | 3개 이상 | 주요 동선·입구 근처 |
| 휴식처(높은 자리) | 4개 이상 | 높이를 서로 다르게 |
| 은신처(숨는 곳) | 2~3개 | 출입구 2개 이상 확보 |
② 수직 공간 : 바닥 면적보다 중요한 것
많은 분들이 "우리 집이 좁아서 두 마리는 무리인가요?"라고 묻습니다.
답은 "바닥 평수가 아니라 입체 면적을 보세요"입니다.
고양이는 3차원으로 공간을 인식합니다.
캣타워, 벽 선반, 책장 위, 냉장고 위 — 이 모든 것이 독립된 '영역'으로 기능합니다.
20평 집에 캣워크를 잘 설치하면, 캣타워 없는 30평보다 훨씬 넓은 체감 공간을 제공합니다.
③ 페로몬 활용
고양이 안면 페로몬 F3 분획을 합성한 제품(플러그인 디퓨저, 스프레이)은
여러 임상 연구에서 합사 초기 긴장 완화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다묘 전용 제품에는 어미 고양이의 수유 페로몬(appeasing pheromone)을 모사한 성분이 들어 있어
고양이 간 사회적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다만 페로몬은 마법이 아닙니다.
환경 설계와 합사 절차가 엉망인데 디퓨저만 꽂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보조 도구로 생각하세요.
💰 4장. 현실 체크 — 비용과 시간, 정직하게 계산하기
두 마리는 비용이 딱 두 배가 되지 않습니다.
사료·모래처럼 정비례하는 항목이 있는 반면, 의료비는 예측 불가능하게 튀는 항목이죠.
| 항목 | 1마리 월 평균 | 2마리 월 평균 | 비고 |
|---|---|---|---|
| 주식 사료 | 3~8만 원 | 6~16만 원 | 거의 정비례 |
| 고양이 모래 | 1.5~3만 원 | 3~6만 원 | 화장실 수 증가로 소폭 추가 |
| 간식·영양제 | 1~3만 원 | 2~6만 원 | 정비례 |
| 정기 건강검진 | 연 15~30만 원 | 연 30~60만 원 | 7세 이상은 연 2회 권장 |
| 예방접종·구충 | 연 10~20만 원 | 연 20~40만 원 | 정비례 |
| 돌발 의료비 | 변동 큼 | 확률 2배 | 요로계 질환·치과·이물섭취 등 |
| 용품(초기) | 20~50만 원 | 30~70만 원 | 일부 공유 가능 |
⚠️ 가장 자주 간과되는 비용 3가지
1. 하부요로기계질환(FLUTD)
다묘 환경의 스트레스는 특발성 방광염의 대표적 유발 요인입니다.
수컷의 요도 폐색은 24시간 내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이며, 치료비가 수백만 원대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2. 장기 부재 시 돌봄 비용
1박 펫시터·호텔 비용은 마리당 과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이사·주거 제약
반려동물 2마리 이상을 받아주지 않는 임대 매물이 상당수입니다.
시간 비용 : 관심의 재분배
사람들이 "고양이는 손이 안 간다"고 말하지만, 다묘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화장실 청소: 하루 2회 → 3개를 하루 2회
• 놀이 시간: 두 마리를 따로따로 놀아줘야 하는 경우가 많음(질투·경쟁 방지)
• 투약: 한 마리만 약을 먹여야 할 때, 다른 고양이가 먹지 않도록 분리 급여 필수
• 관찰: 누가 얼마나 먹고 쌌는지 개체별 모니터링이 어려워짐
💡 개체별 모니터링 팁
다묘 가정에서 "우리 애가 오줌을 안 싸는 것 같은데 누구지?"는 흔한 상황입니다.
→ 분리 급여 습관화(각자 다른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 필요 시 반나절 정도 분리하여 개체별 배변량 확인
→ 마이크로칩 인식 자동급식기 활용(체중 관리·처방식 급여에 효과적)
🩺 5장. 다묘 가정의 의학 — 꼭 알아야 할 위험 요소
① 전염성 질환
고양이를 새로 들일 때 격리 기간이 검역 목적이라고 말씀드린 이유입니다.
| 질환 | 전파 경로 | 다묘 주의점 |
|---|---|---|
| 고양이 허피스바이러스(FHV-1) | 직접 접촉·비말 | 감염 시 평생 잠복. 스트레스 시 재발 |
| 칼리시바이러스(FCV) | 직접 접촉·환경 | 환경 저항성 강함. 구내염 유발 |
| 백혈병 바이러스(FeLV) | 타액·그루밍·식기 공유 | 합사 전 반드시 검사 |
| 면역결핍 바이러스(FIV) | 주로 교상(물림) | 싸움이 없으면 전파 위험 낮음 |
| 피부사상균증(링웜) | 접촉·환경 포자 | 사람에게도 전염. 치료 장기화 |
| 범백혈구감소증(FPV) | 분변·환경 | 치사율 높음. 백신 필수 |
합사 전 필수 체크리스트
1 FeLV/FIV 키트 검사
2 분변 검사(기생충·지알디아·콕시디아)
3 피부 병변 확인(우드램프 및 필요 시 진균 배양)
4 기초 접종 완료 여부 확인
5 외부 구충 완료
② 스트레스성 질환 — 조용한 위협
다묘 가정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감염병이 아니라 만성 스트레스입니다.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거의 표현하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 결과물:
•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FIC) — 혈뇨, 빈뇨, 화장실 밖 배뇨
• 과도한 그루밍(psychogenic alopecia) — 배·허벅지 안쪽 털이 사라짐
• 식욕 변화 — 폭식 또는 거식
• 간지질증(지방간) — 특히 비만묘가 2~3일 굶으면 급격히 진행, 응급 상황
• 공격성 전이(redirected aggression) — 창밖 길고양이를 보고 흥분한 뒤 동거묘를 공격
🔍 '조용한 괴롭힘'을 알아보는 법
겉으로 싸우지 않아도 괴롭힘은 일어납니다. 이를 passive intimidation이라고 합니다.
• 한 고양이가 화장실이나 밥그릇 가는 길목에 앉아 응시한다
• 한 고양이만 항상 높은 자리를 독점한다
• 한 고양이가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 밑·구석에서 보낸다
• 집사가 있을 때만 나와서 밥을 먹는다
• 몸무게가 서서히 줄어든다
이런 신호가 보이면, 싸움이 없어도 관계는 실패한 상태입니다.
③ 노령묘와의 합사는 특히 신중하게
10세 이상 고양이는 이미 만성 신장질환, 관절염, 갑상선기능항진증, 인지기능장애 등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관절염은 고양이의 약 90% 이상(12세 이상)에서 방사선학적 소견이 발견될 정도로 흔한데,
겉으로 절뚝거리지 않아 놓치기 쉽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활발한 어린 고양이가 들어오면,
노묘는 도망칠 수도, 높은 곳으로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노묘에게 활력을 주려고" 자묘를 들이는 것은 대부분 노묘에게 가혹한 선택입니다.
📊 6장. 다묘 성공·실패를 가르는 변수 총정리
위 도식이 말해주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넓은 집"이 아니라 "잘 설계된 집"이 다묘의 성공을 결정합니다.
이런 환경 설계나 합사 컨설팅이 막막하다면, 재능넷 같은 재능 공유 플랫폼에서
반려동물 행동 상담이나 캣워크 설치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혼자 시행착오를 겪는 것보다, 경험자의 조언 한 줄이 몇 달의 갈등을 줄여줄 수 있으니까요.
❓ 7장. 집사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10
Q1. 합사는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평균 2주에서 3개월입니다.
자묘끼리는 며칠 만에도 붙지만, 성묘 두 마리는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흔합니다.
"싸우지 않고 같은 공간에 있는 상태"가 첫 목표이고, 서로 그루밍하는 건 보너스입니다.
Q2. 끝까지 친해지지 않으면 실패인가요?
아닙니다. 다묘의 현실적 목표는 '절친'이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입니다.
서로 무관심하게 각자의 영역에서 조용히 지낸다면, 그건 성공한 다묘 가정입니다.
사람도 룸메이트와 반드시 베스트프렌드가 되진 않으니까요.
Q3. 성별 조합은 어떤 게 좋나요?
중성화된 상태라면 성별의 영향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다만 경향성으로는 암컷 두 마리보다 암수 조합, 또는 중성화된 수컷 두 마리가 조금 더 무난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암컷은 야생에서 새끼를 지키는 영역 방어 본능이 강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체 성격 차이가 성별 차이보다 훨씬 큽니다.
Q4. 기존 고양이가 계속 하악질만 해요.
하악질은 공격이 아니라 경고입니다. "가까이 오지 마"라는 커뮤니케이션이죠.
오히려 하악질도 없이 갑자기 달려드는 게 더 위험합니다.
하악질이 나온다면 거리가 너무 가깝다는 뜻이니, 단계를 한 칸 뒤로 물리세요.
Q5. 밥그릇을 나란히 놓으면 안 되나요?
권장하지 않습니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사냥감을 혼자 먹는 동물입니다.
나란히 먹는 모습이 귀여워 보여도, 실제로는 서둘러 먹기·경쟁적 과식·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최소 1~2m 이상, 가능하면 시야가 분리된 위치에 배치하세요.
Q6. 한 마리만 살찌고 한 마리는 말라요.
전형적인 다묘 급여 문제입니다.
해결책은 분리 급여, 마이크로칩 인식 급식기, 또는 높은 곳 급여(점프 능력 차이 활용)입니다.
체중 변화는 질병 신호일 수도 있으니, 2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 검진을 권합니다.
Q7. 잘 지내다가 갑자기 싸우기 시작했어요.
가장 흔한 원인은 세 가지입니다.
1 통증 — 한쪽이 아프면 예민해집니다. 치과 질환, 관절염이 대표적
2 공격성 전이 — 창밖 길고양이, 공사 소음 등 외부 자극
3 환경 변화 — 이사, 가구 재배치, 새 가족 구성원, 냄새 변화(병원 다녀온 직후 등)
특히 한 마리가 병원에 다녀온 뒤 싸우는 현상은 매우 흔합니다. 병원 냄새 때문에 '낯선 개체'로 인식하기 때문이죠.
이럴 땐 두 마리 모두에게 같은 수건을 문질러 냄새를 통일해주면 도움이 됩니다.
Q8. 둘이 격하게 뛰어다니는데 싸움인가요 놀이인가요?
체크 포인트는 소리·역할교대·이후 행동입니다.
조용하고, 쫓는 역할이 번갈아 바뀌고, 끝난 뒤 각자 편히 쉰다면 놀이입니다.
비명·낮은 그르렁·털 뭉치가 날리고, 한쪽이 계속 숨는다면 싸움입니다.
Q9. 두 마리면 집사가 덜 놀아줘도 되나요?
부분적으로만 맞습니다.
고양이끼리의 놀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채워주지만,
사냥 본능을 충족시키는 '포식 시퀀스(응시→추적→덮치기→물기)'는 여전히 집사의 낚싯대가 필요합니다.
하루 10~15분 × 2회는 두 마리여도 유지하세요.
Q10. 도저히 안 맞으면 어떻게 하나요?
드물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이럴 땐 영구적 공간 분리(separate territory management)를 고려합니다.
집을 반으로 나눠 각자의 영역으로 운영하고, 시간대를 교대로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그것마저 삶의 질을 심하게 훼손한다면, 수의 행동학 전문의와의 상담 후 재입양을 포함한 결정을 논의해야 합니다.
이는 실패가 아니라, 두 고양이 모두의 복지를 위한 현실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 8장. 최종 체크리스트 — 두 번째 고양이, 들일 준비 되셨나요?
🐾 환경 준비도
□ 새 고양이를 최소 1주 격리할 독립 공간이 있다
□ 화장실 3개를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을 수 있다
□ 캣타워·선반 등 수직 공간이 4곳 이상 있다
□ 밥그릇을 시야 분리하여 배치할 수 있다
□ 은신처가 최소 2곳 이상 있다
🐾 기존 고양이 적합도
□ 중성화가 완료되었다
□ 만성 질환·통증이 없거나 잘 관리되고 있다
□ 손님이 와도 심하게 숨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 나이가 10세 미만이다 (또는 노묘라면 매우 온순하다)
□ 과거 다른 고양이와 지낸 경험이 있다
🐾 보호자 준비도
□ 두 마리 분량의 고정비를 감당할 수 있다
□ 예상치 못한 의료비 대비 자금 또는 펫보험이 있다
□ 합사에 최소 3개월을 투자할 시간·인내심이 있다
□ 향후 15~20년간 두 마리를 책임질 수 있다
□ 이사·결혼·출산 등 변화에도 두 마리를 유지할 계획이 있다
위 15개 항목 중 12개 이상에 체크하셨다면, 두 번째 고양이를 맞이할 준비가 되셨습니다.
8개 이하라면, 지금은 기존 고양이에게 더 집중하고 환경부터 다듬을 시기입니다.
🌙 에필로그 : 두 마리가 만드는 풍경
다묘 가정은 분명 손이 더 갑니다.
화장실은 세 개가 되고, 사료 값은 두 배가 되고, 병원비는 두 배 이상 튈 수도 있습니다.
합사 첫 달에는 매일 밤 "내가 잘한 걸까" 하고 뒤척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침, 창가에서 두 마리가 서로 몸을 포개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의 귀 뒤를 핥아주는 장면.
집사가 없는 시간에도 서로가 서로의 온도가 되어주는 풍경.
그 장면은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라, 설계된 결과입니다.
충분한 자원, 서두르지 않은 합사, 그리고 두 고양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한 시간이 만들어낸 것이죠.
🎯 기억할 세 문장
1 고양이는 자원이 충분할 때 함께 살 수 있는 동물이다.
2 합사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두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3 목표는 절친이 아니라 평화로운 공존이다.
두 번째 고양이를 들이는 일은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라,
사랑을 하나 더 만드는 일입니다.
다만 그 사랑이 기존 고양이의 평온을 빼앗지 않도록,
오늘 읽으신 절차와 원칙들이 든든한 안전장치가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생태계를 운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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